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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은 으슬으슬하고 딱딱한 느낌에 눈을 떴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침대가 아닌 차가운 나무장판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안 그래도 어제 이 체위 저 체위 밤을 지새느라 허리 아파 죽겠는데. 나 잠든 새에 바닥에 내려놓은거야? 진짜 냉혈한이네. 현민은 동민이 원망스러워져 침대 위를 바라본다. 팬티도 안 입고 완전한 나체로 동민이 쌔근쌔근 자고 있다. 참 나, 사람을 바닥에서 재우고 저렇게 잠을 잘 잔단 말이야? 현민은 입을 삐죽 내민 채로 동민의 옆에 눕는다. 그리고 이불을 들추고 자신도 이불 안에 몸을 구겨 넣는다. 무언가 와닿는 느낌에 동민은 으응, 하고 잠에 겨운 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슬쩍 눈을 뜨고 옆을 돌아본다. 아이씨, 뭐야. 왜 올라왔어. 동민은 퉁명스럽게 내뱉으며 다시 현민에게서 등을 돌린다. 


 

"왜 날 바닥에 냅뒀어요?" 

"니네 집도 아닌데, 왜 남의 침대에 누울라 그래." 

"남의 집이라고요? 우린, 우린 같이 잔 사람이에요!" 

"나랑 섹스한 사람을 내가 침대에서 재워야하나? 그럼 게이 거리에 있는 사람들 중 90퍼센트는 내 침대위에 있어야 한다는 소리네. 왜, 아예 시청 광장에 가서 같이 드러누우라고 하지 그래." 


 

머릿수 상 그게 적합하지. 동민의 말에 현민은 우울해진다. 까먹고 있었다, 이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남자들과 밤을 지새웠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사람과 안 자본 사람을 게이 거리에서 찾는 것은 모래밭에서 동전 찾기와 같은 확률이라는 걸. 자신은 동민이 첫 남자인데, 동민에게 자신은 몇백명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런 생각이 들어, 현민은 몸을 반쯤 일으킨다. 그리고 동민을 빤히 바라본다. 동민은 옆이 조용해지자, 얘가 잠들었나싶어 한 쪽 눈을 살며시 뜨고 현민의 쪽을 바라본다. 그런데 애가 자기는 커녕,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 놀란다.  


 

"왜 안 자고 사람을 그러고 보고 있냐." 

".......그냥 나랑 사귀면 안 돼요?" 

"웃기고 있네." 

"나, 이제 형이랑 두번째 잔 거잖아요. 형들 말로는, 한 번 잔 사람은 두 번 안 잔다면서요." 

"................." 


 

현민이 정곡을 찔렀다. 동민은 헛기침을 하며 현민에게서 눈을 떼고 천장을 바라본다. 사실 어젯밤은 동민 스스로도 놀랐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외간 남자 사이에 현민이 있을 때, 확실히 화가 났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민에 대한 분노가 아닌, 다른 두 남자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동민은 마음가는 대로 두 명을 떨쳐내고 현민과 밤을 보냈다. 내가 왜 그랬지. 섹스하는 와중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뭐, 생긴 게 내 타입이라 그런가보지. 확실히 생긴 거는 흔히 찾을 수 없는 얼굴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누구와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책임질 관계 따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나랑 사귀......" 

"싫어. 내가 왜 이름도 모르는 고딩이랑 사귀어야 하지?" 

"...........어제 말했잖아요, 제 이름은 오현민이라구." 

"기억할 가치가 없어서 까먹었어. 앞으로도 기억할 일 없을거야." 

"한 번 나 좋아해보려고 노력해 주면 안 돼요?" 


 

현민의 말에, 동민은 짜증스럽게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미간을 구기며 현민을 바라본다. 현민은 그새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어제처럼, 두 눈에 물이 차올라 그렁그렁하다. 그 고인 물에 아침 햇빛이 반사된다. 동민은 한숨을 쉰다. 차마 울려는 애한테 화는 못 내겠고.  


