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조이 씨는 첫 인상이 어땠어요? 언니들 무섭고 그랬어?" 승완 언니가 슬기 언니랑 친해지고 싶어했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갑자기 들어온 김창렬 선배님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원체 거짓말 못하는 성격이라 마냥 좋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솔직히 말하자니 주현 언니 눈치가 보여 살짝 머뭇거리며 주현 언니를 쳐다보았다. '언니... 괜찮아?' '뭐 어때. 솔직히 말해도 돼.' 언니가 꼭 내게 이런 말을 전하는 것 같았다. 성격 좋은 사람이니까 이해해 줄 거라고 믿고 말문을 열었다. 아, 그래도 좀 무섭다. 다섯살 터울이라는 게 말이 다섯살이지 오 년이면 밥이 몇 공기야. 더군다나 언니는 이미 많이 어른인데. "음... 저는 아이린 언니가 좀......" "아이린 씨가 무서웠어요?" "언니가 되게 새침하잖아요.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는 잘 웃지를 않아요. 그래서 좀 무서웠었어요." 선배님이랑 언니들이 모두 깔깔 거리며 웃는다. 다행히 주현 언니 표정도 밝아 보인다. 눈을 마주치니 내게 미소를 보낸다. 거의 2년을 매일 같이 봐도 이 언니 진짜 예쁘게 생긴 것 같다. 나는 원래 예쁜 걸 좋아한다. 아까도 말했 듯이 좋은 건 좋다고 말해야하는, 거짓말 따윈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좋아요." 다시 언니를 보았다. 내 고백 아닌 고백에 수줍게 웃는다. 언니는 다 예쁘지만 웃을 때가 가장 예쁘다. 그래서 계속 웃게 해 주고 싶은 사람이다. "결론은 좋다구요, 언니." 옆에서 슬기 언니가 내 팔을 툭툭 쳐 온다. 아무도 들리지 않게 귓속말 속삭인다. '너 진짜 주현 언니 좋아하는 것 같아. 고백하는 거야?' 슬기 언니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귓가를 메운다. 응. 나 진짜 주현 언니 좋아하는데? - "수영아, 언니 아까 되게 감동 받았다?" "뭐가요?" "네가 나 무서웠다고 했잖아. 사실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도 사람인데 살짝 그랬거든. 내가 사람들이랑 그렇게 못 어울리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네가 그 후에 좋아한다고, 결론은 좋아한다고 두 번이나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그 말 하는 네가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몰라." "에이, 뭘요. 난 거짓말 못한다니까." "그럼 우리 수영이 언니 진짜 좋아하는 거네?" "당연하죠. 두 번이나 말했잖아요. 좋아한다고. 진짜 좋아해요. 음, 우리 엄마, 아빠, 동생 둘, 할머니 다음이 언니에요." "와- 나 네 친구들보다도 위야? 고마워 진짜. 이리와. 오늘은 언니 침대에서 언니랑 꼭 안고 자자. 언니가 안아줄게." "언니 그 키로 날 안는 게 가능해요? 오히려 안기게 될 걸?" "너어?" "그냥 언니가 이리와요. 내가 안아줄게." "야아-" "대신 언니는 뽀뽀해줘요. 콜?" 쪽- 애기야 잘 자. 애기란 말 하지 말라니까. 잘 자요.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거라고 역시 라디오 공개 고백은 참 잘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