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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년 전 (2022/7/05)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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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라 기억하는 닝이 있을지...

*긴글주의


다음날 새로운 황녀궁에 도착한 황녀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온갖 휘황찬란한 장식들이 그녀를 반겼고 수많은 사용인들이 존재했기에. 그녀와 함께 궁에 도착한 시미즈와 야치도 분위기에 압도되는 듯 하였다.
"제국의 별,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황녀를 보자 수많은 사용인은 고개 숙여 황녀에게 예를 갖추었다. 황녀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황족으로써 훌륭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아니 알 수 없었다. 그녀 곁으로 다가오는 황족은 그 누구도 없었기에. 그렇기에 황녀는 어제 오랜만에 느꼈던 오라버니의 온기가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황녀 전하 네코마의 기사단장 쿠로오 테츠로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문 밖에서 쿠로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황녀는 서둘러 몸가짐을 정리 한 후 말했다.
"들어오거라."
황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쿠로오와 함께 그보단 체격이 조금 작은 남자가 들어왔다. 황녀가 그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쿠로오는 그를 툭치며 인사드리라는 의사를 전했다.

"제국의 별,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네코마의 부기사단장 코즈메 켄마입니다."
켄마의 인사 후에 황녀는 그들이 자신의 궁에 온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들이 나의 궁에는 무슨 일로."
"황자 전하의 명령이자 부탁이 있었습니다. 황자 전하께서 저희에게 황녀 전하의 교육을 부탁하셨습니다. 물론 교육은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만이 행할 것이며 이것이 불편하시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쿠로오는 말을 전한 뒤 감히 아래 것들이 자신을 교육한다는 것에 황녀가 화를 내진 않을지 조마조마했다. 쿠로오가 황녀의 표정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들자 그는 다시 한 번 더 호기심 가득한 황녀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검술을 지켜보던 때와 같은 눈빛을.

지금까지 황녀의 세상은 좁았다. 황녀가 세상을 넓히려고 노력하면 세상은 황녀를 붙잡았다. 그게 수 백번 수 천번 반복되고 나서야 황녀는 포기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세상이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황녀는 망설임 따위는 없이 다가온 기회를 붙잡았다.
"아니다. 좋다."
황녀는 긍정적인 의사를 전한 뒤 고개를 숙여 그들에게 예를 표했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황녀가 그들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전해오자 그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닙니다. 저희에게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편히 대해주십시오."
켄마가 황녀에게 말을 전했다.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황녀는 다시 한 번 몸을 숙여 그들에게 예의를 갖췄다.
"그러면 수업 시간에만 부탁드립니다. 부디 다른 시간에서는 편히 대해주십시오."
쿠로오가 작은 한숨과 함께 예의를 갖춘 황녀에게 자신 또한 예를 갖추며 말을 전달했다.

"오늘 배울 부분은 '수학'입니다. 제가 지금 드린 종이에는 간단한 문제들이 적혀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 동안 편히 풀어주시면 됩니다."
켄마는 황녀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며 이야기 했다. 그가 준 종이에는 황녀의 수준을 알기 위해 기초적인 문제부터 조금은 어려운 문제, 조금 더 나아가 현재 학자들까지 고민 중인 수준까지 적혀있었다.
켄마는 당연히 기초적인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황녀는 어떠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황녀는 망설임 없이 종이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기초적인 문제에서는 망설임 없이 빠르게, 조금은 어려운 문제에선 종이 한쪽에 풀이과정을 열심히 적어가며, 마지막으로 학자들도 고민 중인 문제에서 그녀가 멈췄다.

아니 멈춘 줄 알았다. 그녀는 놀란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는 켄마에게 종이 한 장을 더 요구했다. 그리고 그녀가 종이 한 장을 더 받고 난 후 새로운 종이에 빼곡히 풀이를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제한된 시간은 지났지만 켄마는 조금 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 그녀를 막지 않았다. 약 1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황녀는 깃펜을 내려놓고 말했다.
"다 풀었습니다."

