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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국뷔 요소가 있습니다. 배경음악이 있으니 재생해주세요.
신지수, 나의 새벽
윤기는 시끄러운 전화벨에 눈을 떴어. 전화를 해 올 사람은 없었는데도 말이야. 윤기가 협탁을 더듬거리더니 휴대폰을 집어 귓가에 가져다대었어.
ㅡ 여보세요.
ㅡ 윤기 형.
ㅡ 김태형?
ㅡ 김태형은 누구예요. 전정국.
ㅡ 아, 전정국. 어?
ㅡ 영화보러 가요. 형 동네에 있는 영화관, 심야영화로, 12시. 데리러 갈게요.
정국이 뚝, 하고 전화를 끊었어. 뭐야. 윤기가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집어넣으려다 몸을 빠르게 일으켰어. 영화? 전정국이랑? 윤기는 이마를 붙잡?았어. 그래.
윤기는 한 번도, 태형이나 지민 외에 다른 사람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없었으니까. 시계는 아직 열 시야. 윤기가 일어나는 시간은 열한시였고. 윤기는 빠르게 방을 나왔어.
아직 남준이 들어오지 않았어. 또 과제 때문에 바쁜건가 싶었어. 윤기는 옷장에서 옷을 뒤적이다 제일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어. 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어.
윤기가 현관문을 열었어. 정국이 마침 엘레베이터에서 나오고 있었어. 윤기가 정국을 이끌었어. 가자며. 정국은 통보식으로 말했지만, 정말 나온 윤기에 웃었어.

"형."
"왜."
"보고 싶었던 건, 알아요?"
열일곱의 소년, 그리고 스물 둘의 남자. 그리고 윤기. 세 사람이 공존했어. 윤기는 무슨 대답을 해주어야 할 지 몰랐어. 윤기가 입술을 오물거렸어. 엘레베이터는 왜 이렇게 느린지.
마침내 문이 열렸어. 정국은 대답을 바라지 않았던 듯 미련없이 엘레베이터를 먼저 빠져나갔어. 윤기가 멍하게 쳐다만보고 있자 윤기의 목에 둘러진 하얀 목도리를 잘 여며준 정국은 성큼성큼 앞서나갔어.
새벽의 영화관은 한적했어. 윤기는 걸음이 빠른 정국을 놓칠까 셔츠자락을 다급하게 잡았어. 그런 윤기를 뒤돌아본 정국이 걸음을 맞추어 느리게 걷는 정국이 팝콘을 들고왔어.
달달한 카라멜 향이 코끝을 맴돌았어. 그러고보니 남준과 같이 먹던 저녁을 오늘은 먹지 못했어. 윤기는 남준의 생각을 했어. 지금도 안 들어왔을까. 영화가 시작되고 화면을 빛으로 꽉 채우자 윤기는 남준의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를 썼어.
커다란 영화관,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둘. 얼마나 지났을까, 윤기는 극장 한 가운데에 있는 자신과 정국만이 전부란 것을 알았어. 옆을 돌아보니 팝콘을 집어먹으며 영화에 집중을 하고 있었어.
그러다 윤기의 시선을 느꼈는지 정국이 옆을 돌아봤어. 반짝이는 스크린에 비친 눈동자가 반질거렸어. 이를 드러내 씩 웃은 정국이 윤기의 입 속으로 팝콘을 여러개 집어넣었어.
달게 녹는 카라멜이 혀에 기분좋게 감겼어. 정국은 어느새 제게로 몸을 틀어 앉았어. 속절없이 흘러가는 영화는 신경쓰지 않는 듯 윤기가 먹는 모습만을 환한 스크린 빛에 의지해 보고 있었어.
정국이 윤기가 팝콘을 느릿하게 씹어 넘길 때마다 입 안으로 팝콘을 다시 넣어줬어. 윤기는 한 달 동안이었지만 저녁밥을 먹는 게 몸이 적응이 됐는지 술술 넘어갔어.
얼마만큼을 먹었을까, 정국의 손이 윤기의 볼으로 올라왔어. 저 입술을 먹어버리면, 입술마저도 달까. 정국에게 윤기는, 달고, 또 단 사랑이었으니. 그러나 윤기는 정국의 손을 밀어냈어.
영화, 끝났어. 윤기가 한 말이었어. 영화에서는 에필로그가 흘러나오고 있었어. 윤기가 먼저 일어섰어. 윤기와 정국은 윤기네 집 앞에서 헤어졌어. 정국의 마음에는 설렘을 가득, 윤기의 마음에는 태형이라는 짐을 가득 얹고.