 

"대체 넌 나한테 왜 이러냐." 

"왜긴요, 형 좋아한다니까요." 

"넌 한 번 몸 주면 마음 다 줄래? 이런 험한 세상에서 왜 그렇게 순진하게 구냐." 

"순진한 거 아니에요. 처음부터 서로 원했잖아요. 나는 아직도 형을 원하고, 형도 두 번이나 저를 원했잖아요." 

"그냥 그 순간을 원한 것 뿐이야. 나는 사귀고, 뭐 애인, 이렇게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걸 원하지 않아. 그걸 이해하는 사람도 아니고." 


 

동민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자, 현민의 볼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현민은 아침부터 우는 자신이 싫어져, 입술을 꾹 깨문다. 눈물이 입가로 흘러내려, 앙 다문 이빨 사이로 스며든다. 통통한 볼에 한 줄기 눈물길이 그려졌다. 그것을 보던 동민은, 한숨을 푹 내쉰다.  


 

"현민아." 

"........................" 

"오현민, 돈 줄 테니까 대충 아침 챙겨먹고 학교 가. 택시비 줄게. 어서 옷 입고 학교 가라." 

"......지금도 그래요, 왜 기억 안한다면서 내 성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건데요." 

"..내가 머리가 좋아서 그래." 

"거짓말." 


 

현민의 말에 동민은 아무 말 없이 침대를 벗어난다. 바닥에 떨어진 속옷, 바지, 윗도리를 차례대로 입는다. 현민은 그런 동민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있다. 동민은 옷을 다 꿰어입더니, 이번에는 바닥에 떨어진 현민의 옷가지들을 하나씩 줍는다. 그러더니 옷들을 침대 위로 가볍게 던진다. 옷들은 허공을 가르더니 현민의 다리 위에 툭 떨어진다. 그러나 현민은 옷은 바라보지도 않고, 동민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동민은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울고만 있는 현민을 쳐다본다. 얘는 참 눈물샘이 맨날 꽉 차 있나봐. 섹스할 때건 언제건 맨날 우네. 이런 생각을 하며, 현민에게 다가선다.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현민의 볼에 그어진 한 줄기 눈물길을 닦아준다. 그러자 현민이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내 말 들어. 이제 나 생각하지 말고, 너도 다른 남자 찾아가." 

".....싫어요." 

"난 너랑 이 이상 관계를 가지고 싶지도 않고, 두 번 널 원한 것으로 끝이야. 이제 얼굴 보는 일 없게 하자." 


 

택시비 식탁 위에 놔 둘테니까, 옷 입고 학교 가라. 난 씻고 출근한다. 동민은 현민에게서 몸을 돌리고는, 침실을 벗어난다. 동민이 방을 나서자, 현민은 이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가 된다. 현민은 자신의 옷을 끌어안고, 그렇게 침대 위에서 한참을 울었다. 


 


 


 


 


 


 


 


 


 


 


 


 

"미나, 굿모닝!!! ..........뭐야, 얼굴이 왜 이래!!" 


 

1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 현민이 교실로 들어섰다. 정문은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하다가, 현민의 두 눈이 퉁퉁 부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야, 너는 조금만 부어도 못생긴 애가!! 눈을 이 꼴로 만들어서 오면 어떡해!! 정문이 손을 들어 현민의 얼굴을 가린다. 평소의 현민 같으면, 뭐가 못생겨!! 나만큼 잘생긴 사람 봤어!! 라고 버럭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현민은 그저 정문의 장난에 말없이 입만 다물고 있는다. 그제서야 정문은 현민의 기분이 상당히 저기압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민아." 

"...................." 

"오현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무나.........정무나아........." 


