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전력강화위원회 이후 브리핑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대회 실패 이유 중 하나로 손흥민과 이강인을 꼽았다고 했다.
굉장히 충격적이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해줘' 지시를 가장 많이 받았고, 실제로 해주었던 선수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세 골을 넣었으며 패스 정확도 등 각종 지표에서 팀 내 최고 수치를 기록한 대표팀의 핵심이었다. 손흥민 역시 세 골(페널티킥 2골 포함)을 넣었으며, 탈락 일보 직전에 몰렸던 호주전에서 1개의 페널티킥 유도와 그림같은 프리킥 골을 꽂아넣어 한국을 구원했다.
이른바 '좀비 축구'로 불렸던 한국의 꾸역꾸역 승리를 통한 4강 진출은 이 두 선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클린스만 감독의 그 '해줘' 지시를 누구보다 잘 이행한 선수들이었다. 그런데도 클린스만 감독이 이 두 선수를 대회 실패 이유로 지목한 것이다.
아마 14일 영국 매체 더 선>이 폭로했던 두 선수의 불화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불화에 대한 책임에서 클린스만 감독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팀 내 최고 스타인 두 선수가 강한 개성과 기질 때문에 충돌했던 이러한 사건은, 드러나지 않을 뿐 어느 팀에서든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잘 봉합하고 함께 목표를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자율'이라는 미명 하에 두 선수의 충돌을 그저 방관했다. 그냥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팀이 되어야 한다(It takes a team to build a dream)"이라는, 제3자 관점에서의 일침만 남겼을 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보다는 맨 매니지먼트에 강한 지도자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나마 사람 관리는 잘한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평가였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통해 이마저도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다. 전력강화위원회는 경질해야 한다는 뜻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조언'한다. 정 회장은 이제 결정해야 한다. 그나마 4강을 이끌었던 두 선수에 대한 원망을 남긴 감독과 함께 할지, 아니면 결별할지 그의 선택에 오롯이 모든 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