"그래서, 이 늦은 시각까지 영화를 보고 오셨다?"
남준은 소파에 앉아있다 윤기가 들어오자마자 윤기의 앞으로 걸어가 팔짱을 끼고 물었어. 윤기는 품에 안고 있던 커다란 팝콘 통을 안은 채로 남준을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을 하고 올려다봤어.
아니, 그러니까. 전화는 왜 안 받아. 아니, 영화 봐서. 나한테 얘기하고 갔었을 수도 있잖아요. 윤기는 남준이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래. 윤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남준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긴 해요?"
"걱정, 했어?"
"밖에는 나가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없어져서는 연락도 안 되고. 나갔다가 나쁜 짓이라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남준의 나긋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어. 남준의 눈에 비치는 별은 고요하게 춤을 췄어. 그냥, 그렇다구요. 남준이 소파에 놓아둔 크로키북과 연필을 들고 뒤를 돌았어. 이어지는 오버랩. 윤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기 전에 남준의 옷자락을 붙잡았어.
남준은 뒤돌아보지 않았어. 윤기가 남준의 등에 얼굴을 묻었어. 미안해. 중얼거리듯 뱉어내는 말은 물기에 젖어있었어. 남준이 한숨을 쉬었어. 윤기의 울 것 같은 얼굴을 마주하자 마음이 무너져내렸어.
저 얼굴만, 저 표정만 보면 약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윤기가 어느샌가 많이 커져있었다는 뜻이었어. 남준이 윤기를 안으려다 멈칫했어.
왜일까, 윤기를 안으면 제가 더 아플 것 같았어. 직감이었어, 그건. 남준이 윤기의 부슬거리는 머리를 쓰다듬었어.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요. 울겠네."
말투는 다시 다정했어. 윤기는 눈물을 떨구었어. 한 번 무너지고 말았는데 또다시 무너지는 건 쉬웠어. 남준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를 바랐어. 그래서, 남준이 자신에게 칼을 꽂지 않기를 바랐어.
또 운다, 또 울어. 윤기는 역시 안지 않고는 못 버틸 사람이었어. 남준이 크로키북을 옆 탁자에 올려두고는 그대로 윤기를 끌어안았어.

"미워하지, 마."
울음에 먹힌 말은 알아듣는 데에 한참이 걸렸어. 안 미워해, 안 미워해요. 살살 어르는 말투로 윤기를 달랜 남준이 윤기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어. 울어서 붉어진 눈가를 엄지로 쓸어준 남준이 윤기의 눈빛에 숨이 막혔어.
어둑했고, 향초 두어개가 은은하게 켜 있었어. 남준에게 충동이 일었어. 향초의 향보다, 앞의 윤기가 더 달아보였어. 남준은 윤기를 품에 끌어안는 것으로 그 생각의 회로를 막았어. 아니, 막으려 애썼어. 종국에는, 윤기가.
윤기가 남준의 품 속에서 입술을 짓눌렀어. 도망가고 싶었어, 남준에게서. 전생의 남준도, 현생의 남준도 왜 이렇게 자신을 기억이라는 괴물 안에서 잡아먹히게 만드는지 몰랐어.
윤기도 알았어, 더 이상 잡아먹히면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어쩌면 남준까지도. 남준을 다시 죽게 만들 수는 없었어. 내가 어떻게 다시 네게 칼을 꽂겠어, 남준아. 내가 어떻게 네 목을 물 수 있을까.
윤기는 눈을 질끈 감았어. 피로가 몰려왔어. 아픈 건 싫었어, 더 이상은. 남준을 더 이상은 마주할 수도, 바라볼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았어. 편두통이 일었어. 흔들리는 새벽이 깊었어.

흔들려서는 안 되는 자리입니다. 흔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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