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맥주 맥주는 참 맛있다 2년 전에 맥주의 참맛을 알았는데 한 해동안 미친듯이 먹다가 다음 해에 배에 튜브 낀 게 충격적이어서 한동안 끊었지 그리고 다시 마시고 있네 술은 내가 힘들 때 찾게 되는 존재구나 2 공부 외롭다 지루하다 독서실 갔다가 오는 길목에 있는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좋아하는 노래 듣다가 집에 오는 게 그나마의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다 활자만 보면 숨이 컥컥 막혀 3 친구 친구 관계는 여전히 못 챙기고 있다 내 바운더리는 명확히 챙기면서 또 나름대로 주변에서의 관심은 받고 싶어하는 모순 가득한 사람이라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날 받아들여주는 지인들만 남았는데 그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 틈틈이 연락 중이다 근데 이것도 참 내가 미안해 4 기분 아침에 눈을 뜨면 아니 눈이 떠지지 않는다 그날 너무 늦게 자서 안 떠져 그래도 친구랑 스터디를 해야하니 꾸역꾸역 일어난다 꼭 일할 때 같아 그치만 위기감은 없지 아무튼 일어나서 폰을 보고 해야할 일들을 상기하면 기분이 잡친다 말 그대로 잡침 그 기분을 들고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나간다 그걸 계속 안고 있으니 무겁겠어? 안 무겁겠어? 5 마지막 나 스물넷이다 글쎄 늦은 나이는 아니지 그냥 적당한 나이네 이리저리 시도하고 부딪혀 보는 중이다 코도 깨지고 마빡도 까지고 무릎 팔꿈치 등 여러군데 피 줄줄 나고 있다 샤워할 땐 따끔하지 그래도 오늘처럼 맥주로 씻어내는 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