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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5/12/25) 게시물이에요

ㄱ새벽이라 사람 없을거같지만, 민슙 크리스마스연성 | 인스티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형, 좋아해요." 

"그래 많이 좋아해라" 

"형은 저 안좋아해요?" 

"응" 

 

 

"언제쯤 저 좋아할거예요?" 

"글쎄 그런일이 생기려나.." 

 

 

"형, 진짜 전 별로예요?" 

"자꾸 이럴래?"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밝혔음에도 계속해서 들이대는 징글징글한 새 룸메를 들인지 겨우 세달이었다. 그동안 윤기는 폭삭 늙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가장 편안하고 아늑해야할 공간인 집이(비록 월세에 투룸이지만) 군대간 옛 룸메인 남준의 후배 지민을 들이고부터 피곤을 가중시키는 곳이 되어버렸다. 

 

 

워낙 술을 잘 마셔 술자리에서 뒷처리를 담당하던 남준이 신입생환영회에서 뻗어버린 지민을 들쳐업고 왔던 것이 둘의 첫 만남이었다. 마침 윤기가 고향집에 내려가느라 집을 비웠을 때여서 남준은 별생각없이 지민을 윤기의 침대에 던져놓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집에 들어온 윤기는 자신의 침대에 웬 앳된 남자애가 누워있는것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술에취한 지민이 벗어던진 옷가지때문에 둘의 사이를 오해한 윤기는 한동안 남준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했다. 눈치가 없고 둔하기로 유명한 남준은 윤기가 자신을 피한다는 것조차 한참 후에야 알았고, 덩달아 지민까지 몇개월가량 윤기의 머릿속에 '게이'로 인식되어있었다. 

그러던 중, 남준이 덜컥 군입대를 해버렸고 기숙사에서 잘 생활하던 지민은 '윤기형이 외로울까봐'라는 말도안되는 이유를 대며 윤기의 집으로 들어왔다. 

 

처음 한동안은 윤기도, 지민도 바빠 서로 얼굴 마주 볼 시간조차 없었다. 지민이 이사오자마자 바로 닥친 기말고사에, 지민은 대충 필요한 책과 옷가지들만 가져다 놓고 생활해야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종강을 하고 나서야 제대로 남준의 방을 치우고 지민의 짐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생략. 이 과정에서 지민은 윤기를 좋아하게된다! 

 

 

그 이후로 지민은 끈질기게 윤기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처음 들켰을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지민이 어색해할까봐 어차피 방학인데 본가에나 내려갈까 싶던 윤기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계속해서 구애하는 지민에 되려 진이 빠져 진지하게 본가로 내려갈까 생각까지 했다. 

 

"형, 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니까요? 저 집착도 안하고 구속도 안해요!" 

"아니 글쎄 난 남자한테 관심이 없다니까요 이인간아.." 

 

내심 윤기는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되는 똑같은 대화에도 지치지도 않는 지민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내색하려 하지는 않았다. 제가 무슨 말을 하던 '그럼 저랑 만나볼래요?'하는 대답이 돌아올 것을 알고있기에. 

 

사실 윤기는 일찌감치 본가로 짐싸서 내려가거나, 하다못해 친구네집에라도 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단지 지민이 안쓰러워서, 끈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서만은 아니었다. 20년넘게 그렇게 살아왔으니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남자후배를 단번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계속 부정 해 왔을 뿐, 정말로 지민의 고백이 남자라는 이유로 징그럽다거나 소름끼쳤다면 지민이 마음을 들킨 그날 바로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개강이 다가오던 어느 여름밤, 지민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날 밤에 윤기는 결국 본인의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갑자기 그래,좋아! 하는것은 너무 어색하고 닭살돋는다 생각한 윤기는 적당한 때를 찾아 지민이 또다시 고백해 올때 그러마 하고 대답할 생각이었다.  

 

다음날 아침, 삼일후에 돌아온다던 지민이 갑작스레 집에 들이닥쳤다. 거실로 나가자마자 태연하게 앉아 티비를 보고있는 지민에 윤기는 의아할 뿐이었다. 

 

"너 왜 집에있어?" 

"아, 생각해보니까 기차 예약을 안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친구네집에 모여서 술마시고 좀전에 들어왔어요." 

"아,그래." 

"왜요, 하룻밤이었는데도 그리웠어요?" 

 

이제 하루이틀도 아니기에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지민을 좋아한다고 인정하고 나니 지민의 말들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갑자기 달아오르는 얼굴에 당황한 윤기는 이러다간 고백하면 바로 받아주게 생겼네, 중얼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두달이 또 흘러 개강을 하고, 윤기와 지민 모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표가 엇갈려 서로 잘 마주치지도 않아 당연스럽게 지민이 윤기에게 만나달라고 구애하는 일도 줄었다. 윤기는 어쩐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라 생각했었는게 그래도 또 안보이니 아쉽고 보고싶었다. 

한 학교인데도 왜이렇게 마주치는 일도 없을까 생각하던 윤기의 시야에 저 멀리서 친구들과 걸어오는 지민이 잡혔다. 아는척을 할까 싶었지만 친구들이 있어 그냥 반대쪽으로 걸어가려 하던 윤기를 지민이 붙잡았다. 

 

"형! 우리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뭘오랜만이야, 아침에 얼굴 봤으면서." 

