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소리가 나를 깨웠다.
내가 놀라며 깨자 그 애도 내 품 속에서 눈을 떴다.
우리를 재웠던 지루한 영화는 어느새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 애의 머리칼을 쓰담았다.
이런 나른함을 방해하듯 밖에선 굉음이 울렸다.
그게 신호라도 된 듯 그 앤 갑자기 나를 빤히 보았다.
"난 비 오는 날이 좋아. "
"보통은 비 싫어하지 않나."
다시 한번 큰 파열음이 울렸다.
그 애의 몸이 살짝 퉁기는 게 느껴졌다.
"천둥소리에 놀라도 이런 날이 좋아?"
내가 장난스럽게 묻자 그 애는 나를 더 세게 안았다.
"나는 행복할 때 불행을 떠올려. 가진 게 있으니까 잃을 걸 무서워하는 거지. 마찬가지야. 불행을 보면 행복이 떠올라."
"......"
"나는 비 오는 날마다 혼자 널 기다려왔어. 오늘 같은 날이면 그때의 내가 떠올라."
"그럼 불행해?"
"아니, 그때의 불행이 지금 날 기쁘게 해."
수많은 밤 사이 혼자 이 방에 앉아있었을 그 애를 떠올렸다.
우리가 서로를 갈망할 때, 어딘가 슬퍼 보이던 그 애의 눈도.
그 앤 항상 이런 식으로 살아왔던 걸까?
나는 살짝 두려워졌다.
우리는 그 어두운 밤, 하나의 지붕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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