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 정말 미쳤다..." 현민이 풀던 문제집 위로 엎드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이는 천장부터 자기전에 쳐다보는 시계까지.. 현민의 집은 온통 동민뿐이었다. 생각만으로도 혼란스러운데 저 아저씨는 자기 마음도 모르고 일주일째 제게 아침상 차려주기 바쁘다. 오늘은 대놓고 문을 안열어주며 무시했지만 동민은 문고리에 밥을 걸어주고 갈만큼 지극정성이다. 그래도 동민이 해준 요리는 남긴적이 없는 현민은 설거지까지 마친뒤 그릇을 가져다주려고 문을 열었다. ".....너 집에 있었네." "......아저씨 어디가요?" 평소 후줄근한 흰티와 검은 트레이닝 바지와 다르게 정장을 갖춰입은 동민이었다. "왜. 반했어?" 어벙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못하는 현민에게 놀리는듯한 표정으로 동민이 대꾸했다. 현민이 그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비밀번호 [8976억8954만3217]이니까 뭐 훔쳐가지 말고 그릇이나 놓고 가라" ".....아저씨! 나도 데리고 가요!!" 뭐야. 애들은 가서 공부나 해. 어딜. 신경질내는 동민에게 매달리는 현민이다. 아저씨 오늘 일요일이고, 가끔씩은 쉬기도 해야 머리가 잘돌아가죠. "애들은 어른들 가는데 그렇게 끼는거 아니다. 어린놈이 쓸데없이 호기심만 많아서. 넌 그냥 클럽같은데나 가고 빨리 내려." "아저씨, 저 미자에요 미자." 동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너 주민등록증은 있는거냐..?"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현민은 엘레베이터에 내려서도 동민의 뒤를 졸졸 쫓아간다. 갈래요. 안돼. 갈래요. 안된다니까. 그래도 갈꺼에요. "야!!!" 헐. 어떡하지. 아저씨 진짜 화났나봐. 굳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저를 남겨두고 동민은 윽박지른뒤 유유히 자신의 차에 타 출발해버렸다. "동민이 형이다! 헤헤~" 벌써 반쯤 취한 듯한 유현이 동민의 눈에 들어왔다. 야, 넌 나도 안왔는데 이렇게나 마셔버리면 씨... 중얼대는 동민에게 유현이 매달렸다. "안 취해써, 안 취해써여..형 왜 이렇게 늦게 왔어여!" "있어. 어린놈 하나 봐주느라." 형 벌써 어린놈 하나 꼬신거야? 와 장동민 능력있네. 겉옷을 벗는 동민을 바라보며 진호가 말을 던진다. 그런거 아니야. 완전 애야 애. 애 하나 키우는 기분이라고. "알게써~ 마셔마셔!" 한잔도 마시지 않았는데도 발음이 뭉게지며 진호가 술을 권했다. 아, 고딩이 저녁은 잘 챙겨먹었을라나..벌써 하늘이 캄캄하네..중얼대는 동민을 진호가 이상하게 쳐다봤다. "형 지금 거야?" 그 나이때는 잘 먹어야 되는데..아 왜이렇게 걱정되지..흐려져가는 정신을 붙잡고 동민이 진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야. 나 우리집에 좀 데려다줘."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현민은 재빨리 달려 나가보았다. "어? 옆집이에요?" "......" 물어보는 진호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지 현민의 시선은 동민에게만 고정되있었다. "저기.." "아저씨 집 그쪽이 아니라 여긴데요." "어? 아니...여기가 맞능.." "아닌데요. 여기가 아저씨 집 맞아요." "그럼 넌 누긍데?" ".....동민이..삼촌.. 조카에요." 얼굴을 여전히 찌푸린 현민이 대답했다. 저 사람은 뭐이렇게 발음이 구려. 현민의 대답에 진호는 어쩔수 없다는 듯 동민을 넘겨주며 말했다. 야, 너 어린놈이... "감사합니다. 저희 삼.촌.잘.데.려.다.주.셔.서" 자기 할말만 따박따박한 현민이 문을 닫고 들어가버리자 진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중얼거렸다. 저 어린노믄 도대체 누구야.내가 저형 집을 십년째 데려다주는 중인데 말이지.. 아저씨는 나 버리고 그렇게 가버리더니 고작 술마시러 나간거였네. 누구는 기다리다가 목 빠질뻔 한건 생각도 안하고.. 늘어진 동민을 짊어진 현민이 중얼거렸다. 아, 아저씨 진짜 무거워. 동민을 자기 침대에 눕히고 난 현민이 동민을 가만히 쳐다봤다. 와, 나 진짜 봐. 이 아저씨 왜 이렇게 잘생겼어. "아저씨, 나 아저씨 좋아하나봐." 아저씨도 나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럴일은 없겠죠? 난 진짜 이제 아저씨가 백수라도 좋을거 같은데.. 시무룩해진 현민이 책상에 있던 자신의 문제집을 집어든후 밖으로 나가버렸다. 현민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동민은 살며시 눈을 떴다. 후... 창가에 비춰 들어오는 달빛만큼 심란한 제 마음이었다. 짤은 내가 생각하는 정장입은 아재ㅠㅠ ㅎㅎㅎㅎㅎㅎㅎㅎ제발 장오가 끝나지 않았으면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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