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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3176l 20
이 글은 3년 전 (2020/6/01)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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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닝겐
오늘은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났고, 집 앞에 기다리고 있던 하나마키와 만나 등교를 같이 했고. 대문 앞에 있던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랑 가볍게 인사했다. 여전히 오이카와는 재수없게 웃고, 여자애들은 꺅꺅대고. 그런 오이카와의 뒷통수를 적당히 건들여주며 반에 들어갔다. 참으로 평범한 하루였다.

반에 들어오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뭐 늘 봐오던 반 친구들이 적당히 시시덕대고 있었고, 가볍게 인사하며 아침얼굴을 맞댔다. 여~ 마츠카와! 좋은아침! 으응. 굿모닝. 책가방을 적당히 옆에 걸어둔 마츠카와는 생각했다. 앞으로 10분 뒤에 조례려나, 참으로 따분한 하루였다. 차라리 어서 수업이나 다 끝나고 연습이나 하고싶은 느낌.

3년 전
닝겐1
하앙 오늘은 여기다
3년 전
글쓴닝겐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대충 가방안에 넣어져있던 도시락을 꺼내 하나마키를 불렀다. 야, 밥먹으러 가자. 핸드폰으로 뭘 확인하던 하나마키가 뒤늦게 얼굴을 마주하며 말했다.

"...응"
"뭐야?"

3년 전
닝겐3
씁하 센세 나 느꼈어 아주 대작냄새가 여기까지 나잖아
3년 전
글쓴닝겐
뭔 일 있어? 어쩐지 반응이 벙찐듯 시큰둥한 하나마키에 마츠카와는 되물었다. ...아니. 그래. 밥먹으러 가자. 하나마키는 그제서야 자신의 도시락을 주섬주섬꺼냈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행동. 느릿하게 움직이는 하나마키를 보며 마츠카와는 인상에 찌푸렸다. 동시에,

"...야."

이상한 기시감이 느껴졌다면 거짓말일까.

"점심, 같이 먹자"

3년 전
글쓴닝겐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데리고 반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어쩐지 둘의 표정도 좋아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물어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왜인지.. 말을 걸지 않아도 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시감. 지금 온 몸의 피부를 얇게 타고흐르는 이 낯선 느낌. 나,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

3년 전
글쓴닝겐
이와이즈미는 셋을 데리고 늘 가던 벤치에 데려가 앉았다. 날이 좋았다. 햇빛은 강하게 내리쬐는데 바람은 선선한게, 정말 좋은 날씨였다. 우리는 이렇게 좋은 날씨에 지금 이 자리에 오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나 니가 그늘의 크기가 마치 우리들을 딱 가려준다며, 우리만을 위한 자리같다며 줄곧 좋아하곤 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날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같이 나오곤 했지.

"...맛층."

3년 전
글쓴닝겐
제일 뒤에서 따라가다가 오이카와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아, 미안미안. 딴 생각좀 하느라. 그제서야 나머지 애들의 얼굴을 보았다. 다들 표정이...

"...이상해."
"뭐?"
"뭐냐니. 너희들도 느끼고 있을 거 아니야."

오이카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평소같았으면 '무슨 말을 하는거냐 쿠소카와!'라고 되받아칠 이와이즈미도 말이 없었다. 다들, 표정이 한껏 굳어있었다. 무언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뭔가 하나 계속 놓치는 기분이 들어."

3년 전
글쓴닝겐
"...뭐가,"
"그걸..."

모르겠어. 아주 중요한 것 같은데... 나머지 셋도 말이 없었다. 다들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나도. 나도 뭔가 놓치는 기분이 들어.

3년 전
글쓴닝겐
"너희 어제. 부활동 끝나고 나서 기억나냐?"
"응? 어제 그냥 다같이 집갔잖아. 별일 있었나?"
"그 집가는 길. 기억나?"

가만히 있던 하나마키가 처음으로 말을 내뱉었다. 집가던 길이라니... 당연히...

"나. 어제 부활동이 끝나고 집에들어갈 때까지의 기억이 안나."

