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물 하면 국민이죠 上
호위무사 전정국X왕세자 박지민
달이 휘영청 빛나자, 흐릿했던 밤안개가 겹쳐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어린 세자는 신이 나는지 땅에 진 그림자를 밟으며 총총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 뒤로 비슷한 몸집의 아이가 쫓아왔다. 새들도 울지 않는 고요한 밤, 세자의 웃음소리가 동궁전 앞마당에 울려 퍼졌다.
“저하, 그러다 다치십니다.”
“정국아, 그림자밟기 놀이 하자.”
“저하, 넘어지시기라도 하면,”
“넘어지지 않을 것이래도? 그리구 둘만 있을 때는 편하게 부르랬잖아.”
“허나 저하, 남들이 보면 큰일 납니다.”
“우리 둘 밖에 없잖아.”
“...”
“얼른. 불러 봐. 지민아- 하구.”
“저하.”
“얼르은. 따라해 봐. 지민아-.”
“ㅈ, 지민아.”
“잘하네. 앞으로 그렇게 불러.”
“예.”
“약조하자.”
어린 세자가 작은 새끼손가락을 펴 눈앞의 소년에게 내밀었다. 응? 하며 손을 살짝 흔들자, 정국은 한숨을 푹 쉬곤 어린 나이에 칼을 잡아 거칠어진 손을 내밀었다. 세자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정국의 손가락에 밀착하듯 감겼다. 절대 먼저 풀지 말거라, 앞으로도. 예. 아니지. 응.
신이 난 지민이 듬성듬성 난 그림자를 밟으며 앞뜰을 뛰어다니다 연못 앞에 자리를 잡고 주저앉아 못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잉어를 말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국이 지민의 옷자락을 정리해주며 지민을 따라 바로 옆에 주저앉았다.
“지민아.”
“응.”
“나랑 약조 하나만 더 해.”
지민이 무엇이냐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정국을 바라보자, 정국의 볼이 붉어지며 헛기침을 두어 번 하다 앞을 쳐다 본 채 말을 이었다.
“만일, 정말 만일.”
“으응.”
“먼 훗날에, 우리 둘 목숨이 위험해지면.”
“…”
“너 혼자 도망 가.”
내가 해야 할 일이야, 그게. 밖에 자주 나가지 않아 보드라운 지민의 볼을 정국이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지민의 볼이 붉어지며 입술이 비죽 나온 채 답했다.
“그런 일, 애초에 없을 터인데 뭣하러 입에 담아.”
“그래서 만일이라고 했잖아.”
“정국아.”
“...”
“내가 잘할게. 나 어디 가서 미움 안 받게 잘할게.”
“저하.”
“그러니, 어디 가지 말구 내 옆에 붙어 있어. 응?”
말이 없는 정국의 옆태를 한 없이 바라보던 지민이 제 옷 춤을 뒤척이다 천주머니를 꺼내 보였다. 어마마마께서 약조를 할 때엔, 징표를 나누는 거라 하셨어.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빛이 바랜 옥가락지 두 개였다. 지민의 작은 손바닥이 가락지 두 개로 꽉 찼다.
“자, 우리 징표야. 이거.”
“응.”
“너 하나 갖구, 나 하나 가지자.”
지민이 가락지 하나는 다시 제 주머니에 넣곤, 다른 하나를 정국의 손바닥에 올렸다. 잃지두 말고, 어기지도 말아. 그래. 두 소년의 어린 언약이 연못가에 울려 퍼졌다. 잉어가 헤엄치며 내는 물살 소리와 말라버린 나뭇잎들이 바람에 치여 내는 소리가 공존했다.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고요한 밤이었다.
*
“어마마마, 세자 왔습니다!”
“아이구, 우리 세자 왔어요?”
지민이 우당탕거리며 조심하세요, 저하! 하는 상궁을 한 다섯을 달고 달려오더니 제 어미의 품에 안겼다. 가만 가만 제 볼을 쓰다듬는 어미의 손길을 느끼던 지민이 별안간 어미의 품에서 빠져 나와 여자의 정면에 비장한 표정을 하곤 앉았다.
“어마마마, 소자가 질문할 것이 있사옵니다.”
“무엇입니까?”
“그, 뱃속에 나비가 돌아다니는 듯 간질거리는 것이 이상하옵니다. 이것이 무엇이어요?”
