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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부인’ 폐기 청원에 동의 쏟아져제작진·배우 사과에도 후폭풍 지속
원본 이미지 보기“역사 고증은 확실히 해야 할 것 아니냐!”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속 신서리(임지연)가 사극 촬영 현장의 고증 오류를 매섭게 몰아붙이는 장면이 최근 전파를 탔다. “중전 머리는 어찌 저렇고 졸개들은 어찌 가체를 쓰고 있냐”는 호통은 극 중 스태프에게 헛소리 취급을 받지만,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사진)의 역사 폄하·왜곡 논란으로 시끄러운 현실 세계에선 타이밍이 절묘하다.
‘21세기 대군부인’ 후폭풍은 어린 왕을 대신해 섭정하던 이안대군(변우석)이 선위를 받아 즉위식을 치르는 15회 방송분에서 시작됐다. 신하들이 새 왕을 향해 ‘만세’ 대신 제후국 왕에게 사용하는 ‘천세’를 외친 것, 그리고 새 왕이 제후국 군주의 상징인 ‘구류면류관’을 착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국을 중국에 예속된 제후국처럼 묘사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준화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주연 배우 아이유, 변우석 등은 “가상의 세계관과 현실 역사 사이 접점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디즈니+와 웨이브에는 문제가 된 장면의 음성과 자막을 수정한 버전이 반영됐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MBC는 해당 엔딩 장면 전체를 삭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본 이미지 보기드라마가 종영한 지 열흘 이상 지났음에도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의 방영 중단과 콘텐츠 폐기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사진)이 지난 26일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30일 이내 5만명 동의’라는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나흘 만에 충족한 것이다. 청원인은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중국식 복식, 예법, 어휘를 무분별하게 차용해 명백한 문화 공정 및 역사 왜곡을 자행하고 있다”며 “VOD·OTT 플랫폼 내 전면 폐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결국 체계적인 역사 고증 시스템 부재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극은 결국 사람 자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체계적인 자료 수집 시스템이 부족하다”면서 “‘21세기 대군부인’은 전문가만 알 수 있는 미세한 오류가 아니라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라 더 아쉽다”고 꼬집었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도 “배우 출연료에는 수억원을 쓰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왜 몇십만원으로 끝내려 하느냐”며 역사물 전문 고증 연구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 SBS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음식과 태종의 학살 장면 논란 끝에 방송 2회 만에 폐지됐고, tvN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라고 표현하고 원작 작가의 혐한 논란까지 겹치며 비판을 받았다.
역사 고증을 위한 자원이 없는 건 아니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박물관, 국가기록원에는 방대한 문화유산 데이터와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특히 2015년 출범한 역사문화 포털 ‘컬처링’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영화 ‘암살’ 등에 역사·민속 자료를 제공하며 제작 현장의 중요한 참고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컬처링은 디지털화와 저작권 문제 속에 2021년 종료됐고, 이후 제작진과 전문가를 연결하는 통합 체계는 사실상 끊겼다. 현재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 보존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제작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제 제작 현장과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해외에선 고증을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 취급하는 모범 사례가 있다. 일본 NHK 대하드라마는 복식·건축·예법 전문가 이름을 별도 크레딧에 올린다. 영국 BBC는 시대극 제작 시 속옷 형태와 식사 예법, 시대별 억양까지 검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OTT 특화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제작비를 지원했던 콘텐츠진흥원은 “현재 논란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향후 제작지원 신청·선정 단계부터 자문 및 고증 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행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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