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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5/10/16) 게시물이에요

BGM과 함께 봐주세요 :)

 

 



'1104?'

'응. 그걸로 해 여기 비밀번호.'

'? 무슨 뜻인데? 네 생일도 내 생일도 아니고..'

'뭐게-'

'아 궁금하게! 뭔데! 나쁜거는 아니지?'

'글쎄- 안알려줄거야. 맞춰봐라.'

.
.
.
.
.


OO 시점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너와 헤어지게 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조심스레 글을 써내려간다.
나 혼자 너와의 헤어짐을 생각하며.

.
.
.
.

'1104' | 인스티즈 

 


"뭐해?"

"어, 어? 왔어?"

한참 글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말소리에 돌아보니
어느새인가 나를 보고있는 정국이다.

"뭐야. 뭔데 내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 와- OOO 너무하네.."

삐졌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정국이의 모습이
어린아이같아 웃음이 나왔다.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와.. 와...."

"흐.. 미안해 글쓰는데 집중하느라 몰랐어.  아이~ 한번만 봐줘라 응? 정국아아~"

"...ㅁ,뭐 마음 넓은 내가 한번 정도는 넘어가주겠어...!"

"......"

"......"

"......"

".....왜! 뭐!"

"풉. 아닙니다요~"

정국을 보던 시선을 거둬 다시 모니터를 향하니
나를 향해 다가오며 묻는다.

"무슨 글이야 이번엔?"

"단편. 연인사이를 그려낸."

"오.. 주인공은? 당연히 나겠지?"

"....."

".....? 뭐야 아니야?? 너 또 태형이 형이나 윤기 형 주인공으로 썼어?!"

....니가 주인공이야 정국아, 어휴.

'1104' | 인스티즈 

 


정국이는 연예인이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있는 아이돌 그룹의 막내.
이런 정국과의 공개 연애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니까 진정 좀 해."

"와- 나 진짜 서운할 뻔 했어. 어디 O작가님 글 솜씨 한번 보자~"

"헐? 안돼!! 읽,읽지마!"

"? 아 왜!! 뭐 야한거라도 쓰냐?!"

"내가 너냐?!"

"아 그럼 좀 보여줘!!"

"씁. 안돼!"

항상 사소한걸로 티격태격 거리는 우리,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 매번 보여달라고 떼쓰는 정국이,
그리고 그때마다 완성되면 보라고 달래는 나.
이 소소한 싸움의 승자는 언제나 나다.

'1104' | 인스티즈 

 


정말 삐진 것인지 아예 내게서 등을 돌려버린 
네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생각한다.
언젠가 쓸쓸한 네 뒷모습을 보게된다면
나는 과연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

"남자친구가 삐지면 좀 풀어주고 그래라. 어휴 그렇게 애교가 없어서 누가 널 데려가겠냐?"

"......"

"안되겠다, 내가 희생해야지."

"......"

"쳐다보지만 말고 반응 좀 보이지? 왜 너무 잘생겨서 말이 안나오나?"

"...어쩜 이리 못났을까.."

"이 못난이가 누구보고 못났대?"

"이씨. 야!"

"풉. 발끈하는거 보면 인정하는건가?"

"전정국 너 이씨!!!!"

'1104' | 인스티즈 

 


"얼굴 벌게져서는, 뭔데 귀엽노."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정국이,
좀 차갑지만 네 손이기에 그 차가움 마저 좋다.

"어이구 예뻐. 누구건데 이렇게 예뻐?"

"뭐야 그게.. 당연히..."

"당연히?"

"...아 몰라 낯뜨겁게.."

"푸흡. 내꺼- 예뻐죽겠어. 사랑해 OOO."

..나도, 나도 정국아.

.
.
.
.
.

"....한 달.."

정국이를 보지 못한지 한 달째다.

[ 정국아, 많이 바빠? ]

[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

매번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너는 
매일 연락이 없다..
  
넌 바쁜데,
난 그저 멍- 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는다.
그러다 이내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종이를 꺼내본다.

"정말 얼마 안남았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요즘 글도 써지지않아 
노트북을 키려는 생각조차 나지않는다.
예전에 너와의 이별 장면을 생각하며
썼던 글은 아직 투고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투고하지 못한거지만.

.
.
.

