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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최정문."


정문은 귀에서 이어폰을 뺀다. 설마, 지금 날 부른건 아니겠지. 제발 창엽이 부르는 것이 자신이 아니길, 정문은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창엽의 입에서는 다시 한 번 정문의 이름이 나온다.


"무니야!"


무니랜다. 창엽의 패거리는 키득거리며 웃는다. 현민이 학교를 떠난 이후, 이 패거리들은 계속해서 현민 대신 정문을 무니라고 불러대기 시작했다. 현민이가 부를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얘네가 부르니까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정문은 인상을 쓰더니, 다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걸음 정문으로 발을 떼자마자, 창엽이 정문의 앞을 덜컥 막아선다.


"야, 안 들리냐? 내가 너 부르잖아. 게이가 부를 때는 알아먹더니, 왜 정상인이 말하니까 못 알아먹어."

"사람이 불러야 알아먹지, 별 병.신.같은게 부르면 누가 알아먹냐."


꺼져라. 정문은 창엽에게 쏘아붙이더니 다시 정문 쪽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순둥순둥하게 생긴 것과는 딴판으로 걸걸한 정문의 날카로운 말투에, 창엽은 잠시 당황한다. 게이에게는 상냥한 정문이 자신을 무시하자, 창엽은 기분이 급격하게 더러워진다. 누가 게이 친구 아니랄까봐, 아주 쌍으로 개념이 없네. 창엽은 달려가서 정문의 팔을 붙잡는다. 이게 나를 무시해!! 그리고 다음 순간, 창엽은 자신의 눈에 불이 붙은 줄 알았다.


"상큼이, 소리 질러!!!"


동민은 창엽의 눈에 무엇을 뿌리더니, 다짜고짜 정문에게 소리를 지르란다. 빨리 온 동네방네 외쳐!!! 정문은 동민의 당황스런 요구에도, 전혀 망설이지 않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꺄아아아아아악!!!!!!!!! 


"사람들, 여기 봐요!! 남고생들이 연약한 여고생을 괴롭히려고 해요!!!!!!!!"


동민은 정문의 비명에 화음이라도 넣으려는 듯, 사방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구하고 있어요!!! 이 동네 사람들아, 여기 봐요!!!!!! 아, 미친 거 아니야...!!! 패거리들은 두 사람의 엽기적인 행각에 허둥댄다. 그러더니 아직도 눈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창엽을 끌고 사라지기 시작한다. 정문은 마치 만화처럼 꽁무니를 빼는 패거리들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동민을 올려다본다. 대체 최창엽의 눈에 무슨 짓을 한 거에요? 그러자 동민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은색 스프레이를 보여준다. 그리고는 정문에게 그것을 건넨다. 


"순식물성 최루액이 들어있는 호신용 스프레이야. 작은 오현민이라고 생각하고 들고 다녀."

"이런 건 언제 샀대요."

"그저께. 아, 바람이 심하게 불면 쓰지마. 바람 때문에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릴 수 있으니까."


다음에는 급소조준용 무릎보호대 사줄게. 그거 무릎에 차고 거시기 걷어차면 아주 손쉽게 고자가 된대. 동민의 말에 정문은 잠시 스프레이를 재미있다는 듯 내려다보다가, 치마 주머니에 넣는다. 자, 빨리 병원 가자. 차 막힌다구. 동민의 말에 정문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둘은 학교 밖에 세워놓은 동민의 차로 향한다.


그 날 이후, 동민은 회사 일이 끝나자마자 정문의 학교로 달려왔다. 그리고 정문을 차에 태워 병원으로 달려가, 그녀와 매일같이 현민의 병실을 찾았다. 정문은 동민에게 자신이 편해진건가 싶었지만, 현민의 병실에서 동민과 단 한마디도 섞지 않았기 때문에 곧 그런 생각은 집어치웠다. 동민은 현민의 몸을 항상 조심스럽게 닦아주고는, 얼굴만 무서울 정도로 바라보았다. 몇 시간이고 그렇게 보고 있다가, 밤 10시가 되면 도망을 가듯이 병실을 나가버렸다. 아마 그 이후 바로 진호네 패거리가 찾아오기 때문에 피하기 위해서라고, 정문은 짐작했다. 그 사람들이랑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건가 싶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쓸쓸한 동민의 옆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런 말 같은 것은 전혀 할 수가 없다. 오늘도 현민의 손을 잡고 멍하게 앉아있는 동민을 바라보다, 커피라도 타 올까 싶어진 정문은 병실 문을 나섰다. 그 때였다.


"어, 아가씨 또 왔네."


옆을 바라보니, 요환이 반가운 얼굴로 정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찌나 빠르게 걸어서 다가오는지, 흰색 가운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복도를 채운다. 정문은 이 의사가 전혀 반갑지 않아, 고개를 살짝 숙여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정문의 인사에 요환은 활짝 웃는다. 응, 안녕!! 대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사교성이 좋은지 모르겠다. 


