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자로 연애할 땐 항상 애인이 1등이었어
기념일 챙기는 거나 데이트 끝나고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건 기본이고
애인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위주로 다 맞춰줬어
내가 뭐 하고 있는지 어디 가는지 제시간마다 보고했고 선물도 자주 했지
비 오면 서프라이즈로 꼬박꼬박 데리러 가고 생리하면 영양제나 죽도 항상 챙겨주고
다 못 적겠지만 다들 말하는 착한 남자로 연애했었어
그러다 보니까 상대방들이 단조로워하고 질려 하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권태기도 자주 왔었고 결국 바람도 나고 환승도 당했어
다들 하나같이 헤어질 때 하는 말이 미안하다 더라 뭐 그리 미안한지..
내가 연애들로 너무 힘들어하니까 친구들이 옆에서 봐도 내가 너무 을의 연애, 호구의 연애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고
무조건 정성을 다하고 다 맞춰주고 위해준다고 좋은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고
그때부터 나도 점점 여자를 대하는 사고방식이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어
내가 느낀 거, 말하고 싶은 거 상대방 기분 고려 안 하고 수치심 주는 말인 거 알면서도 거리낌 없이 말하고
모든 것에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말했고 의견이 부딪치면 싸웠어
그러다가 애인를 울려보기도 하고 쓰레기라는 말도 들어봤어 (예전엔 항상 져주고 맞춰줘서 절대 싸우는 일 없었어)
근데 신기한 건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가 않더라
착한 남자가 잔잔한 호수 같은 연애라면 나쁜 남자는 롤러코스터 같은 연애?
나쁜 남자로 연애하고 난 뒤부터는 항상 여자들이 매달렸고 더 애걸복걸하고 나 없이 못 살 것 같다고 집착하더라고
나중엔 현타까지 오더라
내가 착한 남자로 연애할 땐 다들 안 이랬으면서 도대체 왜..
암튼 주절주절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내가 느낀 결론은 착한 남자로 연애할 때보다 나쁜 남자로 연애하는 게 더 편하고 쉽고 잘 먹힌다는 거야
여익들 생각도 궁금해
내가 그냥 나쁜 여자들을 만났었고 그 뒤로는 착한 여자들을 만났던 건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건지
추천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