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이 출연진 섭외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얼마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는가'였다. 다른 사람들의 사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꺼내기는 쉽지 않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고,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했다. 이 PD는 "이승기 씨와 '집사부일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그런 면을 많이 봤다. 노홍철 씨는 호기심이 정말 많고, SNS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이다. 리정 씨는 소신이 있고 사고가 유연하다.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이야기나누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모았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선생님은 박사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한 분이에요. 리정 씨 아버님이 오 선생님과 무척 친해서 리정 씨는 고모라고 부르더라고요. 덕분에 출연진도 좀 더 편한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 써클 하우스에서만큼은 박사님과 상담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어른 대 어른으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했어요. 오 선생님과 막내 리정 씨가 정말 고모와 조카처럼 친근한 분위기가 있어 가능했어요."
약 두 달간 10부작 방송을 마무리한 시점. MZ세대들이 겪는 현실적 고민을 나눈다는 처음 기획 의도를 얼마나 구현했을까. 이 PD는 10회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고민과 사연이 많아 아쉽다고 했다. "'방송 주제를 더 사회적인 현상에 접목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현실성 떨어지는 것보다는 20~30대가 매일매일 겪고 생각하는 생활 밀착형 고민을 다루고 싶었다. 만드는 사람의 욕심일 수 있지만 요즘 세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송이었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같은 고민이 있으면 좀 더 쉽게 속내를 털어놓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키워드 고민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오 선생님이 누군가를 상담해주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수평적, 쌍방향으로 각자 가진 고민을 털어놔요. 문제가 있는 사람만 상담을 받지 않아요. 누구나 평소에 가진 생각과 품고 있는 고민을 서로 나눴어요. 그 과정에서 다들 정말 큰 위로를 받고 돌아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집착하는 엄마와 힘들어하는 딸의 이야기였다. 10회에 출연한 가수 코코는 엄마의 과보호와 감시 때문에 갑갑하다고 호소했다. 알고 보니 엄마는 홀로 코코를 키우면서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졌다. 오 박사는 "자식과 부모는 함께 있을 때 편안해야 한다. 자식이 성장하면서 부모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송 후 코코 어머니가 보내온 문자에 이 PD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방송 후 코코 어머니가 제작진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딸과 자신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잘 출연했다고요. 오히려 방송 보고 나서 우리 딸이 이렇게 효녀인 줄 몰랐다고, 본인도 더 노력한다고 했어요. 녹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런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어 뿌듯했어요."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03&aid=0011163266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