3년 전
닝겐1
뭐지뭐지
3년 전
글쓴닝겐
무슨말을 하는거냐고 물어보려했는데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저 벌어진 입이 소리없이 열렸다가, 다물어지며 헛숨을 들이삼키고 있었다.
아,

"...나도."
"나도 기억이 안나."
"익숙한 길이라 중요하지 않아서 잊어버린 느낌이 아니야. 그냥 그 부분이 잘린듯이,"

누군가 억지로 그 부분을 지워낸 듯이... 깔끔하게 기억나지 않아. 하나마키의 말에 나머지 셋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도안되는 소리가 오가는데, 그 누구도 장난같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셋이 가만히. 시원한 바람에 머리카락만 잔잔히 흘리고 있었다.

"...있다가 부활동 끝나고 잠깐 어디좀 가자."

3년 전
글쓴닝겐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나사빠진 톱니바퀴를 무시하듯이, 하루가 평범하게 굴러가려고 애쓰는 듯했다. 앞에서 수업하는 선생님의 입술이 버릇처럼 한쪽올라가는걸 구경했다. 옆에 짝궁이 꾸벅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렇게나 빈틈없이, 모난 것 없는데.

왜.

3년 전
글쓴닝겐
수업을 마치고 체육관에 왔다. 미리 온 1학년들이 반기듯 인사했다. 대충 손을 흔들어주며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감독님 지시대로 서브연습을 넣었다. 음, 사실.

"오늘 3학년들 상태가 왜이래?"

...제길, 집중이 하나도 되지않아. 비단 자기 뿐만이 아니란 듯이 오이카와도 어쩐지 서브미스를 자꾸만 내는게 다들 마찬가지 같았다. 아, 안되겠다.

3년 전
글쓴닝겐
"감독님 아무래도 저희 컨디션 난조같은데~ 오늘은 쉴까요?"
"...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평소에 잘하는 애들인데."

졸업반이라 힘들지? 하지만 다 빼주는 건 무리고..., 3학년들은 오늘만 일찍 쉬어. 컨디션 조절 잘하고. 주장인 오이카와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일찍 부활동을 마쳤다. 어떻게 보면 땡땡이인것과 다를 것 없는 행동인데 아무도 이 상황에 얼빠진 듯 입을 열지 않았다.

3년 전
글쓴닝겐
체육관 문을 열고, 학교 대문으로 가려고 했다. 날이 아직 어두워지기 전이었다. 적당히 노을 진 모습이 붉게 학교를 덧입혔다. 그러고 보니. 이런 풍경을 보고 누가 세상이 수줍어 하는 것 처럼 붉다며 좋아한다고 말한게 생각이 난다. 그 뒤로 노을 진 모습에서 우리들이 놀리곤 했는데...

우리들이? 누구를?

3년 전
닝겐4
헐 센세 저 누울게요
3년 전
글쓴닝겐
"...마츠카와 선배."
"어,"

쿠니미. 1학년 배구부 후배가 안에서 말을 걸었다. 아까 어떤 3학년 선배가 기다리시던데요. 부활동 끝나면 같이 가자고.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대요.

"아아, 알고있어. 고마워."

3년 전
글쓴닝겐
익숙한 듯 쿠니미가 뒤돌아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별다른 느낌 없이 쿠니미는 들어갔고, 익숙한 듯 넷은 대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익숙한듯...,

"...마츠카와."
"응?"
"뭘 알고있어?"

뭐냐니, 그야...,

3년 전
글쓴닝겐
대문앞에 작은 인영이 보였다. 세이죠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명찰을 보니 3학년이었다. 아, 알지. 당연히 알지. 얘들아 무슨 소리를 하는...

"...안녕."
"..."