"매일 같이 오는 걸 봤는데, 바빠서 인사는 못 했어! 오늘에서야 인사를 해 보네!"

"....의사라는 게 할 일이 많지는 않나봐요."

"헐, 그건 아니야!"


정문의 말에 요환은 상처받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뻥치네. 할 일이 많은 의사가 내가 맨날 오는지는 알리가 없잖아. 요환을 올려다보는 정문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그러자 요환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해 보인다. 저, 저기. 


"어제, 그, 진호씨 봤니?"

"..........누구요?"

"왜, 밤 10시 넘어서 오는 분들 중에, 좀 귀여운 사람."

"...셋 중에 귀여운 건 고사하고 하나도 잘 생긴 사람 없는데요."

"아, 왜!! 그, 발음 좀 아기 같이 귀여운 사람 있잖아!"


발음이라면? 아, 그 발음을 있는대로 뭉개버리는 사람. ....이 사람도 그쪽인가? 또 게이야? 오현민이 게이를 끌어들이는 자석이라도 된 건가 생각이 드는 정문이었다. 요환은 부끄러운 듯 다리를 베베 꼬더니, 정문을 바라본다. 어제 왔어? 어때? 


"오죠. 항상 키 큰 사람 하나, 키 작은 사람 하나를 끼고선 와요."

"그렇구나..........오늘도 오겠네?"


요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 안을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진호는 보이지 않고, 동민이 침대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저 사람 입원하는 날 이후로 안 오더니만. 왜 이렇게 오랜만이지! 요환의 말에 정문은 고개를 갸웃한다. 저 사람 맨날 여기 왔는데요?


"뭐? 아니야, 진호씨가 그랬는데 한 번도 병원에 안 왔다고 했어. 그것 때문에 싸우기까지 했다는데."

"싸웠다고요?"

"응. .......아니야?"

"싸웠다고.....그래서 저렇게 비밀스럽게 다니는 건가."


정문은 병실 안에서, 현민의 손을 쓰다듬고 있는 동민을 바라본다. 대체 무슨 이유로 진호와 싸웠단 걸까. 현민의 말로는 둘은 중학교때부터 친했다는데, 무슨 일 때문에 갈라선거지.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렇게 비밀로 하고 혼자 다녀야 한단 말이지? 요환도 동민을 바라본다. 상당히 당황스럽다. 며칠 전, 요환은 진호에게 동민의 안부를 물었었다. 그랬더니 진호는 물론이요, 옆에 앉아있던 준석과 경훈까지 표정이 싹 굳어졌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싸웠어요, 그러니까 얘기하지마요. ....여기 안 올거니까. 진호는 그렇게 말했다. 현민이 입원했을 때 그렇게나 펑펑 울었던 사람이 안 온다고? 의아했던 요환은, 지금 눈 앞에 보이는 동민의 모습에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의아해진다. 저렇게 애틋하게 돌봐주는데, 한번도 안 왔을리가 없잖아. 


동민은 현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오랜 시간을 누워있었는데, 귀여운 얼굴은 상하지도 않고 그대로다. 동민이 현민을 처음 보았던 날처럼, 동민은 현민의 얼굴을 보면서 그 날과 같은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신기하다. 매일 몇 시간이고 현민의 얼굴을 바라보는데도, 질리기는커녕 계속 보고만 있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계속 쳐다보고 있다가 나가는 것을 잊어 진호와 맞닥뜨릴 뻔했다. 일주일에 두 번, 밤 10시 30분쯤 진호가 이 병실에 찾아오는 것을 아는 동민은 밤 10시에 병원을 빠져나가야한다. 시간이 몇 시인가, 싶어 왼손에 찬 시계를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동민의 손에 무슨 느낌이 들었다. 약하게 무언가, 손바닥 안에서 움찔거린다. 동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본다. 동민의 오른손은, 현민의 손을 쥐고 있었다. 


".........오현민."


동민이 부르자, 현민의 손이 다시 움찔한다. 그걸 보고, 그 자리에서 동민은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긴 시간이 지나서야, 현민이 눈을 뜨려 하고 있다. 그렇게 출혈이 심하고, 뇌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아 살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소년이, 드디어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다. 동민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곧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것을 무시하고, 현민의 손이 약하게 흔들리는 것을 바라본다. 현민이 자신의 몸을 미약하게나마 움직이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알에 갇힌 아기새가 스스로의 약한 힘으로 알을 깨듯, 현민은 손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동민은 이제 현민의 발가락도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면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선다. 현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뒷걸음질쳐서 문가로 걸어간다. 그런데 문에 다다르기도 전에, 요환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화, 화, 환자.... 일어났어요?"

".....일어나려는 것 같아요. 의사 양반, 가서 좀 봐줘요."


요환은 동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민의 침대 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현민의 위로 몸을 굽혀서 이리저리 현민의 상태를 살펴본다. 정문도 현민에게로 달려가려한다. 하지만 동민이 정문의 팔뚝을 잡더니 돌려세운다. 


