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수야, 나의 해수야.
너는 누이를 많이 닮았다.
처음 널 봤을 때, 난 네가 궁금했고 그 후에는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났어.
몰래 숨어서 꽃 구경을 하는 널 흘끔 쳐다보기도 했고, 괜한 장난도 걸었었다.
하지 말라고 투덜거리는 네 반응이 날 웃음 짓게 했고,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게 만들더구나.
그리고 네가 울 때는 내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펑펑 울으라고 내 품을 빌려주고 싶었으나, 항상 한 발 늦어버린 나는 다른 이의 품에 안겨 우는 널 바라보기만 했어.
나중에 널 만나 무슨일 있었냐 물어보면 넌 나에게 웃음 지으며 아무 일 없다라 말했지만 난 다 알고 있었다.
네 웃음에는 슬픔이 배어있었어. 예전에 보여주었던 아이 같은 웃음이 아니었다.
그리고 겉으로는 널 누이라 생각하는 척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아니었다.
누이라 한 것은 내가 널 가까이 둘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변명이었으니까,
해수, 네가 사라질 이 고려는 벌써부터 막막하구나. 내가 다시 웃는 날이 올까 궁금하구나.
널 못 잊어서 하루하루를 괴롭게 보낼 것 같다. 혹여 널 잊더라도 이 맘 때쯤에는 다시 생각날 듯싶어.
수, 네가 나에게 입이 닳도록 말한 1000년 후 세상에는 내가 네 옆에 있을까?
있다면 그때라도 너의 그 아이 같은 예쁜 웃음을 종이 안에 담고 싶다.
그러니까, 먼저 그 세상에 가서 날 기다려주지 않을래?
수야, 내가 널 연모한다. 아주 많이.
다음 생에는 8황자 왕욱 형님도, 4황자 왕소 형님도 아닌 13황자 왕욱, 백아.
나와 함께 하지 않을련?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