3년 전
닝겐4
???
3년 전
글쓴닝겐
넷이서 말 없이 걸었다. 아니, 다섯인가? 저 여자애 누구지. 아. 누구지. 기억이 몰려올듯 사라진다. 혼란스럽다. 피부위에서 타고흐르는 낯선감각은 이내 심장까지 파고 들어올 듯 날카롭게 후벼들어왔다. 뭐지. 너는. 너는 누구고. 우리는. 그러니까,

"미안해."
"...OO짱,"

3년 전
글쓴닝겐
오이카와가 익숙한 듯 여자를 불렀다. 여자는 그런 오이카와에 잠시 놀란듯 눈을 크게뜨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샐쭉 웃어보였다. 어쩐지 위태로운 듯한 얼굴이었다. 그런 여자의 얼굴에 넷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어느덧 뉘엿하게 지던 태양은 조금씩 모습을 감추었고,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고 있었다. 시덥잖은 대화조차 나오지 않고, 다섯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없이 걸어갔다.
3년 전
글쓴닝겐
눈 앞에 미야기 사거리가 보였다. 어제 사고가 난 모양인지 사람의 형태가 흰색 테이프로 차도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아, 맞아. 여기서 사고가 났었지. 그...,

"...그냥, 너희들 얼굴 한번 더 보고 싶었어."

내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욕심 부리고 싶어서. 조금 이기적인 부탁을 했거든. 여자의 말과, 눈 앞의 거리가 합쳐져 아지랑이처럼 휘청거렸다. 눈 앞이, 점멸하듯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3년 전
글쓴닝겐
'이번년도 매니저가 부족하다는데,'
'에엑!? 역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OO짱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아 진짜 무슨소리야!'
'아아 여자 매니저라니 좋네~'
'할 수 없네. OO, 부탁해.'
'이와이즈미 너까지!?'

3년 전
글쓴닝겐
'진짜 미안해! 드링크 분말 떨어졌다고 해서...'
'에이 괜찮아. 다들 바쁘니까. 어짜피 금방이고!'
'아주 든든하다니까 역시~'

3년 전
글쓴닝겐
'지금 어디쯤이야?'
'이제 다 샀어!'
'조심해서와. 너 은근히 덤벙대는거 알지?'
'아악 바로갈거야!'

여기 이제 미야기 사거리. 바로 도착해!

3년 전
글쓴닝겐
끼이익, 커다란 자동차가 움직이는 소리. 휴대폰이 크게 떨어지는 듯한 소리. 급 브레이크 소리가 지지직, 하며 흘러들어오고, 기계 부품과도 같은 것들이 엉망진창 흩날리는 소리. 어떤 여자의 비명 소리. 구급차를 찾는 듯한 낯선 남자의 목소리. 누군가 욕을 하며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 소리, 소리, 소리.

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소리.

3년 전
닝겐4

3년 전
닝겐5
헐 센세
3년 전
닝겐4
아 어떡해ㅠ
3년 전
글쓴닝겐
"헉...헉.."
"..."

넷이 달려 갔을 땐 이미 모든 사건이 일어난 후였다. 너는 흰색 수건을 몸에 덮고, 두명의 구급대원이 그런 너를 판자에 뉘여 들고 올라갔다. 옆으로 기울어진 트럭 밑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흥건했다. 주변에 웅성이는 사람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간간히 옆에서 급한 숨을 몰아 쉬는 이와이즈미, 하나마키, 오이카와의 숨소리 정도. 그리고 내 숨소리.

이명이 들리는 듯 했다.

3년 전
글쓴닝겐
그 뒤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너를 쫓아 병원에 가서, 차 안에서 이미 숨이 끊어졌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울었는데, 그러니까. 울었고, 울었고.

모든 일이 내 탓 같아서
모든 일이 우리 탓인 것 같아서

3년 전
닝겐4
자책하지마ㅠㅠ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아아, 일처다부제 허용해줬으면 좋겠어~'
'너 무슨 소리 하고있는 건지 알기나 하냐.'
'너네들 덕분에 남자에 대한 환상이 다 깨졌다구!'
'얼씨구. 우리는?'
'차라리 이렇게 다섯이서 나중에 같이살고싶다!'
'으윽! 끔찍한 소리라구!'
'그럼 오이카와 제외!'
'어 그렇게 넷이 살면 난 찬성.'
'이와짱?!'