 

현민이 정문의 팔을 부여잡더니, 본격적으로 울 준비를 한다. 아니, 얘가 학교 오자마자 왜 이래. 정문은 놀란다. 반 아이들도 학교에 오자마자 현민이 울기 시작하자, 무슨 일이 있는건가 싶어 한명씩 주위로 모여든다. 현민은 2교시 시작 종이 학교 안에 울려퍼져도, 울음을 그칠 생각을 않는다. 그저 정문의 얇은 팔을 붙잡고 계속해서 울고만 있다. 왜 그래? 현민이 어디 아파? 반 아이들은 수군수군대고, 정문은 난감하다. 무슨 일이 있어서 얘가 이러는 건지 싶다. 저기, 현민아... 수업 시작하는데... 정문이 말해봐도, 현민은 그저 울 뿐이다.  


 

"5반, 뭐야. 자리에 안 앉아? .......거기 뭐야, 왜 그래." 


 

수학 선생이 2교시를 위해 현민과 정문의 교실 앞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런데 열자마자 어수선한 반 분위기에 당황스럽다.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기는 커녕, 벌떼처럼 교실 뒤쪽에 모여서 있다. 그리고 교실 맨 뒤에서는 현민이 울고 있고, 정문이 그를 달래고 있었다. 쟤네는 맨날 붙어있더니, 오늘도 붙어있네. 그런데 왜 쟤는 울고 있지? 수학 선생은 의아해져 정문에게 묻는다. 


 

"걔 왜 그래?" 

".........선생님, 현민이가 열이 너무 높아서 울고 있어요. 제가 얼른 보건실에 데려다 주고 올게요!" 

"환절기라 그런가. 너네도 감기 조심해라. 그리고 여학생, 너는 니 남친 빨리 데려다 주고 와." 


 

교내에서 정문과 현민은 항상 붙어다녀 사귄다는 의혹을 받는다. 현민을 이성애자로 보이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고, 자신도 꼬여드는 남자놈들을 뿌리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라고 생각한 정문은 딱히 부정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남친이라는 수학의 말에 네! 라고 대답한 정문은 현민을 일으켜세운다. 그리고 이제는 콧물을 들이마시며 펑펑 우는 현민을 잡아끌어 교실 밖으로 끄집어낸다. 현민은 자신의 다리로 걸을 의지따윈 없는지, 마른 정문에게 의지하며 걷는다. 정문은 복도에 사람이 없나 두리번거린다. 다행히 수업 시간이라 그런지 복도에는 생명체 하나 없다. 다행이라고 여긴 정문은 현민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 

"으윽, 무니야........무나........." 

"응 그래, 현민아. 무슨 일이야?" 

"......동민이 형이.........흐윽, 동미니 형이이..........." 

"아, 너 애인? 왜, 바람폈어?" 

"아니.........사귀자고 했는데........싫대......" 

"......왜? 같이 그, 잤잖아!" 

"그냥 원나잇이래, 자기는, 크응, 그런 거 안 만들거래애............." 


 

어떡해, 문아. 나 너무 그 사람이 좋은데에...... 말을 마친 현민은 더욱 서럽게 울며 정문에게 매달린다. 아, 알았어, 현민아. 좀 매달리지는 말아줄래? 정문은 현민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1층으로 끌고 나갔다. 그리고는 학교 옆 벤치에 현민을 버려두었다. 현민은 벤치에 엎드려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하아, 얘를 어쩐다. 위로를 해줘야겠다. 싶은 정문은 현민의 옆에 앉아 현민의 등을 쓸어준다. 현민은 얼마나 서러운지, 온 몸을 들썩이며 운다. 


 

"어쩌냐, 하필 첫 경험이 그런 사람이라..." 

"흐윽...........으으........흑, 흐흑." 

"그래도 잊어, 현민아. 더 좋은 다른 사람이 있을거야..." 

"안 돼, 나, 절대 못 잊어......" 

"..아니, 그 사람이 너 싫다고 찼잖아. 다른 좋은 사람을..." 