"아저씨, 현민이 지금 일어났어요?"

"곧 일어날거야. 그보다, 내 말 잠깐만 들어줘."

"무슨....?"

"앞으로 아가씨랑도 병원을 같이 올 수는 없을거야.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 나를 완벽하게 제외시키고 많이 말을 해 줘."

"아저씨를 어떻게 배제시켜요. 쟤가 가장 원하는 사람이 아저씨인데."

"부탁이야. 그리고, 이거 내 명함. 현민이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조용히 연락 줘."


동민은 양복 주머니에서 종이 명함을 하나 건넨다. 그 곳에는 동민의 메일 주소와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다. 이대로 가지마요, 현민이 일어나는 거 보고 가요!! 정문은 동민의 옷자락을 잡는다. 그러나 동민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고개를 돌려 현민의 쪽을 바라본다. 요환은 상태 체크가 끝났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께 연락을 드려야 겠어요. 곧 일어날거에요...!! 동민은 잘됐네, 라고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병원을 나가버렸다. 아저씨, 아저씨!! 정문이 뒤에서 불러도, 동민은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느낌은 없었다. 단지, 잠깐 깊은 잠이 들었다는 느낌 정도랄까. 며칠 동안 머리가 아팠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아주 푹 자는 기분이다. 이렇게 그 깊은 잠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멀리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현민.


이 목소리는 분명, 장동민이다. 장동민, 동민이 형? 그러고 보니, 잠에 들기 전에 난 동민이 형이랑 있었는데. 내가 지금 동민이 형이랑 같이 있지 않고 감히 잠을 자다니, 난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동민이 형, 나 여기 있어요, 동민이 형!! 그 목소리 하나에, 현민은 어두운 심해에서 발버둥을 친다. 그런데 몸이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무거운 솜털 이불에 깔린 듯한 기분이다. 가위라도 눌린 건가 싶어, 현민은 있는대로 힘을 주어 자신의 몸을 움직여본다.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하다못해, 눈도 떠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민은 간절했다. 동민이 형이랑 같이 있었는데, 시간 아깝게시리 이렇게 누워 있을수는 없어. 몸아, 움직여라 제발...!! 현민은 온몸을 짓누르는 무거움을 떨쳐내려는 듯이 계속해서 몸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발부터 시작해서 현민이 움직일 수 있는 신체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야. 현민은 더욱 격렬하게 내면에서부터 힘을 밀어냈다. 몸을 움직여 잠에서 깨고나면 이 어두운 바닷속에서 떠올라, 수면을 뚫고 태양을 보듯 동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을 떠오르게 하는 건 동민의 목소리였으니까. 그러나 무겁게 눈꺼풀을 들어올렸을 때, 현민은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당황했다.


".........정신이 들어요?"


눈이 부시도록 하얀 공간 안에, 의사가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큰 의사의 머리 뒤로는 경훈이 형, 준석이 형, 진호 형, 정문이.......... 엄마......? 대체 이 조합은 무엇이고, 여긴 또 어디란 말인가. 무슨 상황인거지. 현민이 미간을 구기자, 윤선은 오히려 안심했다는 듯 눈물을 흘린다. 오랜 시간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 누워있던 현민이었는데. 이렇게 얼굴 근육을 쓰다니, 꿈만 같다. 요환은 현민의 눈꺼풀을 잡아내려 눈빛을 살피더니, 안심했다는 듯이 허리를 편다. 그 얼굴에는 큰 고비를 드디어 넘겼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드디어, 깨어났네요. 괜찮아요 현민씨?"

".........뭐가요?"

"너 17일하고도 6시간 34분 정도 입원해있었어."


준석은 무심한 표정으로 현민에게 말을 건다. 제가요....? 멍하게 현민이 입을 떼자, 준석은 팔을 뻗어 현민의 입을 막아버린다. 거의 3주를 입을 안 열고 누워있으니까, 입냄새나 너. 현민은 준석의 말에 입을 꾹 다문다. 그나저나, 17일이라고........? 내가 그만큼이나 누워있었단 말이야? 현민이 어리둥절해하자, 멀찍이 떨어져있던 정문은 입술을 살짝 깨문다. 도저히 이전의 일을 현민에게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아저씨가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동안 애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야지. 더구나 현민이는 당사자인걸. 곧 결심한 듯이, 정문은 치마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동민의 편지를 꺼낸다. 그리고는 정문은 편지를 꼭 쥐고 현민에게 다가선다. 


"민아, 이거......한 번 읽어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써 있어."


현민은 잠시 정문을 바라보더니, 오른팔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정문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를 집는데, 손가락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분명히 자기는 손가락 사이에 편지를 끼운 것 같은데, 다음 순간 편지는 집히지 않고 땅에 툭 떨어진다. 어...... 내 손에.........?