3년 전
글쓴닝겐
'으이구. 그러니까 연습은 살살하라고 했잖아.'
'연습은 실전 처럼, 몰라?'
'맨날 이렇게 다쳐선..., 맛층, 이와짱, 오이캉! 너네도 마찬가지야!'
'에엑, 맛층과 이와짱은 그렇다 치고 난 왜 오이캉인데!?'
'말돌리지 말구 몸 조심하라구! 하나마키처럼 다치치 말란 소리야'
'이렇게 걱정해주는거 역시 너밖에 없네.'
'고맙지? 그러니까 앞으론 다치지 말고.'

3년 전
글쓴닝겐
'...난 말야. 만약에 일찍 죽는다면.'
'무슨 불길한 소리를 하고 앉아있어'
'신에게 소원을 빌거야.'



...

3년 전
글쓴닝겐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아아, 아아. 내가, 우리가.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지. 서로를 아껴 마지않은 우리가.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냔 말이야. 겉잡을 수 없는 추억의 댐이 그대로 자신에게 처박히는 느낌. 그와 함께오는 미안함, 죄책감, 그리움.

"소원을 빌었어."
"..."

3년 전
닝겐4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한번만 보고 올게요.'
'...그러면 정말, 존재 조차 사라져요.'
'괜찮아요. 오히려 감사한걸요.'
'존재가 지워진다는 의미를 모르나요?'

그 세계의 전부가 당신을 지워버리는 거에요. 아예 처음부터 없던 것 처럼. 그리움도, 추억도, 기억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세계선 자체가 당신을 거부하는거에요.

3년 전
글쓴닝겐
'그래도 그 애들, 자기들 때문에 제가 이렇게 된 줄 알테니까.'
'...이걸, 착하다고 해야하는지.'

좋아요. 감동했다고 하기엔 그렇고... 대신 당신에게도..

3년 전
닝겐4
아.....
3년 전
닝겐6
아니 이게 뭐람 나 지금 줄줄 울고있다
3년 전
글쓴닝겐
어두워진 거리에 다섯만이 덩그러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눈물이.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차마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런 너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셋도, 자신의 눈물을 닦을 신경도 안하면서. 소리없이 눈물만을 흘려보냈다. 그런 우리를 보며 넌. 늘 그런 것 처럼 개구지게...

"...흑."

3년 전
닝겐4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입과 눈은 웃고있는데, 너는 어째서인지. 못참겠다는 듯이 가슴을 들썩이며 우는 듯 했다. 손이 멋대로 빠져 나갔다. 그대로 앞에 있던 네 손목을 잡고, 끌어 안았다.
3년 전
닝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그런 나와 너를 오이카와가 끌어 안았고,
하나마키가 끌어안았고,
이와이즈미가 끌어안았다.

3년 전
닝겐4
아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나....흑...이제, 이제 진짜 사라진대.."
"무슨 말..."
"이제. 흐윽... 완전히. 잊혀질거래"

그런데 나. 나말야. 사실은.



사실은 벌써부터 죽고싶지 않단 말이야

3년 전
닝겐4
센세 나 가오나시 됐나봐... 아...아..... 밖에 못해......
3년 전
닝겐6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3년 전
닝겐4
어이궄ㅋㅋㅋㅋㅋㅋ
3년 전
글쓴닝겐
아직 너희랑 해보고 싶은게 많단 말이야
아직 다같이 놀이공원도 못가봤고,
다같이 이미지 사진도 못찍어봤고,
다같이 야영하러 텐트도 못쳐봤고,
다같이 이번년도 졸업해서, 당당하게 술집도 못갔고
성인되서 같이 살자고 한 그 약속도 못지켰고
그냥... 그냥 하고 싶은게 이렇게 많은데

나도 너희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었단 말이야
나도.. 이렇게 허망하게 죽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3년 전
닝겐4
이래놓구 삼넨세들이 닝 잊으면 나 울어...... 안잊어도 울어.....
3년 전
글쓴닝겐
흐느끼며 내뱉는 니가 어깨죽지에서 웅얼거리는 그 작은 소리를, 우리는 다같이 숨죽여 듣고, 같이 울었다. 밀려들어오는 추억과 기억이 너를 떠나보내기엔 그 크기가 감당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준비하지 않은 죽음은 환영받지 않은 채로 그대로 우리에게 처박혔다.

"...미안,윽...해..."
"흑...흐윽..."

