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나는 미대를 다니지만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곧 있을 졸업 작품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제출해야만 하는데 슬럼프 때문인지 손에 연필을 쥐기만 해도 손이 부들부들 떨렸으니 말이다. 바닥에는 그리다가 망해버려 검은색 물감이 덧칠해진 종이들로 가득했다. 아, 쓰레기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 하... 머리 좀 식히고 오자.... " 나는 앞치마와 팔토시를 벗어던지고 학교 주변을 거닐었다. 학교 주변은 다른 학교들과 다름 없이 사람들로 붐볐고...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림도 내가 행복해서 시작하게 된 일일텐데, 나는 왜 좌절하고 있는가? 결국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폰을 꺼내서 풍경이나 건물들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한숨을 쉬며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학교의 1 층엔 외부인이라도 출입이 가능한 전시관이 있다. 그 그림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나은 왜인지 홀린 듯 그 남자를 계속해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바라보는 그림들, 그 남자의 표정, 진지하게 관찰하며 턱을 쓰다듬는 손가락까지. 아... 살짝 변태가 된 기분이었달까...? 그 순간 남자가 나를 돌아봤다. 나는 깜짝 놀라서 미술실로 달려들어갔다. " ..... 나 스토커로 신고 당하면 어떡하지? " 머리를 쥐어뜯으며 문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지듯 쭈그려 앉았다. 그도 잠시, 정신을 차린 나는 종이 캔버스 앞에 앉아 연필을 쥐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릴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결국 자신이 바라본 남자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 " .... 진짜 스토커로 신고 당하면 어떡하지... " 그 사람을 상대로 그린 그림을 당사자의 허락 없이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다면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며칠을 고민해도 이 작품 외엔 도저히 그려지질 않아 눈을 꼭 감고 제출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 내 작품이 1 층에 전시되었다. " ' 아악...!! 이걸 1 층 바로 앞에다가 걸어놓으면..!! ' " 내가 제출한 작품 앞엔 왠지 모를 익숙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공간엔 나와 그 남자 뿐이었고, " 너였구나, 날 그려준 애가. " 뒤로 돌아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내가 그린 작품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다. 아니, 작품의 미소보다 더 아름답게 웃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