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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주의(역저능아)☆★☆★
[EXO/찬백]하나하키병 박찬열 × 하나하키병 변백현
*한 송이
시작이 언제부터 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엣취!"
몸이 들썩이며 터져나온 기침에 불가항적으로 진분홍 꽃잎이 휘날린다. 아, 진짜. 이제는 익숙해진 손길로 책상을 수놓은 꽃잎들을 지익 밀어내었다. 담요를 꽁꽁 두른 몸을 웅크리며 코를 훌쩍였다. 아, 학교 가고 싶다. 책상 위에는 엄마가 가져다 준 내 교과서들이 내 성격에 맞추어 차곡차곡 열을 맞추어 쌓여 있었다. 학교에 가지 않은지 2주일, 아, 못 간건가. 무튼 나는 꽃을 토하는 병에 걸렸다.
"아들, 밥 챙겨 먹어"
"어."
오전 7시 30분, 12시, 6시. 엄마가 내 방 앞에 식사를 놔두고 가는 시간이었다. 처음 내가 아침 식사가 한창이던 식탁에서 꽃을 토해냈던 날, 내가 좋아하는 꼬들꼬들한 무말랭이고 짭조름한 꼬막무침이고 할 것 없이 분홍빛 꽃잎을 뒤집어 썼다. 그리고 정적. 노오란 유치원복을 챙겨입은 어린 남동생은 놀라 딸꾹질을 했고 여동생은 제 밥그릇을 허공에 든 채 허벅지로 내려앉은 꽃잎을 바라보았다. 그 다음은 아수라장이었다.
가족들은 아마 증상이 독특한 독감 같은 걸로 여기는 듯 했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단지 어린 동생들에게 옮기기라도 할까 열심히 내 방에서 칩거 생활 중이다. 꼴에 나도 교복입고 학교 다니던 녀석이라 공부를 게을리 할 수는 없어 엄마가 가져다 준 교과서로 방 안에서 자습을 하다가 엄마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작은 욕실이 내 방에 딸려있다는 점 정도?
자잘한 기침들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꽃잎들을 퐁퐁 쏟아낸다. 화장실에 앉아 발등으로 떨어지는 꽃잎을 느낀다. 허공을 휘저으며 무의미하게 타일의 수만 헤아리던 눈이 발끝을 응시한다. 나는 언제쯤 방을 나갈 수 있을까?. 무의식적으로 이마 가장자리를 차지한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흉터를 손으로 매만졌다.
.두 송이
"현이 아파요?, 어디가요?"
"심한 감기에 걸렸나봐, 그래서 지금 학교도 못 가. 옮으면 큰일나니까, 백현이 다 나으면 놀자."
"....백현이, 못 봤는데...보고싶은데.."
"아구, 속상하겠다. 백현이 금방 나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다 나으면 놀러와. 알겠지?"
"녜..."
기침이 조금 가라 앉은 것 같더니만 방밖으로 들려오는 지겨운 목소리에 다시 목이 들끓는다. 가벼운 엣취, 정도면 애교로 봐 줄 수도 있건만 이제는 쿨럭이며 뱃 속 깊은 곳부터 끓어오르는 듯이 터져 나온다. 목이 칼칼하고 아프다.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듣고 난 후 기침은 더욱 거세졌다. 두꺼운 이불에 머리를 쳐박고 꽃을 토해냈다. 진분홍의 그것은 꽃 본연의 아름다움은 커녕 이젠 역겹기만 하다. 종아리와 팔뚝, 머리통을 덮은 낱낱개의 꽃잎들을 털어낼 기운조차 없다. 이러다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이 따위로 무의미하게 죽어가면 어떡하지. 환절기의 감기처럼 가볍게 여겼던 꽃독감은 나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혀나...? 백혀나 자?"
꽁꽁
"백혀니...보고싶어..."