3년 전
닝겐6
나 운다...
3년 전
글쓴닝겐
울음에 잔뜩 일그러진 목소리로 사과의 말을 짓이겨 내보냈다. 내보내고 싶은 단어들 목에서 턱턱 막혔지만, 어떻게든 비집고 끌어 내서. 손가락을 목 깊숙히 넣어 어떻게든 내뱉으라는듯,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 우리는... 이 슬픔에 얼룩져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과를 해야 하는데,
그 사과가 네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소리내어, 말이... 네게....

3년 전
글쓴닝겐
한참을 울다가 니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럼에도 웃으려 애를 쓰는, 늘 짓던 그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너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눈물을 떨구다가...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듯 보였다.

"안, 안돼. 안돼. 아직. 아직 가지.."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며, 우리. 다같이...흐윽, 하기로 했잖아"
"제발, 제발.... 제발 이대로 가지는 마. 제발..."

3년 전
닝겐4
안니야ㅠㅠㅠㅠㅠㅠㅠ 그러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허어ㅓㅜ류유ㅠㅠㅠ
3년 전
닝겐8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진짜 울어ㅜ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6
이건 아니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9
센세. ㅜㅠㅜㅜㅠㅠㅠㅠ 나 진짜 우는중 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애원하듯 처절하게 네게 매달렸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너도 다시 왈칵 울어버렸다. 알아. 나도,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는데... 이젠 니가 만지는 촉감 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너의 모습 너머로 반대 신호등의 불빛이 보였다. 희미해지는 모습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모습이 욕나올 정도로 미웠다. 제발, 가지말아 달라고. 아직 할 말이... 하고싶은게..

"...그래도, 얘들아."

3년 전
글쓴닝겐
나, 지켜볼게. 너희들이 좋아하는 배구도 계속 응원하고. 너희는 날 못보지만, 나는 너희들을 계속 기억할거니까.

잊혀지는 네 모습을 붙잡으려 오이카와가 손을 뻗었다. 허공에서 헛손질을 한 오이카와가 허무한 듯 그 너머를 응시했다. 너는 그런 오이카와의 손을 잡았다. 잡은 것 처럼 보였다. 그 손을 잡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3년 전
닝겐8
아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6
ㅇ<-<



3년 전
글쓴닝겐
여기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은
작별이 있었다

...

3년 전
글쓴닝겐
오늘은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났고, 집 앞에 기다리고 있던 하나마키와 만나 등교를 같이 했고. 대문 앞에 있던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랑 가볍게 인사했다. 여전히 오이카와는 재수없게 웃고, 여자애들은 꺅꺅대고. 그런 오이카와의 뒷통수를 적당히 건들여주며 반에 들어갔다. 참으로 평범한 하루였다.

"아아, 싫어라~"

3년 전
닝겐10
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 오이카와 얘 왜이래?"
"그 왜, 오늘 연습 경기 있잖아."

옆 학교랑 하는. 아.. 그...토리.. 카라스노?

"토비오짱 고등학교까지 보는건 사양이라구!"
"만나서 쓸데없는 시비나 털지마라 오이카와!"
"악! 이와짱 대체 오이카와상을 뭘로 보는거야?!"
"으으. 오늘도 평화로운 아오바죠사이."
"전혀 평화롭지 않아!"

3년 전
글쓴닝겐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해는 따듯하게 내리쬐지만, 바람은 시원하게 몸을 간질였다. 우리가 좋아하는 날씨. 저절로 지어질 것 같은 미소에 기분이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왜인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고,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가 축복해주는 것만 같은.

3년 전
글쓴닝겐
"카라스노 연습경기 기대되는데."
"에엑, 맛층이 연습경기도 기대해?"
"음. 살짝 그런느낌이 없지않아있네"
"?? 맛키 너도?"

그런 나와 하나마키를 보던 둘은 눈을 크게 떴다가 짖궂게 웃었다. 하하, 사실 왜인지 나도 오늘은 좀 예감이 좋아. 뭔가 기분 좋은 날 같지 않아? 마치...

"앞으로 굉장히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네!"

