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이 있어야 변화가 있습니다. 싸우고 싶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부조리한 환경에 놓였을 때 저항하느냐 마느냐가 결국 모든 것을 바꿉니다."
민희진 오케이레코즈 대표는 12일 전남대학교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부조리한 시스템에 맞서는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화예술을 통한 연대의 가치와 청년들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박구용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학생들의 질문에 민 대표가 직접 답하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뜨거운 호응 속에 강연은 당초 예정 시간을 넘겨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됐다.
민 대표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앞다퉈 다음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었고, 곳곳에서는 “멋지다”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학생과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강연을 촬영하거나 녹음하며 시종일관 뜨거운 현장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5·18민주화운동과 저항 정신에 대한 민희진 대표의 진솔한 소회가 눈길을 끌었다. 강연에 앞서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고 밝힌 그는 “과거 지역신문 기자가 5·18 항쟁 당시 왜곡 보도를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붓을 내려놓았다는 기록을 보고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물론 저의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고 더 큰 가치를 지닌 역사지만, 그 기록을 보며 제가 겪었던 고통 또한 떠올랐다”며 “시대가 발전해도 분쟁과 새로운 시스템 간 충돌은 반복된다는 점을 느꼈고, 쉽게 바뀌지 않는 부조리 속에서도 저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쟁이 있어야 변화가 있다. 싸우고 싶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놓였을 때, 저항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며 “비록 성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정치적인 인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민희진 대표는 “정치적 해석 이전에 5·18민주화운동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뼈아픈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를 이용하려는 정치 세력의 사고방식과 예술가의 사고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광주 이전 논란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 이전이 추진된다면 결국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날 강연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취업을 희망하거나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민 대표의 일상과 커리어, 문화예술 시장 전반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자신이 끌리는 감각과 취향을 꾸준히 발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희진 대표는 문화의 힘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숨어 있는 예술가들이 모두 빛을 봤으면 좋겠다”며 “문화가 발전하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건강한 즐거움이 커져, 꼭 많은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더 많은 이들이 만족감을 느끼며 공생할 수 있는 방식을 현실적으로 풀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을 향해서는 “혼자 고군분투하며 외롭다고 느낄 수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분명 많다”며 “바른 가치관을 가진 리더들과 소통하며 깨달음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선순환시키려는 인간의 본성을 믿고 함께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강연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추모(18)씨는 “오케이레코즈 설립 이후의 행보와 새롭게 준비 중인 보이그룹 이야기가 궁금해 참석했다”며 “질문의 수준도 높았고 답변 역시 깊이가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5·18민주화운동 행사에 유명인을 초청한 데 대해 “5·18이 일부 혐오 세력에 의해 폄훼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데,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초청해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구용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다는 안수현(26)씨도 “남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할까 걱정하셨다는 교수님의 말과 달리 많은 학생이 찾아와 반전이었다”며 “질의응답 중심으로 진행된 방식도 신선하고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관성에 대한 지적에도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래 세대에게 5·18이 점점 잊혀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늘 직접적인 관련 인물만 초청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일보 김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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