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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02l
이 글은 9년 전 (2014/11/08) 게시물이에요




뺄셈을 계속하니 나만 남았어요.

혼자 먹는 식탁.

연필심처럼 뾰족해지는 저녁.

 

옛날 고독한 왕이 식탁 위로 올라가 춤을 추었죠. 구두를 따가닥거리면

많은 발이 있는 것 같았죠.

식탁이 부서졌지만 계속해서 춤을. 단일한 밤이여, 단일한 공기여.

 
밤에는 검푸른 고등어와 까치만 돌아다녀요.

사과나무에 빨간 전구를 가득 켰어요.

버찌를 먹고 까매진 이빨은 빼버릴래요.

 
뺄셈. 마이너스 부호만 남을 때까지.

뺄셈. 리듬이 태어날 때까지.

 

달은 다시 나타나 나를 내려다보았죠.

하얀 밤도 풋사과도 없이

삼만 개의 밤을 건너가려고?

 

뺄셈을 그만두면 잇몸이 근지러웠죠.

고집스러운 뺄셈. 나를 뺄 때까지.

 

고독해진 나는 자전거에 올라 바퀴를 돌렸어요. 미세한 오르막과 미세한 내리막이 다리로 전해질 때,

눈을 감고 달려.

사람들의 말소리가 햇빛 속에서

부서져 귀를 스쳐갔어요.

까만 개미들……

까만 이빨들……

 
뺄셈의 춤을 느끼는 까만 밤에는 책을 읽었어요.

까만 글자들이 방 안을 떠다니며 내게 물었죠.

당신, 어때요?

 

나는 아직 흑백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밤을 끄덕끄덕 건너가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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