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참 마음 못 잡고 있을 때 가족 해주러 온 애기였고
우리 애기 덕분에 나도 조금씩 마음 다잡고 생활 패턴도 좋게 바뀌고
의지도 생겼어서 가족보다 더 큰 존재였어 나한테는
남들이 볼 땐 그냥 개에 불과하겠지만
일주일 전 새벽에 그냥 기분이 이상해서 잠도 안 자고 애기 안고 있다가
그렇게 조용히 갔거든
처음 왔을 때랑은 다르게 나이 들어서 늙어버린 우리 애기도 낯설었는데
나중엔 화장할 때 마지막으로 만져보니까 차게 식은 게 너무 낯설었고 무서웠어
얘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한 일주일을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틀어박혀서 마지막으로 애기랑 같이 찍은 사진 보면서
울고 그러다가 아까 전화와서 고작 개 하나 죽은 걸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라고 하는데 진짜 안 겪어보고 안 키워봤으면 몰라
저 말 듣고 너무 상처 받아서 홧김에 헤어지자 했는데
개에 미쳐서 이젠 앞가림도 못한다고 헤어지는 게 좋겠다 하고 전화 끊더라고
진짜 걔 말대로 내가 우리 애기가 갔다고 다른 건 안 보고 잘못된 쪽으로 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