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리별이다 그대는
날카롭게 내 가슴팍 긋고 사라진
어둠의 빛살 한 줄기
밤마다 외딴방에서
피 흘리지 않는 날이 없다 나는
<고명 - 꽃 진 자리>
활짝 만개한 꽃이 지듯이, 너도 그렇게 졌다.
*
적막감만 맴도는 그 방에서 신하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었다. 아무리 백성들이 살기 좋은 정치를 펼친다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목이 날아갈 수 있기에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자세를 더욱더 낮추었다.
"하."
황제가 된 소의 입에서 터져 나온 한숨소리에 바짝 긴장한 신하들. 그런 신하들을 한번 휙 둘러보던 소가 입꼬리를 비틀어 웃고는 말했다.
"아아, 어지간히 짐이 두려운가 보군."
신하 한 명이 덜덜 떨리는 입술로 말하려 하던 때, 소는 손을 들어 저지했다.
"되었다. 오늘은 이만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다들 일이 있을 터이니, 어서들 가보게."
그 말에 서있던 신하들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줄을 맞추어 황급히 퇴장했다. 옆에 서 있던 최지몽이 그런 신하들을 보고 있는 소에게 말을 걸었다.
"폐하, 오늘도 여기에 머무시다가 가실 생각이시옵니까."
"오늘도……, 라. 그래. 오늘도, 여기에 있다가 갈 생각이다. 그대는 먼저 가보아도 좋다."
"예, 폐하. 혹 무슨 일이 있거든 불러주시옵소서."
아무도 없는 방. 오직 한 명만이 있는 그 방에서 홀로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맞는 거 같은데 왜 다들 아니라고 할까요?'
'허, 물 담긴 항아리도 그냥 내려놓다가 깨트리는 네가?'
'세상에 그걸 보셨어요? 그, 그건 그때만 그런거고요!'
*
'황자님! 황자님!'
'또 왜? 귀찮게 왜 부르는 건데.'
'아유, 튕기지 마시고. 저기에 꽃 예쁘게 폈던데 저랑 같이 보러 가요!'
'튕, 튕겨? 그게 뭔……!'
'아, 빨리요. 빨리!!'
*
'황자님.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 대신 다른 이동 수단을 사용하고, 다른 것으로 소식이나 안부를 빠르게 전하고, 신분도 따지지 않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무슨 소리야, 그게. ……뭐, 아마 나중에라도 그런 세상이 올지도 모르지. 천년 뒤쯤에나 오려나.'
*
처음 해수를 잃고, 한동안 정신을 나간 채로 살던 소였다.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나 미운 짓만 골라 하는 신하들을 숙청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신하들을 트집 잡고, 수라상도 수시로 물렀다. 더 이상 살아갈 이유도, 무언가를 해야 할 이유도 없기에 소는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고 곁에서 쫑알쫑알 말하던 해수가, 멀리서 도도도 달려와 미소를 지어주던 해수가.
이제, 더는, 없다.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다. 심장을 긁는 듯한 고통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사람이었고, 짐승처럼 자신을 막 대하던 세상에서 소중하게 대해준 유일한 희망이자 별이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이제 곁에 없는데, 어찌 살 수 있을까.
*
'폐하,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이십니까!'
'언제까지? 하! 내가, 내가 왜 이러는지! 네가 정녕 몰라?!'
'그 일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그 아일! 궁에 주저 앉히고! 힘들고 괴롭게 한 장본인이 넌데!!! 그걸 모른다고!!'
'수 아가씨께서는!!'
'……!'
'폐하께서 이러는 걸 원치 않을 것입니다. 수 아가씨의 마지막 말을, 생각해보십시오.'
'…….'
'그러니 제발 부디 정신 차리시어 백성들을 보십시오, 폐하!'
*
최지몽이 다녀간 후로 신하들에게서 트집 잡는 것은 멈추었으나, 간간이 숙청은 행해졌다. 수라상도 이젠 몇 번 빼고는 거르지 않았다. 소는 그렇게 담담하게 황제가 맡은 바를, 책임을 다 하고 있었다.
달빛이 어스름하게 비추는 밤. 그곳에서 소는 돌탑을 세우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돌탑을 세우다가도 떠오르는 그 기억들이, 미치도록 따뜻하고 애틋했던 그 기억들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돌탑만 바라보았다.
앞으로 너 없는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
해수야. 나의 수야. 너에겐 내가 곁에 있었단 사실을, 널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었던 내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그 숨을 거둘 마지막이 왔을 때, 소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삶을 살아와 다음 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다음 생에는 해수와 끝까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해수의 정인이 되어, 해수의 마지막이 되고 싶다고.
*
어쩌면 하늘이 이 둘의 아름답고도 애틋한 인연에 감동해 말 대신 다른 이동 수단을 사용하고, 다른 것으로도 소식을 빠르게 전하고, 신분도 따지지 않는, 그런 세상에서 이어지지 못 했던 그 인연을 이어가게 하지 않았을까.
물론 후에 이 둘이 만났는지, 만나지 못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왕소와 해수, 둘의 이야기와 아프게 막을 내렸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행복하게 끝나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랄 뿐이다.
분명 소해 망상글인데 찌통만 가득한 글을 써가지고 와서 미안타, 뾰들....
내가 뾰들 사랑하는 거 알고 있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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