꽁꽁
저녁을 먹고 하릴없이 교과서를 읽어내리다 책상에서 잠이 들었던 건지 스톱워치의 전자계판이 마지막으로 본 것에서 2시간 가량이 지나 있었다. 귓가를 야밤의 도둑처럼 살글살금 파고드는 음성에 나는 찌뿌둥한 어깨를 기지개로 쭉 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 박찬열 진짜. 내가 돌아보자 으레 그 푼수같은 얼굴이 활짝 웃는다. 내 방에 딸린 작은 베란다로 건너온 듯 맨발의 박찬열은 유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꽁꽁. 내가 돌아봄에도 연신 두드리는 것이 열어달라는 뜻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저 바라보았다. 자느라 사그라들었던 기침이 다시 터져나올 기미를 보였다.
"현아, 문 열어주면 안대?"
"...가, 옮아"
"아니야, 찬열이 튼튼해, 열어주면 안대?"
인상을 찡그리고 기침을 참는 내 앞에서 녀석은 불쌍한 얼굴을 하고 사정하듯이 말했다. 꽃잎을 토해내는 추한 꼴은 저녀석에게 만큼은 보여주기 싫어서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침은 겪어왔던 것과 달랐다. 심장이 저릿하게 울리며 숨이 벅차는 게 피라도 토해낼 듯 목이 까끌거렸다. 의자에서 일어나 베란다 앞으로 다가가자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안절부절거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많이 아파? 백현아, 문 열어조, 보고싶어.
커다란 게 목구멍에 걸린듯이 숨이 차올랐다. 녀석에게 손을 내저었다. 가, 제발. 그럼에도 오늘따라 고집있게 군다. 항상 내 말이면 죽는 시늉도 할 모양으로 들러붙던 녀석이 완강하게 문을 열어달라 떼를 쓰니 매몰차게 커튼을 닫으려는 내 손은 천자락을 잡은 채 멈추어 있었다.
"왜 그래, 오늘따라"
"백혀니 못 본지 하나, 둘, 셋...넷...어.., 많이 됐어, 백 밤 넘었어"
"헛소리 하지마, 2주 밖에 안 됐어"
"그래도, 보고싶어"
"보고 있잖아"
"아니야, 안아줄래"
이마를 짚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곧 커다랗게 터져나올 것이다. 꾹꾹 눌러 참는 나는 보이지도 않는지 억지를 부리며 문을 두드리는 손을 멈추지 않는 녀석에 짜증이 치민다. 제발 좀 가라고. 현아...열어조....한참을 그렇게 실랑이를 했을까, 결국 토해냈다. 평소의 서너배는 되어보이는 꽃의 뭉텅이가 목구멍을 잔뜩 간질이고 터져나와 바닥을 굴렀다. 씨..발, 진짜. 베란다 유리 너머의 녀석은 충격을 받은건지 유리와 손가락의 뼈마디가 부딪혀 나던 소리마저 입을 다물었다. 내가.
"내가 가라고 했잖아!, 꺼져! 제발"
내 모진 말에 후다닥 베란다를 맨발바닥으로 밟아 옆집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스무송이는 거뜬히 넘는 봉우리들을 가득 피운 채 터져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낫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어가고만 있다. 무섭다. 이대로 꽃잎에 잠식되어 죽을 것만 같다.
.세 송이
박찬열
우리 옆집에 사는 약간 모자란 애다. 처음 만났을 때 발음이 어눌한 게 단지 혀가 짧아서 그런 줄 알았더니 원래 그런 거라고 했다. 어렸을 때 사고로 머리를 다쳤다고 했나. 무튼, 그리고 하나 더 덧붙여 설명하자면 녀석은 나를 좋아한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6살 전의 기억은 백지처럼 깨끗해서 그 전은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바로 박찬열은 내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옆집 아주머니네 집으로 들어왔다. 어디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살다가 왔다고 했다. 엄마와 마트에 가려 열고 나왔던 현관문 앞에서 만난 박찬열은 나를 보자마자 방긋 웃었다. 안녕, 안녕. 바보같은 인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마의 다리 뒤로 숨었었다. 그게 첫만남이었고, 녀석은 그 이후로 내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유치원도 같은 유치원을 가고,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항상 노란 셔틀 버스를 함께 했다. 그때마다 손을 잡으려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는 걸 피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눈치를 살살 보며 다가오면 대놓고 뿌리치기가 미안해서 다른 친구를 부르며 달려가거나 선생님께 화장실이 가고 싶다 졸랐다. 그러면 어린 녀석의 얼굴이 오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어쩌면 좀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어린 주제에 슬픔을 알기나 했을런지 모르겠지만.
