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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해.

 

준석은 눈을 깜빡였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어디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마저도조용했다. 어두컴컴한 시골길에서 준석은 경훈과 마주보고 있었다. 손목을붙든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 와중에 준석은 표정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훈은 정확히 몇 안 되는 가로등 불빛이 떨어지는 끝자락에 서 있었다. 덕분에준석은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서서 경훈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했다

 

경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준석을 보고 있었다. 묻지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준석은 눈을 깜빡 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괜히 경훈이 붙든 손목에서부터 열이 확 오르는 것 같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이렇게 술을 마시는게 아닌데. 뒤늦은 후회를 해 보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점점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준석과 달리 경훈은 또릿한 눈으로 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이 길어 질 수록일분 일초가 무겁게 다가온다. 대답을 들려줄 때까지 경훈은 준석을 놓아 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

 

처음엔 단순한 흥미라고 생각했다. 일반인 참가자에 대한 관심 같은거. 유현이 밀려날 때까지 경훈에게 준석은 그런 존재였다. 항상언더독의 위치를 고집하면서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 현민이처럼 그들만의 리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못하면서 동경하듯 그 테이블을 바라보는, 어떻게 보면 경훈과 기분 나쁠 정도로 비슷한 그런 부류의인간일거라고. 회식 때마다 경훈은 항상 그 테이블에 가장 마지막으로 초대되는 사람이었다. 참가자들끼리 아무리 서로 친하다고 해도 분명히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가장 상석을 차지하던 상민을 처단하고나서야 경훈은 조금이나마 자기 자리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동민과 현민 그리고 진호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동경하듯 바라보는 경훈을 보고 있는 준석이 있었다. 그 시선의 끝이 자신과 똑같은 동경이 아니라 경훈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였다. 준석은 대상을 바라보거나 자기 길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준석도 경훈처럼 동경하거나 흔들리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준석은 끝내 자기 자신을 모조리 버리거나 변하는종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미풍이 불어도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는 경훈은 그런 준석이 때로는 신기했고 때로는부러웠고 때로는 한심했다

 

상암동 구석진 고깃집에서 주류 테이블에서 떠나 온 경훈에게 먼저 함께 결승을 가자고 말한 것도 준석이었다. 옆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안주만 깔짝이던 현민은 그새 동민의 곁으로 떠나버리고 없었다. 준석은 소외 받은 일반인 참가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날은 동민이 10결로 경란을 압살 한 날이라서 그 말이 얼마나터무니 없고,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경훈은 준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간이 정해 진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만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는 거니까. o:p>/o:p>

 

그리고 경훈은 결승에서 동민에게 2 0으로 압살당하고 말았다. 동민은 눈물이 날 정도로 친절해서 자길대상으로 보고 있는 경훈에게도 최소한의 친절은 베풀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경훈이 감정을추스를 최소한의 시간은 줬으니까. 꿈같던 녹화가 모두 끝나고 경훈은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 경훈을 데려가 준 것도 준석이었다. 여행 내내 준석은 그 상암동구석진 고깃집에서, 주류 테이블에서 밀려난 자리에서 했던 이야기를 하고 하고 또 했다. 더 이상 주변 시선 같은 건 신경 쓰지 말라는 말. 자기 인생의주인은 자기가 되라는 말. 꼭 자기개발서에나 나올 법한 말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 준석을 보면 조금은귀엽고 조금은 웃겼다. 그럴 때 마다 경훈은 알겠다며 신세한탄도 좀 하고 장동민과 오현민 그리고 홍진호욕도 구구절절이 늘어 놨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냐고. 내가 지랑 가기로 했으면 나랑만가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불러내서 경란누나 큐브까지 빼줬는데 티 나게 불러 낼 수도 있지 그게 핵트롤이라고까지할 그거야? 시드포커때 내가 지 위해서 데스까지 갔다 왔으면 좀 믿어야지. 그리고 홍진호도 은근 성격 더러운 게 장동민 죽이려고 그렇게 난리칠 땐 언제고 막상 연합 먹어주니까 좋아서쪼개는거. 그래 놓고 내가 건들이니까 눈에 불 켜는거. 오현민걔는 지 불리할 때마다 맨날 장동민 찾고, 그걸 또 받아주는 장동민이나 이래서 장오연합인건가? 거기 홍진호까지 끼니까 이건 무슨 지들끼리 다 해는 것도 아니고