켄마는 종이를 건네어 받고는 답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놀랍도록 모든 것이 정답이었다. 마지막 문제의 풀이를 확인하며 켄마는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학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기에.

"마지막 문제는 풀 수 없었습니다."
황녀는 자신의 풀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켄마에게 말을 전했다. 켄마는 당황함을 표했다. 이리 완벽한 풀이에 답을 구할 수 없었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상수항의 부호가 잘못되었습니다.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여야만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만약 부호가 마이너스라면 답은 4가 되겠지요."

켄마는 황녀의 말에 다시 한 번 문제와 그녀의 풀이를 살폈다. 그녀가 옳았다. 부호가 바뀌지 않는다면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였다.

"허나 전하 지금까지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찌 이렇게..."
켄마가 당황함으로 말을 잇지 못하자 황녀는 담담하게 말을 전했다.
"황녀궁에서 오직 제가 할 수 있는건 황녀궁의 끝에 위치한 창고에 쌓인 책읽기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책을 읽고 나서도 계속해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중 수학에 관한 책도 있었고요. 덕분에 수월하게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켄마는 황녀의 말을 듣고는 생각했다. 황녀는 검술뿐만 아니라 학문에도 재능을 가졌다고. 그녀가 제대로 교육을 받는다면 어떤 미래가 이루어질지 궁금하다고. 그리고 켄마는 서둘러 이 소식을 학자들에게 알리려 하였다. 하지만 그는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켄마가 행동을 멈추자 황녀가 물어왔다.
"학자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자 하였으나 이 수업은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또한 황녀 전하께서 스스로 풀이하셨다 주장하시더라도 그들은 재능을 지니신 황녀 전하를 위협할 것 입니다."

켄마의 걱정을 들은 황녀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넸다.
"스승님께서 풀이하셨다 하시지요."
"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이건 황녀 전하께서..."
"아닙니다. 스승님과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저는 이 문제를 경험하지도 풀지도 못 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스승님 덕분이니 스승님의 공이 옳습니다."

켄마는 황녀의 말과 함께 당황했다. 일반 학자가 이 문제를 풀었다면 온갖 재물과 저택 더 나아가 작위까지 주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였다. 황녀가 자신이 푼 것을 밝힌다면 이런 취급에서 벗어나 정당히 황위계승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위험도 따라오겠지만. 하지만 제 눈 앞에 있는 황녀는 모든 기회를 거절했다. 자신은 이에 만족한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켄마는 고민 끝에 다시 황녀에게 돌아왔다.
"차라리 아무 것도 밝히지 않겠습니다. 황녀 전하께서 푼 것을 제 공으로 가로챌 순 없습니다. 나중에 황녀 전하께서 직접 발표해 주십시오."
켄마는 황녀의 풀이가 가득 적힌 종이를 다시 그녀에게 건네었다. 황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종이를 받아들곤 말했다.
"감사합니다. 꼭 그런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수업이 끝난 황녀는 새로운 궁의 정원을 둘러보기로 결심했다. 야치는 그녀에게 외투를 걸칠 것을 권했지만 그녀는 잠시 동안만 나갔다 올 것이라는 말을 전하며 밖으로 향했다.

정원으로 나온 황녀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정원 이곳저곳에 여러 색의 꽃이 가득했으며 중앙에는 거대한 나무가 그녀를 반겼다. 황녀는 나무의 그늘 밑에 앉아 순식간에 제 주위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말 꿈만 같은 일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꿈이라면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황녀는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중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을 친구 삼아 잠에 들기 시작했다.

"황녀 전하 괜찮으십니까?"
황녀는 서둘러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발견한 것은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였다.

"잠시 잠에 들은 모양이다. 괜찮으니 걱정말거라."
황녀는 몸을 서서히 일으키며 그들에게 말을 전했다.
"전하 몸이 많이 찹니다. 꽤 오랜 시간 밖에 계신겁니까?"
이와이즈미가 일어서는 황녀는 도우며 말했다. 황녀는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밝았던 아까와는 다르게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풍경이 보였다.