"동민이 형,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거짓말해........." 

"뭐?" 

"나 싫다고, 내 이름 같은 거 외우기 싫다고 해놓고는.......내 이름 정확히 알고....막..." 

"그건 그냥, 그 사람이 기억력이 좋은 게 아닐까?" 

"아니, 나는 포기 안 할거야.........근데 그냥,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앞으로 내가 동민이 형 좋아하면서.....너무 상처가 클 것 같애..." 

"................" 

"막, 원나잇 좋아하구, 나 말고 다른 사람, 막, 찾아나서구........내가 못 막겠지....?? 히잉, 정무나아........" 


 

내가 너무 불쌍해애!!!!!! 현민은 정문을 끌어안고 다시 펑펑 울기 시작한다. 참 나, 이래서 눈이 이지경이 되도록 울고 울고 또 울고 있는 거야? 정문은 어이가 없다. 하지만, 처음으로 완전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뭐 어떡해. 포기도 안 된다면, 뭐 끝까지 해보라고 해야지. 정문은 친구가 안쓰러워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둘은 그렇게 벤치에 앉아 부둥켜안고 말없이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정적은 체육 선생이 학교 주변을 순찰을 돌다가, 둘을 발견하고 몽둥이를 쳐들고 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오늘도 게이바는 활기차다.  


 

정신 없는 조명, 정신 없는 음악, 정신 없는 열기 속에 남자들은 자신의 성욕을 채울 다른 남자를 찾아나선다. 동민, 준석, 진호, 경훈. 이 패거리는 오늘도 모여 춤추는 군중을 빤히 바라본다. 넷 중 타겟을 가장 빨리 정하는 것은 단연 동민이다. 예쁘장하니, 마치 티비 속 아이돌 같은 남자가 스테이지 위에서 허리를 돌리고 있었다. 얇은 허리에, 통통한 허벅지. 동민은 입술을 혀로 적시며 눈을 반짝인다. 준석은 동민의 시선 끝에 자리한 그 남자를 바라본다. 와, 진짜 쩐다. 


 

"동민이 형, 지금 저 사람 노리는거야?" 

"어. 1시간 내로 내가 우리 집 데려간다, 쟤." 

"어떻게 저런 사람이 형이랑 자겠어. 딱 보니까 클라스 장난이 아닌데!" 

"너 같은 게 뭘 알겠냐. 내일 보자." 


 

동민은 그 남자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채로 셋에게 손을 흔들어 미리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바람처럼 아이돌남에게 빠른 속도로 걸어간다. 아니, 뭐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거야! 진호는 툴툴거린다. 준석은 과연 저렇게 예쁘고 멋진 남자를 동민이 꼬실 수 있을까 싶어, 동민을 가만히 관찰한다. 경훈도 흥미진진한 듯 진호와 준석의 어깨에 각각 팔 한 개씩을 걸친 채로 동민을 바라본다. 동민은 웃으며 아이돌남의 귀에 뭐라고 속삭인다. 그런데 동민의 말을 듣자마자, 아이돌남이 몸을 뒤로 젖히며 신나게 웃는다. 그러더니 동민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신난듯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돌남이 애교를 부리자, 동민은 남자의 허리를 잡아 자신에게 밀착시킨다. 그러자 아이돌남이 동민의 볼에 입을 맞춘다. 뭐야, 벌써? 준석은 입을 딱 벌린다. 진호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으며, 경훈은 박수를 치며 웃는다.  


 

"와 - 진짜 저 형 타고났네, 타고났어. 얼굴 잘생기고 키만 컸으면 아주 이성애자들도 이리저리 꼬시고 난리 났었겠는데?" 

"......대체 어떤 말로 저렇게 빨리 사람을 꼬실 수 있는 걸까?" 

"글쎄에 - ? 우리 준석이는 먼저 꾸미면 그런 거 안 궁금해도 될 거 같아!" 


