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는 무엇일까? 물론 그토록 복잡한 산업적, 문화적 지형도 속에 놓여 있는 K컬처의 성공을 한 가지 원동력만으로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 한 가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K컬처는 지금 같은 성공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예술가의 자율성이다.
지난겨울 BTS 멤버들이 모두 군입대를 한 후 계속해서 지자체 차원에서의 홍보를 위해 BTS 멤버들을 활용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불거지고 있다. 춘천시는 최근 3월 2일 개최된 강원FC 시즌 첫 홈경기 때 BTS 멤버들을 초청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그들이 군인 신분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홍보에 군인인 그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들을 강원도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다.
BTS의 전 세계적인 문화적인 파급력과 무관하게 군대에 입대하게 했다면 그들을 오로지 군인으로만 복무하도록 놔두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일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의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무슨 일만 있으면 아티스트들을 동원 내지는 활용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부기관 혹은 정치인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큰 문제이다. 이는 독재정권 시대에 정치인들이 연예인들을 사적인 자리에 불러내고 정부의 필요에 따라 동원했던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아티스트를 자율성과 인격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댓글창이 시끌시끌한 위의 사건은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을 떠오르게 한다. 2030부산 엑스포 유치위 홍보대사로 BTS가 위촉식에 참여했을 때, 당시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은 멤버들의 손목을 비틀어 자신들의 인증샷 찍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BTS 멤버들의 얼굴이 가리고, 손목이 비틀리고 꺾이는 건 아랑곳하지 않은 그들의 행태는 자신들의 이득만 중요할 뿐 아티스트의 인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 순간 그 정치인들에게 BTS는 자율성을 가지고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그저 홍보수단에만 불과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아티스트를 대하면서 K컬처가 지금처럼 승승장구하길 바라는가?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움을 주는 존재라고 해서 누군가의 사익을 위해 함부로 활용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구시대적 사고방식이고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를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부디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가를 위해서라도 BTS를 내버려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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