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센티넬물로 S급 센티넬 이이즈나와 S급 가이드 닝 그리고 그런 닝의 소꿉친구인 S급 센티넬 사쿠사가 보고싶어서 끄적이는 글 (긴 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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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이런 날이 있나 싶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
기다리던 버스가 바로 오질 않나, 신호가 바로 바뀌지를 않나, 늘 품절이어서 못 샀던 빵집의 좋아하는 빵이 딱 하나 남아있질 않나 이 외에도 수없이 운이 좋았던 하루였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랗던 하늘에 금이 가고, 그 안에서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날은,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날이자,
최악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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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경악과 혼란으로 뒤덮였다.
갑작스러운 비현실적인 상황에 사람들은 경악하고, 도망가고, 울기 바빴다.
물론 나도 같은 반응이었지만.
하지만 한 명. 나의 소꿉친구는 달랐다.
그렇게 깔끔한 걸 좋아하는 애가 나를 구하기 위해 온몸에 먼지란 먼지는 다 묻히고 뛰어다니며 나를 찾았다.
그때 나는 뭐 하고 있었냐고? 비현실적인 존재에게 잡혀서 곧 죽기 직전이었다.
아- 오늘 최고의 날인 줄 알았는데. 죽기 전이어서 그랬던 건가. 곧 죽는 나를 위해 내려준 달콤한 상이었던 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 나를 붙잡고 있던 그 비현실적인 존재가 한 순간에 납작해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눈 앞을 본 순간,
코피를 흘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던 나의 소꿉친구,
사쿠사 키요오미가 서 있었다.
키요오미는 비틀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키요오미...? 너 괜찮아? 방금 네가 한 거야?”
“..너는. 괜찮아? 모르겠어. 그냥 짓뭉개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됐어.”
“...일단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 하자. 너 코피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피가 안 멈춰.”
“응. 근데 어지러워. 씻고 싶어. 눕고 싶어.”
라고 말하며 나에게 쓰러지듯 안겨 왔었지. 이때 얼마나 심장이 철렁했는지 모른다. 이대로 사쿠사가 죽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나의 몸에서 무언가가 사쿠사에게 흘러 들어가듯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느껴지는 순간 앞이 핑하고 어지럽게 빙빙 돌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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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뒤로는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고, 나랑 사쿠사는 단단한 덩굴 속에서 보호받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를 도와준 인물은 조금 뒤에 알게 되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한 순간에 비현실적인 세상으로 뒤바뀐 이 현실에서 뒤바뀐 건 세상만이 아니었다. 그날, 사쿠사뿐만 아니라 몇 명의 사람들이 사쿠사처럼 ‘발현’하게 되었고, 우리는 그런 능력자들을 센티넬(Sentinel)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센티넬은 피라미드처럼 등급이 정해졌고, 사쿠사는 그 중 S급. 즉 최상위의 등급 센티넬이었다.
중력을 조절하는 능력, 그게 사쿠사의 능력이었다.
S급 센티넬은 소수의 사람들 밖에 없어서 센터도 발이 빠져라 지원하고 또 연구한다.
나는 뭐냐고? 믿고 싶지 않지만 나는 S급 가이드였다.
그때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 사쿠사에게로 흘러들어았던 걸 이야기 하니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고, 그 결과 가이드가 나왔다. 그것도 S급인. S급 센티넬도 귀하지만 S급 센티넬은 그 중 더욱 더 희귀한 편에 속했다. 10명 중 1명 꼴이라고 했던가. 그만큼 귀한 존재였다. S급 센티넬 포함해 모든 센티넬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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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지났다.
그동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현실은 곧 비현실적인 현실이 아닌 우리가 적응하게 된 또 다른 현실이 되었고, 사람들은 이제 적응하고 살아가기에 바빴다.
1년 전, 사쿠사를 거의 전담으로 가이딩하고 있던 나에게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이 사람도 S급이었지.
“안녕, 드디어 만나네. 반가워. 만나고 싶었어.”
이이즈나 츠카사. 당신이 나에게 찾아왔다.
이이즈나의 능력은 식물 조작 능력이었다.
나무나 덩굴, 식물, 나뭇잎, 씨앗, 뿌리 그리고 꽃과 같은 식물의 일부를 포함한 것들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
아. 당신이 그날 우리를 구해준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꾸벅 감사 인사를 했을 때 그는
“하하, 뭘 이 정도 가지고.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 다행이야. 이렇게 널 만날 수 있었으니까.”
나와 사쿠사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에 이이즈나라는 작은 뿌리가 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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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의 시간을 사쿠사와 이이즈나랑 같이 보냈다.
사쿠사는 처음에 이이즈나의 존재를 썩 반기지는 않았으나, 둘이 뭔가 통하는 게 있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는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였다. 뭐, 그 비밀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청소용품 사이트였지, 아마?
밤에 물 마시러 나왔다가 이이즈나 방에서 둘이 문까지 닫고 심각하게 이야기하길래 몰래 들으니 청소용품 사이트에서 뭘 살지 의논하는 이야기였다. 어쩐지, 요즘 집에 청소용품이 하나씩 늘더라니. 귀여워서 있는 힘껏 모르는 척 해줬다.
밥은 시간 되면 꼭 같이 먹고, 가끔 둘 다 가이딩이 필요할 때 셋이 껴안고 자기도 했다.(물론 사쿠사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설득하는데 꽤 힘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지독하리만큼 잔인하고, 잔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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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자고 있는데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이이즈나가 폭주 직전이라고.
당장 와주셔야 할 것 같다고.
무슨 정신으로 달려갔는지 모르겠다.
가서 본 이이즈나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능력을 제어 못 하는 건지 병실은 삭막한 병실이 아닌 숲이 되어 있었고, 이이즈나는 온몸에 상처를 달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가려고 하면 능력으로 입구를 가시덩굴로 막아버렸다.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나는 그 가시덩굴을 뚫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를 구하기 위해서. 나도 그를 구하고 싶어서.
“츠카사, 나 왔어. 힘들었지? 이리 와. 안아줄게.”
“.....닝? 닝 너야?”
“응. 많이 아팠지.”
“...닝....윽.. 닝아.. 나 몸이 이상해. 왜 이러지? 제어가 안돼. 무서워. .....이러다가 널 다치게 만들면 어떡하지?”
“네가 날 다치게 만들 일이 어딨어. 나는 널 믿고, 너도 날 믿잖아. 안 그래?”
“...응. 맞지. 응. ...안아도 돼?”
“당연하지, 아까부터 팔 들고 있었는데? 나 팔 빠지겠어. 얼른 이리 와.”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이이즈나를 나는 힘껏 껴안았다.
아- 폭주 직전의 센티넬은 가이딩을 정말 많이 가져가는구나. 마치 굶주린 것처럼.
이이즈나는 나의 가이딩을 받는데도 부족한 듯이 나의 품으로 더 들어왔다. 나를 더 원했다.
이이즈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이즈나가 내 입술을 쳐다봤다.
“츠카사, 괜찮..”
순식간이었다. 이이즈나가 나에게 입을 맞춘 것은.
예의 다정함은 어디 갔는지 그저 몰아붙였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것처럼. 눈도 감지 않고.
한 마리의 짐승처럼.
이이즈나는 나를 집어삼킬 것처럼 입을 맞췄고, 나는 그걸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어깨를 툭툭 치려는 손을 자기 목뒤에 두르게 하고, 허리를 더 감싸안고 그렇게 더욱더 깊게, 침범했다.
그날부터였나. 우리 셋이 삐걱거린 게.
다음부터 댓글로 이어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