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aver.me/GkUqeTBy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의 로맨스 인기작 ‘지옥에서 찾아온 나의 구원자’는 겉보기에 일반 드라마와 다르지 않지만 기획부터 후반 작업까지 전 과정이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다. 실제 배우 대신 마네킹을 촬영한 뒤 표정과 손동작을 AI로 합성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비글루 운영사 스푼랩스는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기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시각 효과(VFX)와 로케이션 촬영 비용도 90% 이상 절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숏드라마 제작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숏드라마는 1~2분 분량의 모바일 세로형 영상으로, 최근 북미·중국·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장세가 매우 가파른 새로운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AI 기반 제작 체계를 앞세워 숏드라마를 빠르게 대량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스푼랩스는 최근 AI 콘텐츠 제작사 아캐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아캐인은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AI 기반 초고속 숏폼 스튜디오 ‘찹스틱 스튜디오’를 정식 가동해 연간 40편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숏폼 드라마 전용 제작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배우 얼굴을 교체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으로 활용된다.
스푼랩스는 자체적으로도 올해 7월 AI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기획부터 후반 작업까지 AI를 전면 도입한 제작 체계를 본격화하며 관련 작품들을 선보였다. 앞서 ‘지옥에서 찾아온 나의 구원자’가 대표적이다.
함께 공개한 디스토피아 사이언스픽션(SF)물인 ‘서울: 2053’도 폐허가 된 미래 도시, 모래폭풍,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실제 촬영이 어려운 시각 효과 요소들에 AI를 집중 적용했다.
스푼랩스는 이달 10일 북미 지사 설립을 공식화하며 AI를 활용한 작품의 글로벌 확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크래프톤도 높은 평가를 내리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스푼랩스에 약 1200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도 주식을 약 189억원어치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42.67%까지 끌어올렸다.
콘텐츠 제작사 이오콘텐츠그룹 역시 최근 ‘시즌제 AI 드라마’라는 새로운 시도에 착수했다. ‘곧, 밤이 됩니다’ ‘곧, 출근합니다’가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실제 배우의 얼굴 근육과 표정 데이터를 학습한 AI 휴먼이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를 구현했다. 두 작품 이후에는 총 127편에 이르는 ‘곧,’ 시리즈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AI 숏폼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유는 단축된 제작 기간을 활용한 다작 전략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숏드라마는 호흡이 긴 드라마보다 짧게 흥미 위주로 보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제작에 거부감이 낮고 저비용·다작이라는 특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숏드라마 시장에서도 K드라마의 한류 열풍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급성장 단계인 현재의 초기 선점 전략이 중요하다. 시장조사기관 360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숏드라마 플랫폼 시장 규모는 2024년 65억5000만달러(약 9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10.6%씩 성장해 2032년에는 146억9000만달러(약 2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숏드라마와 관련해 네이버·카카오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LG유플러스의 제작 계열사 스튜디오엑스플러스유와 협업해 인기 웹툰 지식재산권(IP) 기반 숏드라마 8편을 제작했다. 해당 숏드라마에서는 공간 배경 일부분을 AI로 제작해 실제 세트 없이 가상 공간만으로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가상현실(VR) 스튜디오에서 1차 작업한 다음 편집 후반에 CG 대신 AI 컷들을 생성해 실사와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 5월 포털 다음에 ‘숏드’ 전용 탭을 신설하고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매일경제 안선제 기자(ahn.sunje@mk.co.kr)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