"저기, 의사 선생님."

"...........현민씨?"

"나, 오른손에, 힘이 안 들어가요."


편지가 안 집혀요. 분명히 힘을 줬는데.. 현민은 멍하게 말했고, 병실 안의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현민이 깨어나 기뻐하던 사람들은, 이제 현민의 오른손을 바라본다. 요환은 잠시 당황하더니, 뒷머리를 긁적이며 병실을 나선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다. 후두부에 충격이 전해졌을 때, 오른손에 연결된 뇌 부분에 무슨 충격이 간 듯하다. 이거 심각한데, 라고 요환은 중얼거리며 뛰쳐나가더니 뇌 센터 병동에 연락을 하기 시작한다. 


나 오른손, 엄마, 나 오른손. 현민은 멍하게 중얼거린다. 윤선은 현민에게 빠르게 다가가 가만히 오른손을 주무른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서 힘이 안 들어가는거야. 별 일 없을거야, 우리 아들. 미술로 대학 가고 싶어했는데, 이렇게 쉽게 그 꿈이 무뎌질 순 없어. 현민아, 괜찮을거야. 오른손은 아무런 문제 없어. 그치? 윤선은 마치 주문이라도 외우는 듯,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현민의 손을 문지른다. 그런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더니, 경훈은 현민이 떨어뜨린 편지를 집어올린다. 아, 그거, 라며 정문이 말릴새도 없이 경훈은 편지를 펼치고 빠르게 읽어내려간다. 무슨 이야기가 써 있길래? 라고 생각해서 읽기 시작한 편지는, 몹시 의외인 내용으로 가득했다. 어찌나 충격적인지, 경훈은 입을 떡 벌렸다. 경훈의 뜨악스런 표정에, 준석은 걱정스러운 듯이 다가간다. 


"왜? 무슨 내용인데?"

"............너, 이거. 누구한테 받았어."


경훈은 편지에서 천천히 시선을 떼더니, 정문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거, 장동민이지. 그치. 장동민이 썼지. 경훈이 낮게 중얼거리자, 정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석은 그런 경훈의 표정을 곁에서 살피기 바빴고, 진호는 동민이라는 말에 바로 경훈의 손에서 편지를 가져간다. 그리고는 경훈이 그랬듯,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편지를 빠르게 읽어내려간다. 동민이 형의 편지라구? 나도, 나도, 나도 보여줘요...!! 현민은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움직인다. 그러나 오른손은, 엄마의 손마저 어루만질수 없을만큼 얕게 경련을 일으킬 뿐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이야기를 해야지!!!!!!"


진호는 격렬한 분노를 쏟아부으며 차를 거칠게 운전한다. 새벽이라 도로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출근길이나 퇴근길이었으면 분명 18중 추돌 사고를 일으켰을 거야. 뒷자리에 앉아 이리저리 몸을 부딪히던 준석은 투덜거렸다. 그러다 진호가 갑자기 급하게 핸들을 홱 꺾자, 준석은 경훈 쪽으로 몸이 쏠린다. 경훈은 준석의 어깨를 감싸, 자신의 옆에 딱 붙여놓듯 앉힌다. 준석은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경훈의 품 안에 안겨있다. 그러나 이런 준석의 상황을 알 리 없는 경훈은 그저 진호의 말만 가만히 듣고 있다.


그 날, 바에서 동민을 발견하고 몰아붙인 날. 처음엔 비인간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심한 동민에게 경훈은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 그런데 편지를 살펴보니, 동민은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현민을 살피고 있었다. 그 가해자 놈을 학교로 찾아갈 건 뭐야.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랑 같이 가지, 쓸데 없는 책임감 때문에 혼자 갔단 말이야...? 경훈은 동민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미안하다. 그 날 너무 몰아붙였다. 자신보다 더 슬프고 머리가 복잡했을텐데, 난 아무것도 모르고 화나 냈구나. 이런 마음은 진호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세상을 혼자 사는 듯 혼자 이 일 저 일 책임지는 동민이 밉다는 것. 14년을 형 옆을 지키고 있는 나인데, 왜 나한테도 말을 안 하고 혼자 해결을 하려는 거야. 힘들면서. 내가 필요없다 이거야? 진호는 다시 한 번 짜증스럽게 핸들을 급격하게 돌린다. 그러자 준석은 더 경훈에게 바싹 안긴다.


"근데 지금 6시도 안됐는데, 동민이 형 일어나 있을까?"

"자면 어쩔거야. 깨워야지."