 

경훈은 준석의 혼잣말에 대답을 하며 준석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는다. 준석아, 바에 올 때는 이런 체크무늬 남방이랑 면바지를 입고 오는 게 아니야. 좀 꾸미고 댄디한 차림으로 와야 누가 낚아채가지 - 준석의 귀를 부드럽게 만지며 경훈은 귀에 속삭인다. 그리고 바람을 후, 불자 준석은 짜증을 내며 경훈을 밀친다. 아이씨, 하지마! 준석의 반응에 경훈은 재미있다는 듯, 준석을 끌어당겨 이마에 입을 맞춘다. 아, 하지말라고!!!!  


 

"귀엽다니까. 나도 슬슬 스테이지에 가 봐야지." 

"오늘 그럼 우리 먼저 가?" 

"어. 아 홍진호, 너도 스테이지 좀 가자. 장동민 기다리기 같은 건 그만 하고." 

"아, 아, 앙기다리거등!!" 

"뻥 치네. 장동민한테 기대 그만해라. 너도 이제 다른 사람 찾아야지, 언제까지 짝사랑할래." 


 

경훈의 말에 진호는 입을 다문다. 어제는 준석, 오늘은 경훈. 내 마음이 그렇게 티가 나나. 시간이 오래될수록, 무뎌지는 게 아니라 점점 이 마음이 강해지고 있나보다. 진호는 참담한 마음에 마른 세수를 한다.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세차게 문대는 진호를 보며, 경훈은 혀를 찬다. 쯧쯧, 난 간다! 곧 경훈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다. 경훈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준석은 멍하게 맥주병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진호도 그런 준석의 곁에 서서 스테이지를 바라본다.  


 

"오늘도 우리 둘 뿐이네." 

"그러게...................."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넌 장동민만 안 기다리면 되는데 말이야. 이렇게 외롭게 남는 건 나 혼자로 족해." 

"뭘 외롭게 남아. 너도 인기 있다니까 그러네." 

"난 접근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데?" 


 

준석이 허탈하게 웃는다. 진호는 자기보다 자신감이 없는 준석이 참 불쌍하다. 준석보다 못생긴 장동민도 자신감 하나로 엄청나게 섹시해 보이는데 말이야. 준석도 자신감만 가지면 지금보다 훨씬 인기가 많아지고 외롭게 끝에 남는 일은 더 이상 없을텐데. 진호는 속으로 생각하며 준석의 등을 토닥여준다. 그런데 저 멀리에서 은근한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자, 웬 남자 하나가 이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준석의 쪽을 빤히 바라본다. .......준석이??? 진호는 준석에게 낮게 속삭인다. 


 

"너 5시 방향." 

"....응?" 

"어떤 한 남자가, 너 빤히 본다. 5시 방향." 

".......아 저 사람. 어제 길에서 봤었는데." 

"어제 김경훈이랑 만난게, 저 사람이야?" 


 

준석은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바라본다. 준석과 시선이 마주치자, 남자는 씨익 웃는다. 그리고는 이 쪽으로 다가온다. 진호는 자신이 빠져야 한다는 때인것을 알아차린다. 


 

"나, 먼저 집에 갈게." 

"어, 어디가...." 

"꼭 콘돔 챙기고 하고. 준석이, 화이팅!!!" 


 

진호는 웃으며 준석의 어깨를 툭 친다. 그리고는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진호는 스테이지로 통통 내려가버린다. 준석이 진호에게 인사할새도 없이, 다가온 남자에게 어깨를 잡힌다. 준석이 그를 올려다보자,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준석과 눈을 맞춘다. 


 

"나 기억하죠?" 

"네?" 

"어제 길에서. 봤잖아요. 나 그 쪽 맘에 들어서 계속 봤는데." 

"......네, 기억나요." 

"어제 그렇게 가 버려서 얼마나 찾았다구요." 


