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가질거에요.
경훈은 언젠가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말을 내뱉었었다.잠깐 그 때가 떠올랐다.싱글싱글 웃던 평소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무표정한 경훈의 눈빛은 이상하게 읽어내기가 어려웠다.그 말은 그 이후로 계속 동민을 건드려댔다.그 말을 한 이후로 딱히 변화가 없는 경훈의 행동 덕에 더 그랬다.사람 심리라는게 우습다고 생각했지만 동민도 똑같았다.네가 나를?어떻게?그런데 왜 지금까지 뭐가 없지?경훈에게 직접 물어 볼 수는 없었다.그런걸 물어본다는 자체가 경훈에게 진다는 것 같아서.동민은 아마 이걸 일종의 신경전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동민의 주위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 중에 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바운더리에 드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경훈은 그 바운더리 바깥에 있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단 한번도 그 안의 사람이 될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그런 경우의 수는 없었다.경훈을 보며 스물여덟살의 장동민은 저렇게 살지 않았다고 얘기했던 것도 그랬다.제 나름대로의 철저하게 벽을 쳤다.분명히 그랬다.
동민이 담배를 피고 오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꽤나 먼 자리에 있던 경훈도 벌떡 일어났다.화장실!주변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그래,김경훈이란 사람은 이런 이미지였다.그 모습을 본 동민은 실소가 났다.이럴때마다 꼭 그 무표정하더 얼굴과 눈이 생각났다.바깥으로 나가자 경훈은 언제 나온건지 문 앞에 쭈그려 앉아있었다.문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다가 동민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갑자기 커지는 키에 동민의 고개도 아래에서 위로 움직였지만 이내 금방 바닥을 봤다.경훈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 동민의 손을 잡았다.
"뭐야?"
신경질적으로 물으니 경훈은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거리며 웃는다.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서있는 경훈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동민은 잡힌 손을 비틀어 빼냈다.잡혔던 손이 후끈거렸다.분위기가 묘하게 이상해진 것 같았다.입에 물고있던 담배는 손을 빼내면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경훈의 발 밑에 찌그러져 있었다.조금 아까웠다.
"담배피지마요"
"너 그럴거면 그냥 들어가라"
키스할거니까 담배 피지마요,술맛나는걸로도 이미 짜증나. 경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동민을 끌어 당겼다.어깨를 감싸고 허리를 받쳤다.동민은 어정쩡하게 손을 양쪽으로 뻗었다.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보지만 그럴수록 경훈의 팔에는 힘이 더 들어가기만 했다.인정하기 싫었다.경훈이 제 안에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었나보다.그 생각을 하고있으려니 입이 떨어졌다.늘어지다 툭 끊어진 침이 동민의 턱에 묻었다.경훈은 손가락으로 그걸 닦았다.
"나는 진짜 형을 가지고 싶었는데...형이 나를 가졌어요"
내가 졌어.경훈은 쪼그려 앉아 동민을 올려다보며 다시 얘기했다.
"형 좋아해요,진짜요.진짜 많이 좋아해요"
주인에게 애정을 요구하는 것 같은 개마냥 동민을 쳐다봤다.동민은 이번에 꽤나 크게 웃음이 터졌다.그 작은 손을 경훈의 머리 위에 올렸다.경훈이 새 영역을 만들면서 동민이 쌓아둔 벽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는 없었다.제 풀에 지친 경훈에게 고맙기도 했다.그게 무너졌으면 어땠을까,상상이 잘 가지않았다.이상해지는 동민의 표정에 경훈은 입을 비죽 내밀었다.그 얼굴을 보며 동민은 속으로 말을 삼킨다.
"경훈아,짖어"
사실은 네가 이긴거야.
써놓고보니 정말 의식흘러가는대로 써졌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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