진호는 으르렁거리며 차를 버리듯이 주차시킨다. 어유, 거치네 우리 진호. 경훈은 휘파람을 불며 준석을 품에서 떼어놓는다. 차에서 먼저 경훈이 내리자, 준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따라 내린다. 진호는 차 핸들을 뽑아버리겠다는 듯 있는 힘껏 자동차 키를 뽑는다. 엘리베이터 버튼도 사납게 연타하는 진호를 보며 경훈과 준석은 놀랜다. 얘는 왜 이렇게 성질을 부리는 거야. 진호가 이렇게 성질을 부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이 동민을 믿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동민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 내가 왜 이런 실수를 했지. 무안하고 미안해서, 더 화가 난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진호는 동민의 현관문 앞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벨을 누르고, 그것도 모자라 문을 부술듯이 두들겨댄다. 시끄럽게 굴어 자고 있는 동민을 깨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린다.


"아침이다."


민폐 삼형제, 라며 동민은 문만 열어주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셋은 잠시 시선을 교환하더니, 동민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평소에 깔끔하던 동민의 집은, 이사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처럼 무언가 잔뜩 쌓여있었다. 이게 다 뭐야? 경훈은 쌓여있는 것을 뒤적거리며 살펴본다. 그리고 그것이 곧, 미술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웬 미술도구지? 준석은 경훈의 옆에서, 큰 박스 안에 담겨있는 미술 도구들을 바라본다. 미술 학원이라도 차리려고 하나. 준석이 내용물을 하나 집어들자, 동민은 무서운 표정으로 걸어오더니 준석의 손목을 잡는다.


"만지지마. 내꺼 아니다."

"갑자기 웬 거야?"

"..............오현민꺼."


..........이게 다? 준석이 눈썹을 들썩이자, 동민은 말없이 손목을 놓아준다. 자퇴하고 집 나온 어린애가 어디서 돈이 나겠는가. 앞으로 1년 반 정도 미술 실기에 전념하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동민이 현민을 위해 사 모은 것이다. 


"......형, 있잖아 우리.... 사과하러 왔는데."


경훈이 어렵게 입을 열자, 동민은 몸을 돌려 가만히 경훈을 바라본다. 


"그런 건 필요없어. 굳이 벽을 낮추려고 하지마."

".......무슨 소리야?"

"난 애초에 나 자신만 소중한 사람이라 누구한테 상처를 쉽게 주거든. 너네가 나한테 실망했으면 오히려 나한테는 좋은거지. 너희한테 막 해도, 너흰 내가 그런 막돼먹은 사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상처를 덜 받을거야. 사과하면, 내 이미지는 낮아지지 않잖아. 그럴 필요는 없어."


정 미안하면, 앞으로 더 상처를 줄테니까 그걸로 퉁 치면 되지. 동민의 말에 경훈은 어휴, 하며 한숨을 내쉰다. 분명히 우리가 믿어주지도 않고 가버렸을 때 상처받았을 거면서, 아닌 척하기는. 저렇게 센 척하면 누가 표창장이라도 주나? 한편 거실로 들어선 진호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광경에 어리둥절하다. 소파에 희고 긴 천이 덮여져있었기 때문이다. 진호가 그 흰 천을 들추자, 갈색 물로 얼룩덜룩한 회색 맨투맨과 청바지가 눕혀져있다. 진호는 곧 그 갈색 물이 피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바지는 현민이 입원할 때에 바느질선을 따라 자른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수선이 되어 있네. 그럼 이거, 오현민 거...? 왜 이 옷들이 여기 이렇게 놓여져있지? 


"....뭘 봐."


동민은 진호의 손에서 흰 천을 빼앗아, 다시 소파에 예쁘게 덮는다. 이거 오현민이지. 진호의 말에 동민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언젠가 동민은 진호에게, 현민이 자신의 거실 소파에서 살게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소파에 사고 당일 오현민의 옷에, 아무도 못 앉게 흰 천이라. 


"......형, 나한테 할 말 없어?"

"있어야 하나?"

"내가 믿어주지도 않고 그렇게 가 버렸잖아. 잘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나 안 미워? 안 섭섭해?"

"니 행동거지는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거기에 내가 뭐라고 어떤 기분을 느끼겠냐."


역시, 섭섭했구나. 진호는 사과 대신 동민의 어깨에 가만히 볼을 댄다. 동민이 진호에게 질투를 표시하거나 삐졌을 때, 동민은 항상 틱틱대고 툴툴댔었다. 처음에 비꼬는 듯한 말투에 어린 진호는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그러나 14년이라는 세월은 역시 무시할만한게 못 되나 보다. 그 긴 시간 동안 동민의 툴툴거림을 듣다보니, 지금은 동민이 나름 상처를 받고 서운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형한테 감히 그러다니, 미안해 형.... 진호는 부드럽게 동민의 어깨에 얼굴을 부빈다. 동민은 진호의 뒷머리를 쓰다듬는다.


".......사실은, 나 할 말 있어, 진호야."

"뭔데?"

"김경훈, 이준석. 너네한테도 관련있는 얘기야. 잠깐 이리 와봐."