너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티비를 틀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며 네가 나오는 곳을 찾다 멈춘 곳.
그 곳에서는 너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전정국,
탤런트 A양과 열애중?'

"....."

[ 정국아, 무슨일 있는건 아니지? ]

오늘도 너는 바쁜지 연락 한 통 없다.
물론 저 뉴스를 믿지는 않는다,
다만 네가 내게 괜히 미안해하며 신경쓸까 걱정될뿐.

계속해서 티비에 나오는 네 얘기를 듣다가
그대로 티비를 끄고는 잠이 들었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멍하게 문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정국이다.

무척 오랜만이다, 너를 이렇게 마주보는건.

"아.. 나 때문에 깬거야?"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그러자 내게 다가와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정국이.

..한달만에 본 너는 매우 힘들어보였다.

"피곤해보여.. 숙소가서 쉬지 왜 여기로 왔어."

"너 보는게 나한테는 휴식이야."

말을 마친 정국이는 이내 내 무릎을 베고 눕는다.
많이 지쳐보인다.. 정국이...
나는 말없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정국아, 내일 가야되?"

'1104' | 인스티즈 

 


"....."

"내일 나랑 있자. 하루종일."

"....."

"내일 하루만 나랑 있어줘라 정국아."

"...그래."
 
그의 대답에 나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
.
.

"바다다!! 우와!"

"그렇게 신나?"

"응! 우리 오늘 실컷 놀다 가자!"

정국이를 무작정 이끌고 온 곳은 바닷가였다,
찾는 사람이 드문 한적한 곳.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곳이였기에 정국이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바닷가를 거닐고, 사진도 찍고,
아주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어느 평범한 연인과 다름 없는 그런 하루를.

바다를 처음 보는 어린아이처럼 뛰어가는 정국이를 바라보다
문득 드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난 이제 너에게 없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그런 생각.

.
.
.

"재밌었다. 그치?"

"응 완-전. 다음에 또 여기 오자 우리. 사람도 없고, 바다도 예쁘고, 좋네."

".....그래 또 오자.. 꼭."

"이제 집에 가야지?"

"아.. 집에... 응. 너는?"

"나도 돌아가야지. 으.. 하루동안 잠수탔다고 엄청 혼나겠다. 멤버 형들한테도 잔소리 듣겠네."

"....아"

"내가 혼나는거야 그런 표정 짓지마. 픽. 너 지금 되게 못생겼어 그표정."

"장난이 치고 싶냐 지금."

'1104' | 인스티즈 

 


"응 완전. 지금 기분 최고거든 충전완료!"

환하게 웃는 네 얼굴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웃어보였다.
다행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할 
네가 밝은 모습이여서.

"가서 연락해."

연락하라는 너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저 멀리 멀어지는 너에게 손을 흔들었다. 
네가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다신 보지 못 하겠지..


정국 시점


회사에서 한바탕 크게 혼나고
OO이에게 연락을 하는데, 받지않는다.

"...원고 마감일인가?"

전화를 끊자마자 울리는 문자음

[ 예약문자입니다.
이 때쯤이면 올라왔겠다. 내 글.
네가 봐줬으면 좋겠어. 보고 싶어 정국아.. ]


연락안되더니,
또 글을 쓰자마자 자나싶어 OO이가
글을 올리는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러자 맨 위에 등록되어있는 OO의 글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내님들 오랜만이예요.
오늘 중요한 발표를 한 가지 하려고 합니다.
실은 저 이제 다시 글을 못쓰게됬어요,
그러니 이 글로 내님들과 
작별인사를 나눠야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

그럼 오늘은 좀 특별하게,
전정국에게 빙의합시다 여러분.

'1104' | 인스티즈 

 


글을 못쓰게됬다는 너의 첫말에 
의아함을 느끼기도 잠시, 
나는 연습실에 앉아 너의 글을
읽어내려가기시작했다.

"...누가.. 이런 글 쓰래 OOO."

평소와 다름 없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추억을 회상하듯 너와 내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쓰여진 
너의 일기와도 같은 글이였다.
하지만 글을 끝까지 읽은 나는 
그대로 뛰어 OO이의 집으로 향해야했다. 

이 글 속의 너와 나는 지금의 우리와 다르게

이별을 하고있었다.

.
.
.

