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 보이는 막장드라마 플롯의 핵심은 ‘뉴진스의 문화적 오리지낼리티를 아일릿이 침해했느냐’의 공방이다. 민 대표는 아일릿 뿐 아니라 보이그룹 투어스·라이즈까지 ‘뉴진스 아류그룹’이라며 자신의 오리지낼리티를 주장했고, ‘컨셉트 저작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이렇다. 음악시장에서는 ‘썸띵 뉴’, 즉 새로운 것이 절대적이기에 아이디어와 컨셉트 자체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일릿이 뉴진스의 개념을 카피했다는걸 누구나 인정한다면 민희진의 말이 설득력 있다”면서, 욕설 기자회견을 두고도 “우리나라에서 욕설까지 해가며 자신만만하게 자기 메시지를 전한 사람이 있었나. 그런 배짱으로 만든 게 뉴진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사태를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인식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정지우 변호사는 “아이디어가 저작권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컨셉트가 표현된 디자인이나 형태, 색감을 구체적으로 따라하면 저작권 침해라는 접근도 가능하다”면서 “저작권 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부정경쟁방지법 같은 다른 법으로 아이디어를 보호할 여지도 있다.
아이돌의 컨셉트가 고도의 노력과 창작성을 갖고 만들어진 것이라면 법형식만 따르기보다 폭넓게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게 현대 문화산업의 의무”라고 말했다.
절대적인 구심점 없이 한지붕 아래서 매출 경쟁을 하다가 이런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임진모 평론가는 “멀티레이블은 음악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다양성 확보 방식으로, SM이 멀티칼라로 먼저 가동해왔다”면서 “하이브는 다양성이 아니라 돈을 좇다보니 예술적 결핍을 자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평론가는 “최근 아일릿과 르세라핌의 라이브 가창력 논란으로 K팝이 산업적 크기만 생각했지 예술적 깊이를 추구하지 않은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브리티시 인베이젼이나 헤비메탈이 성장할 때도 시장의 인정과 동시에 예술적 깊이가 있었다. 아무도 K팝의 예술성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 그나마 뉴진스는 나름의 자기 행보를 밟았기에 손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