3년 전
글쓴닝겐
...
"선물이라는건..."
"여기. 다른 세계가 있는데. 여기로 당신을 보내줄까 해요."
"...왜죠?"
"그냥. 신기해서."

존재의 상실이란 생각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결정이거든요. 그런데 당신이 그런 걸 감수할 정도로 그들을 이기적으로 아끼는 마음이... 신기해서. 여기로 당신을 보내줄게요. 이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해줄게요. 당신이 사라진 뒤의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이게 내 선물."

3년 전
닝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어쩐지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기억이... 희미해진다. 그 너머로 너희들 얼굴이 보인 것만 같다. 나를 보며 웃는 얼굴들이, 괜찮다고 속삭여 주는 것 같았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아. 설령 우리 모두가. 우리 넷이 기억을 잃어 버려도 좋아.

아니. 우리 다섯명 모두가 기억을 잃어도 괜찮아.

3년 전
닝겐8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ㅜㅜㅜ눈물나 진짜ㅠㅜㅠ
3년 전
글쓴닝겐
비록 우리는, 모두에게 잊혀진 채로 사라지겠지만
이후에 서로가 모른채로 만난다고 하더라도,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엿본다 하더라도,
다른 차원에서 서로를 그저. 다른 모습으로 바라본다 하더라도

다시 친해지자.

3년 전
닝겐6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3년 전
글쓴닝겐
닿을 수 없다 하더라도, 서로 자주 보자.
그리고 하고싶었던거. 천천히 풀어가자.

아주 먼 훗날에
모든게 돌려받는 날이 온다면
그 때 펑펑울면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Fin

3년 전
글쓴닝겐
*만화에 나오는 세이죠는 카라스노 연습경기때 부터 나오니까 그 전의 삼넨세들 이야기에 드림을 넣어봤습니다. 사실은 오이카와, 이와이즈미, 하나마키, 마츠카와, 닝 이렇게 다섯이서 친했는데 닝이 만화나오기 직전에 죽었다는 설정... 그리고 모든 기억과 존재가 하이큐 세계관에서 지워지고 지금 우리 현생에서 살구있는것... 바로 우리들인거...라고 합시다... 디스플레이 너머로 하이큐라는 배구만화를 통해 닝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를 보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엿보고, 응원해준다는 겁니당...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히히!

3년 전
닝겐6
오마이갓...센세..................................................................나 이 뒷이야기 듣고 눈물 더 흘렸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엉엉... 저야말로 잼나게 봐주시면 감사합니다........(큰절
3년 전
닝겐11
센세 진짜 대박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재밌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9
센세.. 이런 명작 써주셔서 감사해요 ㅠㅠㅠㅠㅠ 푹 빠져서 보느라 같이 울었어여.. 진짜 재밌었어용
3년 전
닝겐12
센세............갓벽...........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울어여 울어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13
와우 센세...
3년 전
닝겐14
흐어엉엉 나 울어요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15
센세... 이거 너무 갓작 ㅠㅠㅠ
3년 전
닝겐4
센세........... 너무 쩔어요........ 대단해........
여운이 대박이에요ㅠㅠㅠㅠ 처음이랑 중간에 닝이 사라진 뒤랑 대사 오버랩 되는거 정말ㅠㅠㅠㅠ

3년 전
닝겐16
와 센세 진짜 이제껏 본 글중에서 여운 최고로 남는 것 같아요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너무너무너무 고마워요 ㅠㅠㅠㅠ
3년 전
닝겐17
아니 이걸.. 학교가기 전에 봐버려가지고... 지금 눈물샘 팡 터져서 곤란하잖아요... 그래도 고마워요 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18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19
와 진짜 센세 대박ㅠㅜㅜㅜㅜㅠ진짜 갓이다ㅠㅜㅜㅠ 눈물나고 소름 끼졌어요..
3년 전
닝겐20
허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나 현실 눈물 흘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21
아니 센세 대박이야 어쩜 와 어쩜 이래
3년 전
닝겐22
와 센세 몰입감 장난없어요 진짜 ... 하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24
나 진짜 이거 또 보는데 댓은 처음 남겨..
센세 최고야 내 눈에서 눈물나게 햇자나..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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