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K 하이닉스(SK Hynix)가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미국 예탁증서,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간접 상장해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 가치 평가에서 발생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한국 기업들이 구조적·제도적 요인으로 글로벌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현상)를 축소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활용할 수 있는 지배구조·정책·자본시장 관련 레버리지(levers: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용 가능한 수단)가 매우 많으며, SK하이닉스의 ADR 논의는 최소한 주요 대형 기업들이 이러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6년에는 한국이 외국 개인 투자자(foreign individuals)에게도 한국 주식 직접 매매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촉매(catalyst: 시장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가 될 수 있다.
머지않아 외국 개인 투자자도 단순히 ETF를 보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만(Taiwan)이나 홍콩(Hong Kong) 시장을 거래하듯이 한국 시장 자체를 자유롭게 트레이딩(trading)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게 될것이다.
2. 한국 메모리주(반도체)의 국면
먼저, 메모리 비관론자(memory Bear)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본다.
“메모리는 본질적으로 여전히 경기순환(cyclical) 산업 아닌가?”
“현재의 극단적인 메모리 부족 현상은 결국 공급 부족 때문 아닌가?”
“지금 당장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기라도 하면, 이른바 메모리 슈퍼사이클(memory supercycle)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되는 것 아닌가?”
이러한 질문들은 모두 충분히 개연성이 있으며, 각기 나름의 논리 구조를 갖춘 가설이다. 나 또한 메모리가 본질적으로 경기순환 산업이라는 점에는 여전히 동의한다.
(메모리 사이클이 완전히 소멸하려면 상승 국면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은 필연적으로 주주에게 분배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익을 창출하는 국면에서도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지 않고 사실상 ‘무제한적 CAPEX(설비투자, capital expenditure)’를 투입해 성장하려는 일종의 기업 문화(DNA)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추후 ’외상후 공급 장애‘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이로 인해 업황이 좋을 때 필요한 ‘과잉투자 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메모리 업체가 큰돈을 벌어도 정작 그 이익의 대부분은 반도체 장비 업체로 흘러간다.
여기서 추가하고 싶은 점이 있다.
“과잉투자는 어차피 발생한다. 그러나 그 과잉투자가 실제 업황 둔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다.”
이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2-1. 클린룸 부족(shortage of cleanrooms)
먼저 마이크론(Micron)이다.
그동안 마이크론은 M&A(기업 인수·합병, mergers and acquisitions)를 통해 생산능력(capacity)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반도체가 전략 자산(strategic assets)으로 간주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각국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제는 M&A를 통한 생산능력 확장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더 나아가 DRAM 산업의 공급망 구조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3대 기업 체제로 압축되면서, M&A를 통해 신규로 확보할 수 있는 공장 후보지 또한 사실상 고갈된 상태로 보인다.
현재 마이크론의 기존 팹(fab, 반도체 생산공장)에서는 설계된 최대 생산능력(design capacity)을 기준으로 여유 공간(headroom)이 월 5만6만 장 수준(50–60K WPM, wafers per month)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 생산능력이 월 32만33만 장(320–330K WPM) 수준이며, 최대 생산능력이 약 38만 장(380K WPM)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공정 미세화(process shrink)가 진행될수록 공정 단계(process steps)가 길어지는 구조적 특성상, 단순한 전환투자(conversion investment)만으로는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마이크론은 신규 팹 건설(new fab projects)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총 세 곳의 신규 팹(fab, 전공정 공장)이 개발 단계에 있다. 히로시마 Fab 2(일본), 아이다호 신규 팹(Idaho fab), 그리고 뉴욕 프로젝트(New York project)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가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곳은 아이다호 팹이다.
아이다호 팹은 2027년 상반기(1H27)부터 생산에 기여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 초에 웨이퍼 인(wafer-in)이 시작되고, 2027년 상반기 내 웨이퍼 아웃(wafer-out)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또한 초기 램프업(ramp-up, 초기 생산량 상승 단계)은 DRAM 1c 라인(DRAM 1c node, 1c 공정 세대)에서 시작될 것으로 판단한다.
히로시마 Fab 2는 당초 계획 대비 가동(start-up)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온쇼어링(onshoring, 생산기지의 자국 회귀) 기조가 더욱 강화되면서, 미국 내 신규 팹을 먼저 가동해야 한다는 정책적·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히로시마 Fab 2의 경우 채용(hiring), 인프라 구축(infrastructure build-out) 등 거의 모든 준비 작업이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재의 진행 상황을 감안할 때, 해당 팹이 2027년 내에 가동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뉴욕 프로젝트(New York project)는 장기적 투자 성격이 매우 강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따라서 향후 3년(2025–2027) 동안은 실질적인 생산 기여(contribution to production)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즉, 뉴욕 팹은 단기 공급능력 증대와는 무관하며, 마이크론의 장기 공급 전략(long-term capacity planning) 차원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대만 부지의 경우 물리적으로는 신규 공장 건설이 가능한 가용 부지(available land)가 존재한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를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는 본격적인 팹 투자(plant investment)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한다.
즉, 부지는 있으나 지정학 리스크가 투자 의사결정을 사실상 보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현재 M15X(엠15X)에 장비 반입을 진행 중이며, 금년 4분기 건설 완료 이후 내년 초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회사는 용인(Yongin) 첫 번째 팹의 일정(timeline)을 앞당기고 있다. 회사는 컨퍼런스 콜에서 2027년 이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현재 P4L·P5L을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인프라 투자는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P4L에서의 생산 기여는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회사는 단기적 설비증설을 통한 용량 확보보다는 기술 경쟁력 회복(restoring technological competitiveness)에 방점을 찍고 장비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우선 SK하이닉스의 M15X에서 대부분의 용량은 HBM(High Bandwidth Memory)에 배정돼 있으므로, 현재 메모리 슈퍼사이클에서 핵심으로 부각되는 범용(commodity) 메모리 공급 부족을 완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이크론(Micron)은 이 맥락에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아이다호(Idaho) 팹은 2027년에야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기대를 걸 수 있는 대상은 삼성전자 P4L 팹뿐이다. P4L은 DRAM과 NAND를 동시에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팹(hybrid fab)이지만, 이곳에서도 범용 DRAM 생산량은 매우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P4L에서 생산되는 DRAM 물량 대부분이 HBM4에 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마이크론의 아이다호 팹과 SK하이닉스의 용인 팹이 2027년에 가동되기 전까지, 2026년 내내 메모리 공급 부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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