동민이 부르자, 이제는 미술 도구들을 보며 품평회를 열던 준석과 경훈이 고개를 든다. 형, 저거 진짜 좋은 거 아니야? 웬만한 미술도구들 가격보다 3배 정도는 기본이겠는데? 준석과 경훈이 미술도구에 대해 칭찬을 하자, 동민은 씩 웃는다. 당연하지, 좋은 것만 골라서 사 모으느라 얼마나 바빴다고.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오프라인으로 사고.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더라.


"그래서 말인데, 너네 셋한테 부탁 하나만 하자."

".......뭐?"

"현민이 다 나으면, 퇴원 축하 파티 열어주고. 선물로 저것들 너네가 주는 것처럼 해서 줘."

"어째서?"

"이제, 나는 나고 걔는 걔야. 나랑 더 있으면 걔만 안 좋은 일 한가득일테니. 너네가 대신 줘."


재수 옴붙는다, 으으으! 라며 동민은 부러 익살맞은 표정을 보인다. 그러나 진호는 화를 낸다. 그게 뭐야, 형이 줘!! 게다가 걔 일어나면 얼마나 형을 찾겠어. 가서 형이.... 진호가 다다닥 말을 쏘아붙이는데, 동민이 손을 들어 말을 막는다. 내 말 들어, 이게 서로한테 가장 좋은거야. 


"걘 나 없이 다칠 일 없는 삶을 살고, 난............."

"......형한테는 좋은 일이 뭐가 있는데?"

".....걔가 안 다치는거."


그러니까 부탁 좀 들어줘. 퇴원하면, 꼭 저거 너네가 샀다고 해야 돼, 알았지? 동민은 셋에게 말한다. 그러나 셋은 시선만 교환할 뿐,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침에 여기까지 오셨는데, 아침이나 먹고가라. 내가 만들어줄게. 동민은 셋을 등지고 거실을 빠져나간다. 말투는 무척이나 밝아서, 누가 보면 아침식사에 셋을 초대한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셋은 동민이 옷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것을, 뒷모습이지만 알 수 있었다.














현민은 연필을 쥐려 노력한다. 하지만 연필은 따닥, 하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책상 위로 떨어진다. 아, 제발. 현민은 짜증을 낸다.


재활 치료. 이전에는 쉽게 할 수 있었고, 당연했던 일이, 지금은 하기 위해 버둥대야만 하는 일로 바뀌었다. 현민이 왼쪽 뇌에 충격을 그대로 받으면서, 오른쪽 손의 움직임이 상당히 둔해졌다. 그러나 신경이 아예 손상된 것이 아니라, 재활치료 후 퇴원후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 예전의 80%까지는 회복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전문의의 소견이었다. 윤선과 요환은 이 말을 현민에게 어렵사리 건넸다. 혹시나 현민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재활치료를 안하려 들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과 함께. 그런데 현민은 둘의 말을 듣더니, 왈칵 화를 냈다.


"내가 꼭 100% 완전 회복을 보여줄 거에요. 그 사람한테 80%라고 속단하지 말라고 해요."


그리고는 매일 같이 재활치료실에서 오른손과 씨름하느라 땀을 흘리는 현민이었다. 윤선은 이런 현민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애처로웠다. 현민은 항상 핸드폰으로 동민의 사진을 켜놓고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다. 재활치료사 말로는, 현민이 빨리 퇴원을 해야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서 손이 나아야 그 사람의 얼굴을 멋있게 그릴 수 있다며 슬퍼했다는 것도 전해 들었다. 윤선은 이제서야 현민이 예전에 데려온 그 남자가 평범한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 이렇게 열심히 재활치료에 몰두하는구나. 현민이 계속해서 연필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며, 윤선은 눈물을 훔쳤다.


"........들었던 것보다 심하네요."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음울한 목소리에, 윤선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몸을 돌렸다. 동민은 인상을 쓰면서 재활치료실 안의 현민을 바라본다. 벌써 15번이나 연필을 떨어뜨렸네요. 잡고 있는 상태가 몇 초도 가지 않는 것으로 봐서, 악력이 거의 없네요. 그렇죠? 라며 동민은 윤선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러나 윤선은 그저 동민을 빤히 바라본다.


"......저희 아들과, 사귀시나요?"

"아무런 사이 아닌데요."


거짓말. 윤선이 중얼거리자 동민은 킥킥 웃는다. 얼굴은 별로 안 닮았는데, 말투 보니 누가 봐도 모자네요. 어린이도 제가 무슨 말만 하면 거짓말, 이러면서 입을 삐죽댔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 어머니도 똑같으시네요. 동민의 말에 윤선은 저도 모르게 손이 자신의 입으로 간다. 내가 입술을 삐죽댔나...?


"제가 밤에만 현민이 보러 왔어서, 어머님이랑 한 번 마주치지도 못하고 사과도 못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정문이 말로는, 병원비랑 가해자 학생 일도 다 해결하셨다고."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가해자 학생은, 해결했다고 할 수가 없어요. 아무튼, 이번 사고는 전적으로 제 책임이 큽니다."