 

술에 취한 준석은 경훈 말이 무조건 다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곁에 남아 준 사람은 준석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이너스 경매 할 때장동민 같은 거 버리고 둘이 생징 나눠먹을걸 그랬다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맞는 옷이아니었을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절박했던 건지. 그래도 돌이켜 보면 볼 수록 아쉬움은 남았다. 경훈은 옆에서 열심을 다해 자신을 응원하는 준석을 본다. 준석은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 곁이 경훈이 바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대로가 좋았다. 준석은 묘하게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다가가면완벽히 믿어주지 않는 장동민, 불리해 지면 얼마든지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는 오현민, 아얘 여지조차 주지 않는 홍진호보다 준석이 곁에 있는 것이 백배천배는 나았다.

 

순간 경훈은 생각한다. 준석이 평생 곁에 있어주는 가정에 대해서. 경훈은 지금 이 순간도 자신에게 진심을 다 하는 준석을 본다. 다른건 몰라도 준석이 곁에서 계속해서 경훈을 위해 준다면, 조금은 덜 흔들릴 것 같았다

 

좋아해

 

앞서가던 준석이 걸음을 멈춘다. 경훈은 준석이 도망갈까 봐 손목부터붙든다. 준석이 이쪽을 보는 것이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도알 수 있었다. 준석은 무슨 얘기냐고 되묻지 않았다. 너무뻔한상황 뻔한 말이잖아

 

좋아해, . 형이 옆에있어주면 나 더 이상 방황하지 않을 것 같아

 

경훈은 준석의 약한 부분을 골라 기대기로 한다. 적어도 경훈이 아는준석은 여기서 경훈을 뿌리치지 못한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한 거잖아.

 

이것은 완벽한 도박이다. 경훈은 준석을 똑바로 마주본다. 더 이상 내 자리가 아닌 곳은 가지 않을 거야. 아무리 동경하고바라봐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는데 경훈은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걸 결승에서 패한 이제 와서야알게 되었으니 기회비용이 참 컸다. 지금 당장 기댈 곳이 필요해서 즉흥적으로 충동적으로 내린 결론이아니라고 경훈은 확신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가지 않은 것일 뿐이었다. 내내 준석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테이블에 앉아 경훈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경훈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로 했다. 지금 당장대답을 들을 때까지 이 손을 놔 주지 않을 거니까

 

형 생각은 어떤지, 지금 말해

 

어둠 속에서 준석이 대답했다.


-

내가 살다살다 찌석을 쓰는 날이 올줄이야. 찌석은 끌리는 정도지만 친구가 좋아해서 씀. 

원래 지금말해 라는 걸로 콩이 장한테 하는 말로 하고싶었는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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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헐 ㅠㅠㅠㅠㅠㅠ 찌석이다!!!!!!! 세번째 읽고 또 읽음.....설렘쩔 ㅠㅠㅠㅠㅠ 사랑한다 너갓♡오늘도 좋은하루 보내~♡ 써줘서 고마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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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으아ㅠㅠㅠㅠㅠ 찌석이라뉴ㅠㅠㅠㅠ 아 너무 좋다.. 이거.... 잘읽었어 쓰니야 고마워 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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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우왕ㅠㅜㅜ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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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와.....진짜 많은생각하게하는 썰인듯.... 대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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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찌석ㅠㅠㅠ내용도 문체도 다 좋다ㅠㅠㅠㅠ고마워 금손작갓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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