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길어서 읽기 힘들까봐 미리 요약하면 그래.
애인님은 내 자존감이 낮아서 늘 속상해했어. 나에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는 자기가 밉대.
그 속에서 내가 너무 숨막혀하고 힘들어하는게 보여서, 좋은 마음이 있을때 그만 만나자고 했어.
나는 군생활 말곤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거의 해본적이 없는 30대 프리랜서야.
바퀴벌레 나오는 단칸방에 네 가족이 살 만큼 가난했었고, 그래서 중고등학생때부터 더 악착같이 살아야만 했어.
지금은 SNS에서 하던 사업이 잘 되어서 돈은 잘 벌고 있지만... 문제는 자존감이 여전히 많이 낮아.
학벌도 전문대고, 자격증이나 토익 토플 이런 것도 없어.
운이 좋아서 내가 하는 일쪽에선 잘 되었지만, 난 여전히 불안하고 내 스스로 사회성이 되게 떨어진다고 생각해.
평범하게 취업준비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자격증을 따고 직업을 가지고.... 이런 것들을 겪어본 적도 없고
조직문화나 이런 것도 잘 모르니까. 난 내 스스로 되게 머리만 큰 어린애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다가 애인님을 만났어. 애인님은 번듯한 명문대를 나온 사람이었고, 외국계 기업에 다니면서 집도 넉넉한 사람이었어.
가족단톡방이 있는 것도 너무 신기했고 (우리집은 나 빼고 다들 서로 원수야). 부모님이 강남에 집을 사줄 수 있단 것도 신기했고
블라인드라는 앱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영어로 일을 한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고.... 너무 신기하고 부럽기만 한거야.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도 컸지만, 한편으론 내가 많이 모자라니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러면서 뭐랄까, 내 자신이 되게 초라해지더라.
나는 지금까지 비슷한 환경의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왔으니까, 내가 전문대 나온게 부끄럽다고 생각해본 적도 별로 없고
영어 못하는게, 집안 형편 어려운게, 비정규직인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는데 애인님을 만나고 나서 그런 것들이 하나 둘씩 보이는거야.
애인도 그런게 보였겠지... 헤어질때까지도 나를 항상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주었는데, 그게 참 마음이 아프더라.
헤어진 사건이나 계기가 있던건 아니야. 단지 내 스스로 그런 생각을 늘 가진거지.
'나는 많이 모자라고 모르는게 많으니까, 애인 말이 다 맞을거야.','내가 틀렸을거야.'
그 속에서 내가 눈치를 보게 되고, 맞지 않는 부분들도 억지로 맞추려 노력하고 그런다는거, 애인도 모르지 않았을거야.
솔직히 많이 힘들긴 했어. 저런 조건들 중에선 내 힘으론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러다보니 더 조심스러웠곘지. 자신의 말이 나에게 자꾸 영향을 주게 된다는걸 알고 있어서.
결국 애인님이 이런 관계 속에서는 서로 지치고 힘들어질 뿐이라고, 서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그만 만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길 꺼냈어.
애인님이 많이 힘들었을거야. 둘이 한참 울다가 또 이야기하다가 그렇게 돌아서서 집에 왔는데, 맘도 되게 허전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래.
지금도 참 많이 좋아하고 아끼지만, 한편으론 나라도 이런 모습들을 계속 보다보면 지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라...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이 노력했고... 그랬는데. 그냥 이야기를 뭐라고 마무리해야할지 나도 잘 모르겠어.
어릴적 불우했던 것보다 더 무서운건 지금 이 순간 마음이 가난해서, 그게 가시가 되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거구나 하고 느꼈어.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고. 자존감 있는 사람이 되어서 어떤 이야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싶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냥 소소한 이야기나마 적어봤어. 들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