윤선은 자신에게 허리를 숙이는 동민을 보며 당황스러워진다. 분명 정문은 윤선에게 사건의 전말을 말해주며, 장동민이라는 사람이 자기 잘못도 없는데 쓸데 없이 죄책감으로 혼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이네. 이 사람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뭐가 미안해서 이러는 걸까. 윤선은 동민이 불쌍해진다.


"아니에요. 그 가해자 학생이 제일 나쁘지요."

"........... 제가 그 가해자 학생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그 녀석을 제대로 벌을 줄 수가 없었어요. 증거도 불충분해서, 제대로 고소를 먹일 수도 없고요."

"참 못된 세상이죠, 그렇죠?"

".......그런 세상에서 현민이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께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요." 


동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윤선은 어리둥절해하며 동민을 바라본다. 동민은 잠시 핸드폰을 뒤적거리더니, 곧 하나의 창을 띄우고는 윤선에게 핸드폰을 건넨다. 윤선은 핸드폰을 받아 화면을 바라본다. 한 유명 입시 미술학원 정보가 떠 있다. 이게 무슨...? 


"자퇴했으니, 실기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죠. 이 입시미술 학원이 제일 조건이 괜찮더군요. 분위기도 좋으니, 퇴원하는대로 이 곳에 보내서 미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세요."

"..........현민이, 언제 나을지 모르겠는데요."

"재활은 의지가 제일 중요하죠. 분명 현민이라면 금방 떨치고 일어날거에요. 그러니까 약속해줘요."

"제가 보낸다고 하면, 현민이가 갈까요. 그렇게 집을 나간 이후로, 서먹한 사이인데."

"서먹하다고 해도 이전에는 사랑하는 엄마와 아들이었잖아요. 아직도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라는 걸 보여줘요. 현민이, 아직 사랑이 많이 필요한 아이에요."


현민은 자퇴 이후 이전 생활과 180도 다른 생활을 두려워했다. 자신이 게이인 것을 확실히 밝히고 살아가는 자세는 좋은 것이지만, 동민은 굳이 일상의 모든 것이 바뀌어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전이나 이후나, 가족의 사랑이 이어진다면 현민이 덜 힘들것이다. 확실히 현민은 가출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가족에게서 외면당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불러온 해프닝이었다. 만약 윤선이 계속해서 현민을 지지하고 사랑한다면, 현민은 다시 사랑스러운 아들로 돌아갈 것임을, 동민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당신은요?"

"네?"

"현민이, 당신 사진만 보면서 매일같이 재활하고 힘을 내요. 당신은 현민이의 힘이 되어주지 않으실건가요?"

".........잠깐의 이끌림인데요 뭐. 분명 더 좋은 이끌림이 올 거에요. 그래서 현민이도 절대 다치지 않을."


윤선은 재활치료실 안을 빤히 들여다보는 동민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현민이 이 사람을 짝사랑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쌍방향이다. 그런 표정으로 보고있으면서, 당신은 괜찮겠어요? 윤선은 속으로 동민에게 질문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민은 또 연필을 떨어뜨리는 현민을 가만히 바라본다. 힘내, 어린이. 동민의 마음속 중얼거림에, 현민은 다시 한 번 연필을 들어올린다. 연필이 까딱, 떨어지려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떨어지는 소리 대신, 현민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가만히 연필을 누른다. 연필이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어, 간신히 고정되었다. 16번의 떨어뜨림 후에, 현민은 드디어 처음으로 연필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진호는 그렇다니까요, 라고 말하며 계단 난간에 기대어선다. 핸드폰을 통해 들리는 요환의 웃음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괴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진호는 킥킥댄다.


현민이 입원하고 나서 진호와 요환은 매일 같이 연락을 했다. 어! 진호씨. 오현민 깼어요? 아, 아니요. 그럼 이만. 이 같은 패턴이 며칠째 이어졌다. 그리고 현민이 깨어나고 나서, 이 패턴은 진호와 요환에게는 버려졌다. 그러나 통화하는 습관은 버리지 못했는지, 오늘도 진호는 요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오늘 있었던 시시콜콜한 일들을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나보고 소개팅을 하래요, 글쎄."

- 그래서요?

"못생겼다고 둘러댔죠, 뭐."


근데 그거 알아요? 사실임. 그 여자 지인짜 못생겼더라고요. 진호가 비밀이라는 듯 소리죽여 덧붙이자, 전화기 저 너머에서 요환은 더욱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아니, 내가 못생긴 여자랑 소개팅할 위기에 처했었다는 게 그렇게 웃기나. 진호는 입을 비죽댄다. 요환은 신나게 웃더니, 눈물이라도 흘렸는지 코를 훌쩍인다. 아, 진호씨 진짜 재밌네요.


- 그럼 이번엔 제가 듣기 좋은 얘기 해드릴까요?

"뭔데요?"

-진호씨가 좋아하는 그 밴드, 공연하던데요.