[니 왜 2주째 결석?쌤이 너네 집에 무슨 사정 있어서 그렇다는데 뭔 일임?]
[확인했으면 답장을 해 개새야]
[변백현바보한테 물어보니까 너 아프다는데 무슨 큰 병 걸림?]
[나도 눈알이 박혀있는데 1 사라지는 게 안 보이겠냐 아]
카카오톡 대화방을 채운 친구들의 카톡을 무심하게 읽고 1이 모두 사라진 방을 나와버렸다. 변백현바보 라는 다섯 글자에 박찬열의 상처받은 얼굴이 스멀스멀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눌러앉는다. 놀라 달아난 녀석이 늦은 밤 다시 찾아온 걸 두 눈을 마주한 채로 커튼을 닫아버렸다. 울었는지 이따금씩 예쁘다고 생각했던 눈이 주위가 퉁퉁 부은 채로 웃던 얼굴이 커튼이 파도처럼 밀려와 투명한 유리창을 덮는 사이 슬프게 휘었다. 덜 쳐진 커튼 탓에 창에 붙은 애처로운 손이 보여서 그것마저 커튼을 당겨 가려버리고 난 후엔 녀석을 보지 못했다.
또 상처를 받았겠지. 몸을 들썩이며 침대 위로 꽃잎을 토해냈다. 눌러 앉은 녀석은 엉덩이가 꽤나 무거운지 나갈 생각을 않는다. 그 짧은 순간 숨김없이 드러나던 기쁨과 슬픔의 경계선이 자꾸만 마음을 괴롭게 했다. 사실 걔가 잘못한 건 없는데 항상 이런 식이다. 한껏 귀찮아 하는 나를 녀석은 뒤쫓고 애정을 주고, 나는 그럼 돌려준다. 뭐를?. 상처따위의 것들을. 내게로 쏟아지는 애정에 비례하는 크기로 상처를 준다.
이번엔 좀 심했어. 어느새 시야를 가려버릴 정도로 담뿍 쌓인 꽃잎들이 보이자 불현듯이 눈물이 차오른다. 목에서 비릿한 피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이대로 진짜 죽어버릴 것만 같아서, 목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아들, 선생님께서 다다음주 월요일부터는 꼭 나와야 한대"
"......."
"옮는 게 아니면 괜찮은데, 아무래도 애들이 놀라지 않을까 싶네"
"......."
"아직도 많이 아파?, 일단 밖에 한 번 나와볼래? 혹시 옮는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깐.."
"아니"
"....그래, 밥 먹고...감기약 챙겨 먹어"
침대에 몸을 둥그렇게 웅크리고 누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보이지 않아서 내 걱정으로 발을 동동 구를 걸 알면서 나는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였다. 밤새 기침을 하느라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꼴딱 샜다. 커튼 아래로 새어들어오는 푸르스름한 새벽빛을 보고서야 겨우 쪽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아침, 벌써 16일째. 밤새 토해낸 꽃이 침대를 가득 에웠다. 침대에 앉아 무릎을 끌어 안았다. 문 밖에서 고소한 미역국 냄새가 났다.
꽁꽁
결국 엄마가 차려 준 아침상은 방으로 들여만 온 채 비우질 못했다. 한참을 들숨날숨만 의식적으로 반복하다 시계를 보니 점심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현아, 있지?"
"....."
"보여줄 거 있어, 커튼 열어주면 안대?"
"......"
"들어간다고 떼쓰지 않을게, 커튼만...열어주면 안대?"
애처롭게 나를 부르는 소리에 결국 커튼 앞으로 가 한참을 망설였다. 코를 찌르던 미역국의 냄새가 차갑게 식어 더이상 맡아지지 않는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뱉고 커튼을 열었다.
".....이거 봐, 나도 현이랑 똑같아"
"?"