"조금 오래 잠에 들었나 보군."
황녀가 말하는 동시에 몸을 잘게 떨자 오이카와는 재빨리 기사복의 망토를 벗어 그녀에게 둘러주었다.
"감기에 걸리실까 걱정됩니다.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시는게 어떠실지요"
오이카와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제게 말을 전하자 황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황녀 전하!"
그녀가 궁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시미즈가 달려왔다.
"어디 계셨습니까? 한참 동안 돌아오시지 않아 사람을 풀었습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시미즈가 말을 이어가려고 했을까 오이카와가 이를 막아섰다.

"꽤 오랜시간 밖에 계신 것 같습니다. 몸이 많이 찹니다. 우선 안쪽으로 모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턴 제가 모시겠습니다. 제국의 영원한 영광을."
시미즈가 몸을 숙여 제국의 기사인 그들에게 예의를 갖췄고 그들 또한 인사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다면 불러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황녀궁의 밖으로 걸음을 향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황녀는 차 한 잔을 마시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낮과는 다른 밤의 정원의 모습에 그녀는 한동안 시선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황녀 전하 잠에 드실 시간입니다."
시미즈가 문을 두드리며 말을 전해오자 황녀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잠들 준비를 하였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 전에 내일도 오늘 같기를  기도했다.
"그럼 전하 불을 끄겠습니다."
황녀가 잠자리에 누운 것을 확인하자 시미즈는 방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인사와 함께 방을 나갔다. 황녀도 눈을 감고 잠에 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황녀는 온몸에 가득한 고통과 함께 눈을 떴다. 밖에 있는 시종을 부르려고 하였지만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몸을 일으켜 침대 옆에 연결된 줄을 흔들어 사용인을 불렀다. 줄을 흔들고 잠시 후 야치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
야치는 말을 이어가다 황녀의 상태가 이상함을 깨닫고 재빨리 달려갔다. 야치는 그녀의 몸에 손을 대고는 그녀가 열이 꽤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야치는 높은 열로 인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황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 없이 점점 더 눈이 감겨만 가는 황녀를 보고 심각함을 깨달은 야치는 도움을 줄 사람을 찾기 위해 방 밖으로 나섰다.

때마침 야치가 발견한 사람은 야간 순찰을 돌던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였다.
"저 좀 도와주세요! 황녀 전하께서 많이 아프십니다!!"
멀리서 야치의 외침을 들은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프시다뇨?"
이와이즈미가 묻자 야치는 거의 울먹거리며 대답했다.
"열이 많이 높으시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십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빨리요."
야치의 말을 들은 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본채 고개를 끄덕이고 안내를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황녀의 방으로 향했다.

그들이 황녀의 방에 도착해서 본 모습은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색색거리는 숨 만을 간신히 내뱉고 있는 황녀였다. 오이카와는 잠시 그녀의 상태를 살피다 말했다.
"의원을 모셔오기엔 늦습니다. 의원에게 데려가야합니다."
오이카와의 말에 이와이즈미는 황녀에게 담요를 둘러주었다. 그리고 담요가 둘러진 황녀를 오이카와가 안고서 의원에게 향했다.

의원에게 가는 길에도 황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숨소리마저 점점 더 약해져 갔다. 오이카와는 그런 황녀의 모습을 보고 조금만 더 버텨달라는 말과 함께 서둘러 의원에게 향했다.

"감기에 걸리신 듯 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가벼운 증상과 함께 넘어갔을 것이나 황녀 전하께선 몸이 매우 약하십니다. 그렇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신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2-3일 내에 회복 될 것이나 황녀 전하께선 최소 일주일 정도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진찰을 마친 의원이 말을 전해오자 그들은 그제서야 안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아직 남은 밤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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