 

준석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술에 취했나, 머릿속도 멍해진다. 이게 꿈이 아닐까. 못생긴 남자도 아니고, 훈훈한 남자가 나한테 호감을 보인다. 용기를 내서 다가와줬다. 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올려다보자, 남자는 귀엽다는 듯 준석을 끌어안는다. 그러자 준석은 더욱 멍해진다. 


 

"나 엄청 기다렸는데, 빨리 그 쪽 집에 가면 안돼요?" 

"우리, 집이요?" 

"응. 너무 귀여워서 못 참겠다. 얼른 가요." 


 

남자가 품에서 준석을 떼고 눈썹을 들썩여보인다. 준석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남자는 준석의 손목을 잡고 클럽의 밖으로 끌고 나간다. 준석은 남자의 손에 이끌려 택시에 올라서도 멍하다. 간신히 떠듬거리며 자신의 주소를 부르고는, 등을 기대어 앉고는 생각에 빠진다. 이렇게 호감을 가지고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은 처음이다. 그 동안 관계를 맺은 건 술에 취해서 아무나 밤을 함께한 게 다였는데. 날 보고 귀엽다면서 이렇게 다가와주는 남자는 처음이야. 준석은 자신의 옆에 앉은 남자를 바라본다. 야경이 남자의 옆 얼굴을 비춘다. 잘생긴 옆모습이 준석의 가슴을 뛰게 한다. 준석이 자신을 멍하게 보자, 남자는 준석을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껴안는다. 


 

"왜 이렇게 귀엽게 쳐다봐요. 나 떨리게." 


 

남자의 말에 준석은 얼굴이 터질것처럼 빨개졌다. 만약 택시가 빠르게 준석의 집 앞에서 내려주지 않았다면, 택시 안에서 준석은 발기해버렸을지도 모른다. 택시에서 튕겨져나가듯 준석이 내리자, 남자는 웃으며 준석에게 다가왔다. 왜 뛰어가요, 나랑 빨리 하고 싶어서? 남자가 과감하게 준석의 것을 잡았다.  


 

"아, 아응, 여기 밖이에요." 

"나랑 빨리 하고 싶어보이길래." 


 

남자는 준석의 것을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흔든다. 아, 아응, 으으.... 준석의 것이 꼿꼿하게 발기해버렸다. 준석은 남자의 손목을 다급하게 잡았다. 빨리 들어가서 남자의 것을 자신의 안으로 집어넣고 싶다. 성욕이 강해진 준석은 자신의 원룸으로 남자를 빠르게 끌고 들어간다.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를 때, 남자는 뒤에서 다시 한 번 준석의 것을 잡고 손을 놀렸다. 아, 더 참다간 밖에서 싸겠어...!! 준석은 다급하게 원룸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남자가 뒤에서 준석을 안으로 급하게 떠민다. 그 바람에 준석은 현관 바닥에 넘어진다. 남자는 재빨리 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닫는다. 바닥에 드러누운 준석은 몸을 일으킨다. 그런데 남자의 발이 준석의 가슴팍을 꾸욱 누른다. 발에 눌려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된 준석은 당황하며 남자를 바라본다. 


 

"저, 저기요...?" 

"하여간 호모들이란, 역겹다니까."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준석이다. 하지만 이해를 할 틈도 없었다. 갑자기 남자가 자신의 온 몸을 마구 걷어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굴이고, 가슴이고. 배고, 준석의 그 곳까지. 준석은 온 몸을 얻어맞으면서 비명조차 지를수가 없었다. 신발을 신고 강하게 자신을 구타하는 남자에, 준석은 저항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피를 흘리며 현관에 누워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어느정도 준석을 구타했다는 생각이 들자, 발을 거두었다. 


 

"쿨럭, 켁, 콜록!!!" 

"섹스나 하다 죽어라, 호모 쓰레기야." 