"나도, 그래"
그에 맞추어 녀석은 작게 몸을 들썩이며 기침을 했고, 거짓말처럼 입술 새로 꽃을 뱉어냈다. 내 동그래진 눈에 녀석은 헤헤 웃으며 연하늘색의 꽃을 흩뿌렸다. 베란다의 난간 틈새로 날아가지 못한 꽃잎들은 녀석의 발치에 내려앉아 몸을 흔들었다. 마주친 눈은 엊그제 매몰차게 덮어버린 커튼 너머로 보이던 눈보다 두배는 부어있었다. 나, 이제 갈게. 하며 주섬주섬 내 방의 베란다와 녀석의 방 베란다 사이의 좁은 틈을 넘어갈 준비를 하는 녀석을 불러세웠다.
"야, 야!"
"응?"
"....들어와 봐"
또 웃는다. 이미 제 방 베란다로 반쯤 넘어갔던 다리가 내 말에 거짓말처럼 방향을 돌린다. 냉큼 넘어온 녀석은 내가 문을 열어주기가 무섭게 나를 끌어안을 줄로만 알았더니, 얌전하게 방으로 들어와 내 눈치를 본다. 왠지 거슬리는 태도에 제 손해지 내 손핸가 싶어서 나도 모르는 척 침대로 걸어가 꽃잎을 거둬내고 녀석이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앉아. 침대를 두드리는 손을 따라와 침대로 걸터 앉는다.
"뻥 아니지?"
"뭐가?"
"이거, 꽃 나오는 거"
눈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평소와는 달랐다. 두 손을 모아 소심하게 꼼지락거리며 제 발끝에 시선을 맞춘 녀석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지질 않았다. 괜히 신경쓰는 척을 해주다 녀석이 들떠버리면 내가 더 귀찮아질까 또 모르는 척을 했다. 연신 작게 쿨럭이며 터져나오는 내 기침에 녀석이 자꾸 움칠거리는 게 보이자 더 거슬렸다.
"넌 언제부터 그랬는데?"
".....7일 전?"
한 손바닥을 완전히 펴고, 나머지 한 손의 검지와 엄지를 치켜든 녀석은 숙여진 머리통이 고개를 젓는다. 뭐야, 그럼 7주 전?, 7개월..?. 계속 되묻다 보니 문득 머릿 속을 치닿는 생각은 얘가 날짜 개념이 있었던가? 였다. 내 생일은 매년 빠짐없이 챙기는 걸로 보아 없진 않을텐데. 7년 전이냐고 묻는 말에도 고개를 저음에 답답해져 왔다. 그럼 언제부턴데.
"7살"
"...?"
"7살 때부터 기침하면 그랬어"
"......."
구라치지 말라고 되받아 쳤어야 했는데 녀석이 무릎 언저리로 얹어진 마디가 긴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꾹, 아주 꾸욱 무릎을 잡고 있어서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오늘의 녀석은 많이 낯설다. 저번에 상처를 너머 많이 받았었던 걸까. 괜히 미안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녀석은 어느 순간부터 코를 훌쩍이는가 싶더니 간헐적으로 기침을 했다. 그때마다 진분홍의 꽃잎 위로 연하늘색의 꽃잎이 내려앉았다.
"그럼, 너 이거 왜 그런 줄 알아?"
"......"
"몰라?, 모르겠지?....아 거지같네"
7살이면 족히 11년을 앓아온 병일텐데 녀석은 나와 달리 기침도 적고 겉보기엔 제법 멀쩡하다. 얘도 이유를 모르면 어떡하냐, 고치는 방법은 없나. 아줌마는 애가 꽃잎을 토하는 기침을 하는데 놀라지도 않으셨나?. 생각이 물꼬를 튼 곳으로 줄지어 터져나와 머리를 어지럽혔다. 백혀나. 어눌하지만 올곧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항상 내게 애정을 표하던 그 목소리였다.
"엄마가 그랬는데, 이거는 병이 아니야"
"....그럼?"
"현이..."
"......."
"......."
"......."
시간을 끌지 말라고 타박했어야 평소의 변백현이고, 그런 나를 향해 바보처럼 웃는 게 평소의 박찬열일텐데. 진지하다 못해 서글픈 얼굴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춰오자 말이 멎고 기침마저 목구멍 끝으로 걸려 터져나오질 못한다. 쿵쾅쿵쾅. 심장이 크게 뛰어온다.
