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현민은 세명의 장동민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장면을 보며 앞의 맥주잔을 잡으려고 손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짜증이 나 괜히 제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씨...왜이렇게 안잡히지...
그걸 눈앞에서 생중계로 보고 있는 동민은 더 이상 웃을 힘도 없었다.
오현민 얘가 사실 코미디 쪽에 재능이 있었던건 아닐까.
맥주 몇잔 마셨다고 테이블에 머리를 콱 박더니,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허공에 손을 휘적거리더니,뭐가 제 맘에 안드는지 발을 동동 구르는 거다.
"아이씽...왜이르케 안자피지.."
의미모를 말까지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똑같은 말을 다시 똑같이 되풀이한다.어?동밍이형!동미니형이 세며이다!돔민셋이니까...셋돈...새똥이다 새똥!
그리고는 도미니형 새똥....을 계속 중얼거리며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웃는다.
그리고는 다시 새똥의 인생은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새또은...가아지똥보다 안조은거야...부쌍한 새똥...
"야,갑자기 쳐들어와서 치맥 먹자고 당당하게 말할 땐 언제고,일어나봐."
다시 자신만의 편안한 휴식처를 찾은양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마치 석고대죄하듯이 새또은..부쌍해...눈물을 뚝뚝 흘리는 오현민의 머리를 툭툭 치니까,다시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맥주잔을 손에 콱,움켜쥔다.
그걸 보고있던 동민은 다급하게 현민의 손에서 맥주잔을 구출해내었다.
야야,뭘 거기서 더 취해서 남의 집을 어떻게 망가트리려고.
타박을 주고 나서야 힝..매쭈...매쭈 마셔야대...라며 울상을 짓고는 팔을 늘어트린다.
"이거나 마시고 정신차려.어?"
맥주잔에 보리차를 가득 채워주자 순식간에 원샷한 현민이 내가 마셔쓰니까 형이 진거져!꼬인 발음으로 소리친다.
뭐.라는거야 얘는,다시 보리차를 가득 채워주자 또 원샷을 무리였는지 보리차를 무슨 아메리카노 마시듯 홀짝거린다.
음..돔미니 형!닥다리 머거여?안머그면 나주면 안대여?
아직 혀가 꼬인채로 닭다린지 닥다린지를 갈구하는 모습을 보는 동민이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새똥으로 안부르고 돔미니형이라는 거 보니까 술이 조금씩 깨고 있나보다.
.
.
.
"...어?동민이형?"
"야이씨...이제 정신이 드냐?"
이게 무슨 상황이지.거실바닥에 무슨 시체마냥 널브러져 있던 현민이 그 자세 그대로 앞의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동민에게 말을 걸었다.
슬쩍 아래에 일어나 있을 현민을 내려다본 동민이 현민의 자세에 실소를 터뜨리고,현민은 머쓱한지 자신에게 덮혀져 있던건지,얹혀져 있던 건지 모를 담요를 안고 바닥에 앉았다.
동민은 불금이니까 사나이라면 치맥을 먹어야 한다면서 당당하게 치킨을 흔들어 보이던 현민이 생각나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야,이제 술깬거 같으니까 묻는건데,너는 주량도 안되면서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치킨 들고 찾아온거냐.
웃고자 한 농담이었는데,무슨 난관에 봉착한 병아리마냥 우물쭈물하는 현민이다.
"그..그게...할말이 있었는데요..."
그러니까,불금이라 치맥을 핑계로 술기운을 빌려서 할말을 해보고자 한건가.
이번에 너의 작전의 패인은 니가 빌린 술기운이 너무 강하다는 거였어.
"그래서,할말이 뭐였는데?"
"...꼭 말해야 돼여...?"
"참나,애초에 니가 먼저 말하겠다고 찾아온거 아니야?"
그러자 아씽...부끄러운데....이러면서 몇번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무슨 사랑에 빠진 여고생이야?아무래도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는거 같아 동민이 고개를 숙여 현민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얼굴에 열은 다 내렸는데,물을 더 맥여야 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하는 동민의 입술에,돌연 현민이 박치기를 해왔다.
그리고는 현민이 다시 풀썩,잠들었다.
고요한 거실에,티비소리와 시계소리만이 울려퍼졌다.
현민이 잠들고 난 뒤에도 한참동안 굳어있던 동민이,그제야 생각이 정리되는듯 한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아직 술 덜깼던거,맞잖아.
이미 의미는 다 전달된것 같지만,동민은 아무래도 현민이 술을 전부 깨고 난 뒤에 할말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정확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