지민은 요즘 정국을 보며 뱃속이 간지럽다는 생각을 했다. 정국이 저를 보며 웃어올 때나, 호위무사답게 저 뒤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일 때나, 다른 무사들과 함께 축국을 하는 모습을 볼 때 그렇게 간지러울 수가 없었다. 지민은 정국을 떠올리며 얌전히 어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것이 정인情人을 보며 느끼는 감정입니다, 세자.”
“네?”
“누굴 보며 느꼈나요.”
“ㅇ, 어마마마를 뵐 때요! 네, 지금이요.”
지민은 ‘정인’ 이라는 단어에 잔뜩 당황해 눈알을 또륵또륵 굴리며 급하게 답해왔다. 어미가 웃으며 세자를 그러안고, 세자의 작은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
“세자.”
“네.”
“함부로 가져선 안 될 감정입니다.”
*
제 어미의 마지막 말은 까맣게 잊은 채 지민은 다시 달리며 교태전을 나섰다. 저하, 다치십니다! 하는 내관과 상궁들에게 걱정 말래두요! 라며 신나게 대답을 하곤 다시 제 동궁으로 돌아왔다. 신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뛰쳐 들어가 정국아! 하며 문을 열자 비어 있는 제 궁에 힘이 빠졌는지 어깨를 축 내려뜨렸다. 지민은 저를 쫓느라 못 쉰 숨을 급하게 몰아쉬는 내관에게 물었다.
“정국이는?”
“아까 훈련장으로 가는 듯...”
내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 신을 다시 신곤 훈련장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가는 지민의 뒷모습에 저하! 하는 탄식 비슷한 것이 내관 입에서 뱉어졌다. 혼자 다녀올 것이니 아무도 오지 마셔요! 지민의 목청을 들으며 내관은 한숨을 쉬었다. 젊은 상궁을 동궁에 둬야겠구나.
지민은 다시금 뱃속이 간지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훈련장에 있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훈련에 열중한 탓에 제가 온지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볏짚에 목검을 휘두르는 정국이 새삼 듬직하니 느껴졌다. 정국아! 하고 소리를 지르자 제 쪽을 바라보는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것을 보며 지민은 정국에게 다가 갔다.
“중전마마는 잘 뵙고 오셨습니까.”
“응. 말 놔. 일부러 온 것이란 말야.”
지민의 말을 들은 정국이 잠시 뜸을 들이다 조용히 말을 이었다.
“왜 이리 이르게 왔어. 안부는 잘 여쭙고 온 거야?”
“걱정 마. 내가 어린 아이도 아니구.”
말을 마친 지민이 별안간 까치발을 들어 제 눈과 정국의 눈을 마주치더니, 정국의 양 볼을 손바닥으로 잡곤 제 입술을 정국의 입술에 살짝 맞췄다 떼었다. 놀란 정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멍하니 서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주위를 급하게 둘러보더니 지민의 양팔을 붙잡았다.
“너 지금 뭐하는...”
“정국아, 너두 나 보면 막 뱃속이 간질거려?”
“...”
“응? 방금 뱃속이 간질거렸어?”
지민을 뚫어져라 내려 보던 정국이 지민의 팔을 놓고 화끈거리는 볼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며 제 목검을 정리했다. 원래 있던 자리에 목검을 가져다 놓으려 자리를 옮기자 지민이 한 몸처럼 졸졸 쫓아왔다. 응? 간질거리냐구.
“누가 봤음 어쩌려고 궐에서 이래.”
“아무도 없었어. 내가 다 보고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다음부터 이러지 마.”
“답이나 해. 나와 똑같은지 알고 싶단 말야.”
한숨을 폭 내쉰 정국이 지민의 여린 손을 잡아 제 가슴께에 가져다 대었다. 쿵쿵 뛰는 심장이 지민의 손바닥에 여실히 느껴졌다.
“심장까지 그래.”
“심장이 터져서 죽기 일보 직전이야.”
“됐지.”
정국이 잡고 있던 지민의 손을 놓고 먼저 훈련장을 빠져나가자, 볼이 붉어진 채 멍하니 서 있던 지민이 정국을 향해 달려 정국의 옆에 붙었다. 정국아, 너도 그랬어? 몰라. 조용히 해. 치, 저두 좋으면서. 얼른 들어가자.
텅 빈 훈련장에 조금은 낮아진 두 소년의 목소리가 울렸다. 풀벌레 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껄껄 뭔 글이니 이게 하ㅏ하ㅏ하하하ㅏ하
네 하편이 있슴니다 하하하하ㅓ허ㅓ허
그냥.....세상 물정 모르는 세자 지민이가 보고 싶었다
역시 내 손으론 무리였나 (손을 내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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