"현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뭔 소리야."
"이건 짝사랑이랬어, 엄마가. 백혀니도 그런 걸 거야."
"짝사랑?"
이건 무슨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유치하기 짝이 없어 한숨만 터져나오는 설정인가 싶기도 하다. 짝사랑?.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근데 녀석의 표정은 변화없이 진지하기만 해서 어떠한 퉁명스러운 불평도 입 밖에 내질 않았다. 녀석은 무언가를 뺏긴 어린 아이같은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여자를 마주칠 일도 없거니와 젊은 여자 선생님이라곤 요근래 결혼을 하신 분이 딱 한 분 계시는 불모지같은 남자 고등학교에서 어디 꽃 피울 로맨스가 있다고 나는 꽃이나 토해내고 있는가.
"그럼 이건 언제 낫는데?"
"백혀니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이루어지면 낫는 거야"
"......"
"......"
"...그럼 넌?"
무수한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박찬열의 짝사랑 상대가 나라는 걸 내 자신이 인정하는 말. 녀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바보같은 얼굴이다. 말갛게 웃으며 마주쳐오는 눈에 작게 기침을 쿨럭였다.
"그럼 나도 낫는 거야, 백혀니를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으니까."
녀석다운 대답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이어진다면 깨끗하게 날 포기하겠다는 말은 결국 7살때부터 알아온 애정의 열병의 원인이 나 임을 확신시켜 주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녀석이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열이, 엄마가 찾을 거야. 현이 잘 있어.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건내기도 전에 녀석은 베란다 문을 나섰다. 탁탁, 쿠당탕. 잘 걷던 걸음걸이가 무너지며 넘어지는 소리에 다급하게 뛰어나간 베란다에는 저쪽 방으로 넘어간 박찬열이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있었다.
"야, 괜찮아?"
"......"
"박찬열"
처음이다. 녀석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나를 등지고 간 건. 그동안 참아왔기라도 한듯 녀석의 뒷모습을 향해 크게 기침을 토해냈다. 녀석은 꽃을 토하며 울고 있었다.
.네 송이
오랜만에 방 문을 열고 나간 거실엔 엄마가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아직 유치원을 다니는 막내 동생조차 집에 오지 않은 늦은 아침, 깨끗히 비운 그릇들이 달그락거리는 쟁반을 들고 나타난 나의 모습에 엄마는 청소기로 거실을 밀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옮는 거 아니래, 병도 아니고. 그냥 감기 엇비슷한 것 같아."
"그래?, 우리 아들 얼굴 오랜만이네."
바닥으로 눕혀진 청소기의 긴 목을 바라보다 내게 다가와 얼굴을 쓰다듬는 엄마를 올려다 보았다. 내 걱정으로 전보다 살이 내린 엄마가 보이자 울컥 눈물이 났다. 그런 나를 안고 엄마는 등을 토닥여주었다. 많이 힘들었구나, 아들. 엄마의 포근한 품에서 울면서도 자꾸만 머릿속을 방황하는 커다란 녀석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보는 녀석의 서러운 울음. 학교에서 으레 양아치 놀이를 즐겨하는 아이들의 조롱에도 아무런 반응없이 웃던 녀석이, 잔뜩 감정을 억누르는 얼굴로 울며 떠나더니 더이상 오질 않았다. 꽁꽁.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던 노크소리가 멎어버렸다.
내 등을 토닥이며 엄마는 주문처럼 되뇌어 주었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엄마의 품에 안겨 우는 게 처음인 것 같은데 데자뷰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엄마, 그 녀석도 괜찮겠지?.
아까아까 조각처럼 올렸던 글에 살 좀 붙여봤어ㅠㅠ
내가 글쓰는 건 좋아하는뎅
영 소질이 없어서ㅠㅠㅠ
징둘이 괜찮다고 하면 더 써보려고!!
백현을 좋아하는 찬열이랑
찬열이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서
하나하키병에 앓고있는 백현이
진분홍색의 분꽃, 꽃말은 겁쟁이
연하늘색의 하늘꽃, 꽃말은 애정,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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