.......뭐요!!!!!!!!!!!! 진호가 소리를 지르자, 층계참에 소리가 마구 반사된다. 웅웅 울리는 소음 사이로 진호는 요환에게 말을 쏘아 붙인다. 진짜로요? 진심이에요? 거짓말 아니죠? 언제? 어디서? 왜? 표 언제 풀려요? 딱따구리처럼 진호가 쪼아대자, 요환은 킥킥 웃는다. 진호씨, 잠깐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요. 요환의 말에 진호는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후하후하, 내 심장아. 가만히 있어.


"휴.......... 이제 좀 진정했으니까, 빨리 말해봐요. 나 표 사게."

- 그게 사실은요, 표는 제가 샀어요.

"........네?"

- 진호씨랑 가고 싶어서 두 장 샀는데, 다음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시간 되세요?

"저 안되면 어쩔라고 말도 안 하고 샀어요!! 되긴 되는데...."

- 좀 오래 전 일이라서 진호씨 까먹은 것 같아 보이는데, 나 진호씨한테 관심 있어요.


슬슬 잊혀지기 전에 다시 어필해야할 때가 온 것 같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미안해요. 화 났나? 용서해주면 안돼요? 헤헤. 요환은 애교있게 웃어보인다. 요환의 애교를 들으면서, 진호는 과연 이 사람은 자신의 머릿속에 틀어박혀 앉아있는 동민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동민은 서서히 현민으로 가득 채워져가는데, 나 혼자만 계속 제자리걸음인 느낌이야. 의사 선생. 내 머리에서 이 사람 좀 꺼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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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현민이 어떡해ㅠㅠㅠ 재활 성공했으면 좋겠다ㅠㅠ 꿈도 이루고 아저씨랑 행쇼해야지 ㅠ0ㅠ 장은 키다리아저씨네 지극정성인데 티안내고 숨기려고 하는거 괜히 장답고 멋있고ㅠㅠㅠ
근데 임 그 해맑은 모습이 상상 잘가서 너무 귀여워ㅋㅋㅋㅋ 의사선생님 힘내여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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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하아ㅠㅠㅠㅠㅠ 현민아 힘을 내ㅠㅠㅠㅠㅠㅠ 갓갓갓 피하지 마요ㅠㅠㅠㅠㅠㅠㅠ 귀여운 임콩 행쇼하길ㅠㅠㅠㅠㅠㅠㅠㅠ 찌석도ㅠㅠㅠㅠㅠㅠㅠ 여기 세커플은 하나같이 다 좋단 말이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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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오현민이 근육들아! 뇌세포들아! 힘내라! 화이팅이다!!! 나갓 지금 먹먹해ㅠㅠㅠㅠㅠ 찌통이야 힘들어ㅠㅠㅠㅠㅠㅠ 쓰니 글 너무 잘 써서 장한테 감정이입 엄청 했단 말야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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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현민이는 의지가 강해서 금방 괜찮아질거야 ㅠㅠㅠㅠ 아니다 꼭 괜찮아질거야. 근데 이노무 아재가 자꾸 도망갈 궁리를 하니 ㅠㅠㅠㅠㅠㅠ 죄챡감 느끼는거 이해하지만 현민이가 결정할 수 있게 해줘야지 ㅠㅠㅠㅠ 아..언제쯤 행복해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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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아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다진짜ㅠㅠㅠㅠㅠㅠㅠ 이 금글을 볼 수 있다는게 행복하다ㅜㅠㅠㅠㅠㅜㅜㅜ 장동민이 현민이 안 다치게 하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게 얼마나 현민이에 대한 마음이 큰지 알겠고 막 그래ㅜㅜㅜㅜㅜㅜㅜ 너무좋네 그냥.... 감정선 너무 표현 잘한다 너갓....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임콩도 다시 조짐이 보인다ㅠㅠㅠㅠㅠㅠㅠ 의사 선생. 내 머리에서 이 사람 좀 꺼내줘요 이거 왜케 좋냐ㅠㅠㅠ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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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6
현민아 힘을 내 ㅠㅠㅠㅠㅠ 진짜 갈수록 최창엽 ㅂㄷㅂㄷ... 너 하나만 없었어도!!!! 물론 장오가 진전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ㅠㅠㅠㅠㅠ 이제 점점 럽라가 정리되는 기분이라 죠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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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7
현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최창엽 이 나쁜놈아...ㅠㅠㅠㅠㅠ 그래도 임콩이 럽럽이라 죠타... 하앙 이렁거 좋아ㅠㅠㅠ 쓰니갓아 사랑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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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8
하.. 진짜 쓰니야 정말 빈말이아니라.. 너 글 보는 재미로 살아 진짜.. 정말 재밌어... 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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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9
진짜 현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른 기운내고ㅠㅠㅠㅠㅠㅠㅠ 최창엽 나쁜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쓰니야 사랑해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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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0
아 현민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발ㅠㅠㅠㅠㅠ얼른 다음편 보러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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