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소망상글] 눈꽃 下
* 원작의 내용을 따와 일부 각색하여 작성했으니 피하고 싶은 뾰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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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 나를 그리워 하지 않습니까. 몸이 멀어져, 마음도 멀어졌다고 죽음을 앞에 둔 나를 가여워 하지도 않는 답니까.
죽어서야 마음 편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손꼽아 그 날만을 기다리는 나를 그는 정녕 모른다고 한단 말입니까.
"먹을 갈아다오. 채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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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좋을 것을."
자꾸만 감겨 오는 눈을 뜨려 안간힘 써도, 밀려오는 졸음탓에 맥없이 눈이 감기고 있었다.
'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제는 마음껏 당신을 품어도 된다는 뜻입니까."
사무치도록 당신을 그립게 했다.
"황자들께 약조를 받았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겠다고, 허니 당신도 약조해 주십시오. 더 이상 죄없는 피를 보지 않겠다고."
"..대신, 온전한 제 마음을 드리지요."
울음을 삼켜내는 목소리가 처연했다.
"저를 놓아달라는 말은, 진심이 아니었답니다."
눈을 감아 언젠가 당신과 함께 보았던 별님들께 제 마지막 유언을 당신에게 전해달라고 빌겠습니다.
별님들은 알고 계시겠지요. 내가 당신에게 어떤 마음을 품었었는지도.
"당신을 오래도록 마음에 두었노라고, 하여 당신의 커져가는 마음을 보는 것이 너무나도 힘이들었노라고."
멎어가는 숨소리를 되살리려는 듯, 작은 눈송이가 맺혀 떨어지기 시작함을 보고 나는 그 옛날 그와의 추억을 떠올릴 따름이었다.
아득해져가는 시야, 희미해져 가는 주변의 소음.
"눈이 나리네. 내 님이 오시네."
희미했던 온기조차 잃어 이미 얼어버렸음을 채령이 한참을 찾고서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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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폐하- 14황자궁으로부터 온 전갈입니다."
"다시는 14황자로부터 오는 모든 소식을 전하지 말라 하였을텐데."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폐하-."
문이 열리어 백아가 들어오자 문밖을 지키던 내관이 당황한 듯 백아를 바라보았다.
"황자전하, 아직 폐하께오서 허하지 않으셨사온데-"
"되었으니 나가보거라."
황제의 말에 지키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백아는 힘없이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
"누이의 서찰은, 아직도 읽어보지 않으셨습니까."
"네 입에서까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구나. 황명이다, 다시는 내게!"
"누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백아가 그 말을 끝으로 흐느낌을 쏟아내자 그제서야 황제도 수의 '소'로 돌아간 듯 하였다.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흔들리듯 떠다니는 음성에 백아는 제 가슴을 두드리며 누이의 죽음을 토해냈다.
"누이가 얼마나 폐하를 보고싶어 했는지 아십니까,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얼마나 폐하를 그리워 하였는지 정녕 모르시겠지요."
"수가, 어찌되었다고."
"이 겨울에, 피를 토하는 몸으로 추위가 자신의 온기를 좀먹어 가는지도 모르고 누이는!"
"..........아니야.."
"그 곳에서 내리는 첫눈을 보았다 하더이다. 다른 이는 몰라도, 이 누이의 지기는 알지요. 누이에게, 폐하께 눈이란 어떤 의미인지."
"..수가 나를 두고 떠났을 리가 없다.."
"폐하께서는 누이에게 폐하께 품은 마음을 내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야만 했습니다. 녹으면 사라질 눈을 보고, 폐하께 안녕을 고하게 해서는 아니되는 것이었어요!"
"그만!"
"누이의 죽음도, 누이의 장례식도 지키지 못한 폐하께, 연인의 죽음을 그저 알량한 사내의 자존심으로 버틴 폐하께 하늘이 내리는 벌입니다."
"네가 정녕!"
"누이를 화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누이가 원했던 대로 하늘에 뿌려주었지요. 정이와 함께 말입니다. 폐하께서는 이제 속절없이 누이를 놓아 주셔야 할 것입니다."
"......."
"누이가 마지막으로 폐하께 남긴 유언입니다. 읽으실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읽지 않고 멀리하시는 것도 폐하의 선택이겠지요. 저는 감히 후자를 권하겠습니다. 읽지 마십시오. 읽으신다면 평생 스스로를 용서하실 수 없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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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언젠가 당신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던 때를 기억하고 있나요.
그 때 저도 당신께 진짜 제 이름을 가르쳐주었지요. 고하진, 그 세 글자가 진정 나였습니다.
이 곳 고려에 오기 전에 말입니다.
믿지 않아도 좋습니다. 죽기 전에 미쳐버린 여인의 한탄이라 치부해도 상관 없습니다.
그저, 당신께 이 서찰을 남기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황후와 혼례를 치르라 말하는 저를 서럽게 바라보셨지요. 허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 곳 고려에 없는 사람이었고, 당신과 그녀가 맺어지는 것은 역사였으니까.
내가 사는 곳에서 당신은 고려를 빛낸 왕이었고, 나는 그저 그 역사를 배웠던 한낯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천년이 넘는 시간을 돌아 당신을 만났듯이
언젠가 또 당신을 만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라
죽어서야 마음놓고 당신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다는 것을 모르시겠지요.
당신께만은 해수가 아니라, 고하진으로. 당신의 고하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연모합니다. 하진으로부터.]
힘없이 흔들리는 그 필체를 보며 황제는 주저 앉아 오롯이 사내로 울고 있었다.
만인에게 다정한 수에 갈망했으나, 자신에게만 연정을 품던 하진이 있었음을. 그제야 소는 알았다.
*
"내 이름을 불러다오."
"제가 감히 어찌요."
"니가 불러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 수야."
"소, 내 이름은 수가 아니에요."
"허면?"
"내 이름은 고하진, 하진이에요. 소에게만 가르쳐 드리는 비밀입니다."
"하진이라, 것도 수처럼 고운 이름이다. 아명이더냐?"
"하진이여도, 수여도 상관없습니다. 연모합니다."
아뇨, 사실 당신께만은 만인의 수가 아니라 하진이고 싶습니다.
"나도, 나도 연모한다. 수야."
허나 당신이 나를 수로 여긴다면, 당신을 위해 나도 기꺼이 수가 되는 수 밖에.
+) ...짠내가 나도 좋으니 제발 해수좀 붙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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