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형의 추도식에 다녀왔다. 두 해 전 죽은 사람이라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형은 나에게 있어 많은 자리를 차지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빈자리가 느껴지지가 않는다.
2.13 밤을 샜다. 아침나절이 되어서야 잠을 자려 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추도식에서 본 형의 친척이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전화 했다고 했다. 자기 번호를 저장하라는 말을 하고 전화가 먼저 끊겼다. 얼굴만 알지 이름도 모를뿐더러 딱히 무어라 저장을 해야할 지 몰라서 그냥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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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개학. 2학년 때 친구들과는 모두 갈라졌다. 담임은 남자인데 꼰대같다. 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3.7 전학생이 왔다. 전학생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랐다. 형의 추도식에서 본 사람이었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전학온거라고 했다.
3.8 핸드폰에 김종인의 번호를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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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그냥.
6.19 오늘도 그냥.
6.22 연극을 같이 봤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6.23 다음엔 뮤지컬도 같이 보기로 했다.
6.28 시험이 일주일 남아서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6.30 우리집에서 같이 공부를 했다. 내일도 우리집에서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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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방학 중 우연히 만났다. 연락을 하래놓고 받지도 않고, 연락을 하지도 않고. 뭘 했냐고 보자마자 따지듯 물었다. 그래놓고 민망해져서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조금 전에 우리집 앞에 찾아 왔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언짢았는데 조금 나아졌다. 방학을 하자마자 체코에 다녀왔다고 했다. 성당에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찍은거라고 인화한 사진도 몇 장 줬다. 책상 앞에 붙여놓으라고 했는데 그러긴 싫다.
8.2 온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집에 놀러왔다. 김종인이 가져온 DVD만 연달아 봤다. 저번에도 느낀거지만 영화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영화 본답시고 하루종일 말 한마디 못 붙여봤다.
8.3 개학하기 전까지 매일매일 만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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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모의고사를 봤다. 그리고..
9.17 나 이래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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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 해버렸다. 상상으로만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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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김종인이 여자친구가 있는 것 같다.
10.10 짜증나. 다 짜증난다. 개같은 .
10.19 착각이었다. 고백을 받았다. 우리 이래도 될까.
10.30 걔 떄문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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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수능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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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8 다 끝났다. 너무 짧아서 모든게 허망한 꿈같다.
2.11 형의 세번째 추도식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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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김종인의 장례식에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