"으윽..........콜록,콜록." 

"그나저나 여긴 뭐 가져갈만한 게 없나? 오늘 집은 그닥 뭐 있어보이진 않는다만." 


 

남자는 준석의 방 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귀중품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 뒤져보는게, 여러 집들을 뒤져본 전적이 있는 듯하다. 준석의 책상 위에 있던 지갑을 바지주머니 뒤에 쑤셔넣고, 귀중품이 없나 책상 서랍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오, 이거 쓸만한데? 준석은 남자가 자신의 서랍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는 소리를 듣는다. 아, 안 돼... 아까 남자는 다른 신체에 비해서 준석의 다리에는 발길질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 준석은 이것을 생각해내고 몸을 힘겹게 일으킨다. 그리고 다리에 힘을 주자,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준석은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는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옷장 속을 뒤지고 있었다. 안 돼, 이 나쁜 놈아!!!!!!!!!!!!!!! 


 

"너나 죽어!!!!!!!!!!!!!!!!!!!!!!!!" 


 

준석은 남자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아까 너무 심하게 얻어맞은 탓인지, 복부에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 바람에 몸이 휘청인다. 남자는 준석의 외침에 책상 옆 스탠드를 집어든다. 그리고 스탠드로 배를 움켜쥐고 있는 준석의 머리를 가격한다. 전구가 깨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준석은 자신의 뒷통수에서 불이 난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을 느낀다. 곧 준석은 바닥에 가로 길게 쓰러졌다. 머리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지는 걸 보니, 피가 나나 보다...... 준석은 점점 의식이 흐려진다.  


 

"하아, 깜짝이야....후, 병, 신새,끼..." 

"........아.........안 돼..." 

"안 되긴. 잘 죽어라. 형은 이 돈 들고 간다." 


 

남자의 두 손에는 무엇인지 모를 준석의 물건들이 가득 들려있다. 안 돼, 막아야 돼. 그런데 왜 온 몸에 힘이 안 들어가지....? 준석은 점점 머리카락이 뜨끈한 것으로 젖어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남자가 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곧 삐리릭 - 하고 잠금장치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으로 준석의 의식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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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으아 준석이 안돼!!!!!!! 왜 하필 저런 놈한테 걸린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 현민이도 아프고 준석이도 아프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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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흐어 세상에 우리 폴짝이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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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헐ㅜㅜㅜㅜㅜㅜ 폴짝이 어떡해ㅠㅠㅠ 찌찌는 어디간거야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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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헐 ㅠㅠㅠㅠㅠㅠㅠ폴짝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돼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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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6
할 저 미x놈이 우리 석한테ㅠㅠㅠㅠㅠ 우리 석이 얼마나 모찌모찌하고 귀여운데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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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7
헐 폴짝이가 위험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찌찌가 구하러 오겠지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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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9
헐 폴짝쓰 눈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뭐야뭐야ㅠㅠㅠㅠㅠ퓨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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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0
아 헐 저 쓰레기... 나 지금 현실화남...ㅠㅠㅠㅠㅠㅠ 준석찡 빨리 누가 구해주러 오겠지 ㅠㅠㅠㅠ 제발 ㅠㅠㅠ 쓰니야 오늘도 넘 재밌게보구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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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1
아 폴짝이ㅠㅠㅠㅠㅠ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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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2
으어 ㅠㅠㅠㅠㅠ 준석이 안돼 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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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3
헐 무슨 저런 나쁜 놈이 다 있냐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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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4
아 폴짝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존감 더 하락하겠다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 가뜩이나 자신을 못 믿던데 저러뉴ㅠㅠㅠㅠㅠ 아 우리 폴짝이 불쌍해서 우쯔캥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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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5
안돼ㅠㅠ 폴짝쓰ㅠㅠㅠㅠㅠㅠㅠ 얼른 다음편 보러 달려감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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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6
미친 전개 대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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