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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수요일 오후 1시 30분

우리집 고양이가 죽었다.

안락사했다.


솔직히 각오는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간질발작이었고 눈동자 색도 변했다. 침까지 뚝뚝 흘리고 있었다,

병원 응급실에 가보니 MRI 검사 비용만 70만원이었다.

결국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자연 치유가 안되면 안락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안락사했다.


2016년 새끼 고양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다.

몸집이 작았을 땐 공부하고 있는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빨래 바구니 안에서 놀기도 했다.

빨래 건조대 위에서 자기 꼬리를 가지고 장난을 쳤으며 책장 속에 들어가 낮잠을 잤다.

아파트 2층 높이에서 자기 혼자 방충망을 열고 밖에서 놀다가 밖으로 떨어졌을 땐, 온 집안이 난리가 났다.

두번째 고양이가 찾아오고 그 고양이와 친해지고 둘이 서로 놀기 위해 후닥닥 뛰어다니며 울음소리를 냈을 때는 이웃집에서 항의가 들어올까 걱정하면서 가만히 있으라며 혼내기도 했다.

처음으로 중성화를 했을 때, 힘이 없어진 그 모양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간식을 많이 먹어 뚱뚱해지자 간식을 통제했다. 나는 그걸 지금 매우 후회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먹고 싶은대로 많이 줄껄


내 팔을 베고 잤을 때는 두 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한 채 같이 잠을 잤다.

내 다리를 베고 잤을 때도 같이 잠을 잤다.

내 배게 옆에 있을 때도 잠을 잤다


군대에 들어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던 애다.

쓰다듬어도 냄새를 맡아도 장난을 쳐도 그냥 무시하고 가만히 있던 애다.


간식을 달라 밥그릇을 새롭게 채워달라 물그릇을 다시 채워달라 할땐 내 다리를 물었다.

귀찮게 쓰다듬거나 했을 때도 손을 물어 피를 냈다.


내 마음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내가 가장 강하게 기억하는 마지막 추억이 새 사료를 부워달라고 항의하며 내 다리를 무는 고양이를 뿌리치다가 고양이가 벽에 부딪힌 것이었다.

3주나 더 지난 일이지만 계속해서 그게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평소에 주사를 맞아도 얌전하던 애여서 그 때 머리를 다친 게 아닐까 


왜 좀 더 유심히 살펴보지 못했을 까 왜 화부터 냈을 까 왜 때렸을까

계속 후회만 된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어제부터.

계속해서 생각했다. 이미 각오한 일 아니냐고

고양이의 수명은 평균 13년,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조증상도 없이 2일만에 허망하게 가버릴 줄 몰랐다.


어제 오늘 걸으면서 울었다.

사진을 보면서 울었다.

계속해서 생각했다.

고양이는 나랑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라고

길고양이의 삶보단 나았을 거라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헤어짐이 있기에 현재가 가치 있는 것이라고

우주는 반복되기에 멋 훗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렇게 우울해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고양이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은 나를 속이는 것이다.

힘들다. 집에 가도 이제 고양이가 없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금방이라도 집에 들어가 방문을 열면 똑같은 자세, 똑같은 얼굴로 잠을 자고 있고

나는 고양이의 몸 냄새를 맡으며 옆방으로 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집에는 어떻게 들어가면 좋을까?

집에 들어가서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직장 때문에 주말마다 집에 가는 나는 고양이 인생의 절반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 데 이렇게 눈물이 나고 심적으로 힘들다.

그런데 부모님은 오죽할까?

항상 방에서 같이 잠을 잤던 동생은 오죽할까?

집에 가서 울어서도 우울해서도 안된다.

부모님이 더 슬퍼하실 테니까.


고양이 한마리를 더 들여놓고 싶지만 그래서도 안된다.

마음에 더 상처를 줄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 뿐이다.


고양이의 사진은 300장이 넘는다. 6년을 키웠으니 1년에 50장 남짓이다. 

그 중 동영상은 10초 남짓한 2개 뿐이다. 

추억하고 싶어도 추억할 수 없다.


나는 내일 또 출근 해야한다.

또 일을 해야한다.

또 밥을 먹어야한다.

또 잠을 자야한다.


밥을 먹는 것이 제일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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