삑삑삑삑.. 띠띠-
삐.삑삑삑.. 띠띠-

"OOO!!!"

자꾸만 손이 떨려와
여러번의 시도 끝에 들어간 너의 집,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딨어 너..

"OO아!!!!"

급하게 방문을 열자 뭔가 허전해 보이는 집안은 
너의 흔적 하나 없이 깨끗했다.
나의 직감이 틀리길 바라며 다시 너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자 거실에서 울리는 OO의 벨소리.

'1104' | 인스티즈 

 


"정말, 떠..난거야?..."

그때 울리는 핸드폰, 
액정에 뜬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OOO?"

-정국아..

"어머니?"

-.....OO이..좀 보러 와주겠니?

"OO이 거기있어요? ㅇ,어디예요? 바로가겠습니다."

-....ㅁㅁ병원..

"...금방..금방가겠습니다."

바로 가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무작정 병원으로 향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원에 도착한 후 였다.

"정국아..!"

"OO..OO이는요?"

내가 도착하자마자 날 붙잡고 서럽게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
OO이가 일어나지를 않는다고 하신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 OO이의 병실로 발을 들였다.
그러니 정말 거짓말처럼 누워 자고있는 너.

"진작에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하자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오지않으셨습니다."

"......"

"오늘이 고비입니다."

뇌에 악성 암이 번졌다고한다.
한 달, 그 한 달전 너는 너의 병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어?
아프다고.. 무섭다고 말하지....
너에게 난 뭐야.

"O..OOO...."

"...."

"얘 이거 거짓말이예요. 나 스캔들 난 것 때문에 삐져서, 그래 삐져서 지금 장난치는거예요."

"병원에 오자마자 쓰러지셨습니다. 그동안 꽤 고통스러웠을텐데 아니,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것자체가 기적이죠."

"....무슨 소리예요. 얘 웃고 떠들고 뛰어도 다니고, 멀쩡했어요. OOO. 일어나 이제. 내가 잘못했어. 그만해 응?"

"......"


나의 말에 너는 반응하지 않는다.
의사는 더이상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1104' | 인스티즈 

 


"살려주세요.. 선생님 우리 OO이... 살려주세요 제발."

"....."

"뭐라도 해봐요!! 뭐라도 좀... 제발.. 부탁드릴게요 OO이.... 우리 OO이 살려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라고 당신들 의사하는거 아니잖아!!!! 살려내!! 살려!..내라고.. 제발..."

의사는 결국 나에게 오늘이 고비라는 말만 남긴채 병실을 나갔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너의 곁을 묵묵히 지킬 수 밖에 없었다.

.
.
.

".....정..국아."

"....."

"...왜 이러고 자.."


나를 부르는 너의 작은 목소리에 난 눈을 번쩍 떳다.
널 올려다보니 너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보고..싶었는데... 다행이다.."

'1104' | 인스티즈 

 


힘이 없어 보이는 너의 말에
그냥 웃어보였다.

"...왜 울어."

내 손 안의 작은 너의 손이,
힘겹게 떠져있는 너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왜.. 어디 불편해? 의사 선생님 부를까?"

 "..졸려."

졸리다는 너의 말에 나는 너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보내 줘야.. 하는걸까..

 


"..조금만... 나랑 조금만 더 이야기하자."

"..잘래 정국아..."

'1104' | 인스티즈 

 


OO아 난 아직 널 보내기 싫어..
난 아직... 준비가 안됬어 OO아..

"졸..려.."

"....."

"정국아.."

"....응"

"나.. 그리워하지마..."

"....."

"아..파..하지...마.."

너의 눈이 감긴다.
그리고 내 손 안의 너의 손이 무거워진다.

'정국아 그거 알아? 
사람이 죽어도 몇 초간은 귀가 들린데.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나한테 말해줄래..
사랑한다고..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

너의 마지막 글이 생각난다.
사람은 죽어도 몇 초간은 들을 수 있다는 너의 말.

"1104..."

"....."

"...한 사람만 바라보고"

"....."

"한 사람만"

"......"

"영원히.."

"....."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다."

....정답도 결국 못 맞췄네.
들었지?...
들..은거지..?

그때 OO이의 눈에 눈물이 흘러 내린다.



'1104' | 인스티즈 



들은거지? OO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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