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s going down."
동민이 벨을 두 번 부드럽게 누른다. 하얗고 작은 공은 뱅글뱅글 돌며 룰렛의 번호판 중 한 칸에 떨어질 준비를 한다. 마치 하얀 나비가 꽃밭에서 이리저리 앉을 곳을 찾아 날아다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공을, 플레이어들은 탐욕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내가 칩을 놓은 번호에 떨어질 것인가! 현민도 목이 타서 공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현민은 넘버 16, 짝수, 빨강에 걸었다. 2 to 1, 1 - 18 쪽에도 칩을 몰아넣었다. 이대로만 된다면, 이게 몇 배야. 16에 공이 떨어지는 순간, 엄청난 양의 칩이 현민에게 몰아칠 것이다. 현민은 남은 칩을 만지작거리며 공을 탐욕스럽게 바라본다. 굴러떨어져라! 그리고 동민은 그런 현민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No more bet, please."
동민이 판 위로 손을 부채꼴 모양으로 내젓는다. 그 손길은 탐욕스런 플레이어들이 더는 칩을 놓지 못하도록 제어한다. 아, 저쪽에 더 걸껄! 사람들은 아쉬운 입맛만 다시며 돌아가는 룰렛판을 바라본다. 이제 공은 탕탕 소리를 내며 내려앉을 준비를 한다. 플레이어들이 어찌나 숨을 죽이고 그걸 바라보는지, 룰렛 테이블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동민은 그저 이 상황이 웃기다. 인생이란 돌아가는 룰렛판과 같은 것.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얻어가고 싶단 말인가. 재미있다. 그리고 동민은 공이 내려 앉은 곳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더욱 재미있는 판이 되었다.
"넘버, 제로."
오각형 모양의 0 칸에 건 사람이 없었다. 이전 판에는 계속 특정 숫자만 나왔으니, 사람 심리상 당연한 거겠지. 동민은 생각하며 검지와 중지 사이에 투명한 마커를 끼운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커가 0 위에 놓였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현민도 머리를 감싸쥔다. 동민의 양 옆 딜러들은 칩을 회수하여 카운팅하기 시작한다.
현민이 고개를 들자, 더욱더 비장한 표정이 얼굴 위를 덮었다. 동민은 그런 현민을 보며, 씩 웃으며 마커를 가져간다. 잘 계산해 봐, 루키. 과연 인생이 계산으로 될지는 모르겠다만.
딜러 장 플레이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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