"에이, 인사도 안하고 나갔잖아요. 저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요. 같이 저녁먹어요! 형 오늘 오후 공강인거 다 아니까 바쁜척 하지 말구요. 애들있어서 가볼게요 이따봐요!" 

 

빠르게 다다다 할말만을 내뱉고 가는 지민에 윤기는 실소를 터트렸다. 틱틱대며 싫은척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민이 먼저 다가와줌에 고맙다고 생각하는 윤기였다. 

 

(저녁먹는거 생략) 

 

"박지민." 

"왜요?" 

 

윤기는 큰 결심을 한듯, 설거지를 하고있는 지민을 불렀다. 

 

"아직도 나 좋아해?" 

"그럼요. 왜요, 이제 저랑 사귈 마음이 들었어요?" 

"아니 뭐, 글쎄.." 

 

말끝을 흐리는 윤기에 주방에 있던 지민이 고무장갑을 벗을 생각도 못하고 거실로 뛰어나왔다. 

 

"진짜로? 진짜 제 고백 받아줄거예요?" 

 

정말 크게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 손에서는 물을 뚝뚝 흘리는 지민에 윤기가 웃음을 터트렸다. 귀엽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 조금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눈이오면, 그럼 그때 니 고백 받아줄게." 

 

 

윤기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지민의 고백을 받아주겠다고 한 지도 두달이 더 지나, 어느새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게 되었다.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전구들과 트리들이 즐비하고 경쾌한 크리스마스 캐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민은 비소식 조차 없는 일기예보에 좌절하며 소풍 전날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어린아이처럼 매일 밤 크리스마스에 조금이라도 눈이 내리게 해달라고 빌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기말고사를 다 끝내고 여유로워진 윤기는 여기저기 친구들 손에 끌려 연말 모임에 다니기 바빴다. 다들 윤기에게 아직도 혼자냐며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설레발을 쳤지만 윤기는 지민을 떠올리며 만나는 사람이 있다며 거절했다.  

 

눈이 올지 안올지, 윤기에게 어떤 말로 고백할지 고민하느라 밤을 홀딱 새운 지민은 퀭한 얼굴로 크리스마스의 아침을 맞았다. 윤기는 아침 일찍 약속이 있다며 나갔고 지민은 눈이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맑은 하늘에 좌절했다. 

약속도 다 취소하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눈이 오기만을 바라며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던 지민이었지만 야속하게도 눈은 전혀 내리지 않았다. 어느새 날은 저물어갔고, 윤기가 들어올 시간도 다가왔다. 지민은 문득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섰다. 

 

지민과 엇갈려 집에 들어온 윤기는 아무도 없음에 의아해했다. 윤기는 눈이 오던 안오던 어차피 고백을 받아주기로 마음먹었기에 케익을 하나 사들고 들어와 함께 케익을 먹을 생각이었다. 

곧 급하게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민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어디 갔다왔어?" 

"아,문구점이랑 빵집에 잠깐... 어, 형도 케익 사오셨어요? 저도 사왔는데.." 

"뭐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으면 되겠지. 얼른 옷이나 벗고 와라" 

 

겉옷을 벗고 주방으로 들어선 지민이 큰 결심이라도 한듯 윤기에게 다가섰다. 

 

"형, 저 진짜 일주일내내 눈오게 해달라고 빌었거든요? 그런데도 눈이 안오네요." 

 

윤기는 지민이 눈이 오기를 애타게 바랄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스무살 먹은 다큰 남자애가 하늘에 눈오게 해달라고 빌었다니, 귀엽다고 생각했다.  

눈이 안와도 괜찮다고 말하려던 참에, 머리 위로 눈이 내렸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눈 내리게 하려구요. 이제 눈 내렸으니까, 형 저랑 만날래요?" 

 

인공 눈 스프레이였다. 어이없지만 귀여운 발상에 순간 벙진 윤기는 지민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눈이 안와서 눈을 내리게 했다는 지민의 말을 곱씹어보고는 웃음이 터졌다. 한동안 아무말도 없이 웃기만 하는 윤기에 지민은 초조한 얼굴이었다. 

 

"아, 진짜. 어떻게 눈 안온다고 눈 스프레이를 가져다 뿌릴 생각을 하냐, 너도 참 너다." 

"그래서 안받아줄거예요?" 

 

처음 보는 초조해하는 지민의 얼굴에 윤기는 더 놀려주고 싶어졌지만, 10월부터 지금까지 끈 것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눈이 오지 않아도 그냥 고백을 받아주려 했었노라고, 그냥 놀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활짝 웃은 지민은 윤기를 세게 끌어안았다. 

 

"형, 진짜 좋아해요. 진짜 잘해줄게요!" 

"나 여자 아니다, 여자처럼 대하면 진짜 죽일거야." 

"아이고, 그럼요. 당연하죠" 

"그전에, 주방부터 치워라. 눈스프레이때문에 미끌미끌하잖아." 

 

어느새 크리스마스는 끝나가고 있었다.  

 

똥글이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한거니까...ㅎㅎ.... 

슙민으로 시작한건데 쓰다보니 민슙이 맞는거같다.  

그냥 취향껏 봐도 될거같기도하고...몰라. 

여튼 탄들 다들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사진
탄소1
아니 이런 글에 댓글이 없다니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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