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는 내게 봄이었다. 굳이 자세히 시기를 고르자면, 초봄에 가까웠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꽃은 피지 않는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 자리를 잡고 앉으면 주위가 어두워진다. 그러니 그대가 왔다는 것을 알아챈다. “왜 벌써 나와 있느냐.” 시린 공기와 함께 다가오나 차갑지는 않다. 무슨 이상한 말이겠냐 하겠지만 내게는 당연하리만큼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질문에 아직 볼품없는 가지를 매만졌다. 따갑다. 결코 느낌마저 아름답지 아니하다. 손을 다시 걷었다. 색은 흑색을 띈다. 無. 정말 아무것도 없는 가지는 곁에 두고 싶지도, 더 보고 싶지도 않다. “꽃들이 얼굴을 들지 않았지요.” “왜 벌써 나와 있냐 물었다.” “제 옷을 입기 전의 모습을 담아두려 했습니다.” “왜지?” “후에 꽃을 피웠을 때, 샘내지 않으려고요.” 그대는 꽃을 좋아한다. 형형색색 분홍빛, 주황빛 띄는 꽃들이 마당을 가득 채울 때면 흐뭇하게 그것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 모습을 샘내지 않으려했다. 이들도 못난 때가 있었다 아닌가. 내게도 봄이 온다면 나를 보며 시간을 지새우겠지. 나는 분홍빛을 띨 것이며, 그대의 손에 꺾일 것이지. 아, 얼마나 황홀한가. 상상을 마치고 눈을 뜨면 다시 따가운 가지가 나를 반긴다. 왜 내게 인사를 하는가. 나 역시 너처럼 볼품없어 보이는가. “왜 샘을 내지?” “아름답지 않습니까.” “꼭 네가 못났다고 하는 것 같구나.” 아름답다면 아름답다고 해주오. 못났다면 못났다고 해주오. 그게 식물에게 없는 입이 인간에게 있는 이유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말이 돌려져 전해지면 이 말을 다 풀었을 땐 그대는 이미 떠나고 곁에 없을 것 아닙니까. 왜 헛된 생각을 하게하고 혼자 가슴 설레게 하십니까. 그대가 이러니, 내가 말도 못하는 꽃 따위에게 샘을 내는 것 아닙니까. 그대를 담은 눈동자에 함께 넣어둔 말이었다. 허나, 그대는 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당연히 내 말을 들을 수, 볼 수 없다. 과연 다행인가. “꽃이 싫으냐.” “아니오. 그러나, 좋지도 아니하지요.” “그렇다면, 봄은 좋으냐.” “예, 특히, 특히 저는.” 초봄을 좋아합니다. 2) “사모합니다.” 고백은 항상 서툴다. 나이가 먹든, 이런 경험이 처음이든 간에 자신의 마음을 모조리 전하는 것은 어렵다. 간신히 나이가 아이를 벗어난 청년이 되었을 때 인연의 끝이 아닌 시작을 바라며 뱉은 말은 간신히 물 위로 떠올렸다. 말은 무겁지만 가라앉지는 않는다. 그 자리에 앉아 천천히 물결을 타고 전해지기를 기다린다. “…나를?” 돌아오는 것은 물이 아닌 바람을 타고 온다. 뾰족한 모서리를 미소로 감싸 안았다. 그 대답을 품에 안았다. 팔 사이를 꽉 채우는 말은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다. 끝은 물음이다. 의문형. 전혀 헷갈리는 상황이 아님에도 도착한 질문에 과연 다시 말을 띄어야 하는 가 생각 들게 하였다. 결국 입은 꾹 다물었다. 하고 싶었던, 해야 했던 말들은 결국 무게를 못 이기고 가라앉는다. 후에 다시 이것들을 되돌아보면 쓰레기 따위와 같지 않겠나. 입은 꼭 다문 채,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무언걸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구나.” “제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도 없습니다. 어찌 진실도 아닌 것을 몇 년째 이어오겠습니까.” “내 이 말을, 못 들은 체 해도 되느냐.” “제게 상처로 되돌아올 텐데요.” “다른 말을 한다고 한들 상처가 되지 않을 말이 없을 텐데.” 왜 이리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부정적인 말들을 떠올리십니까. 물이 많은 곳에는 선인장이 없을 줄 알고 있었다. 바람이 많은 곳에는 꽃잎만 흔들릴 줄 알았다. 가시가 되어 물을 타고, 바람을 타고 내게로 오면 맨몸인 나는 이걸 어떻게 버티란 말인가. 다가오는 것들에 눈을 꼭 감았다. 보일수록 더 아픈 법이기에, 차라리 오는 것을 모른 척 하였다. '너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구나.' 귀를 따뜻하게 감싸오는 말에 눈을 뜨면 그대는 나를 안고 있다. 보이지는 않으나 그대의 찌푸려진 미간에서 따가운 것들을 견디고 있다 짐작한다. 가시를 흘려보낸 것은 그대면서 왜 다시 나를 꽃으로 감싸나. 과연 그대에게 이곳은 꽃밭인가. 그렇다면, 이 꽃잎들과 함께 내가 그대에게 흔들리기를 바라나. 초라한 몸을 감싼 품은 포근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천천히 뜨면 벚꽃은 흩날린다. 나는 저들과 함께 날아가지 못하게 꼭 안아 주시오. 그래도, 아직은, 청춘 아닌가. 최애가 기요밀러라 기요밀러를 생각했지만 사실 뭔들 이런 주제가 안 어울릴까ㅠㅠ 로줄로도 좋은 것 같고 알독도 일레어도 괜찮은 것 같고 타쿠안도 샘수도 좋을 것 같...☆☆☆ 나만 이런 거 좋아하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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