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라를 세운 태조가 죽고, 위태위태하던 정윤이 즉위하게 된다. 외척이 약해, 언제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일지 모르는 형제들에 하루하루를 불안함에 살아가던, 모두가 궁 안에서 살얼음 판을 걷던 그때. 유일하게 4황자, 왕소가 머무는 곳에서는 온기가 뿜어져나왔고 그 주변의 머무는 햇살마저 지나치게 따사로웠다. "황자님, 오늘도 힘을 내셔야합니다. 기죽지마시고... 지금 계신 폐하를 도와주셔야해요." 그 안에서는 소의 흉을 가려주는 수가 있었다. 소의 상처를 가려주며 끊임없이 말을 하던 수를 소는 빤히 바라보았다. "그놈의 잔소리. 이제 니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내가 줄줄이 말할 수 있겠어."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요. 황제께서는 이제 황자님밖에 없으세요." "알았다. 잘 돕고 올게. 누구 말인데, 들어야지." "황자님도 참... 아, 다 끝났습니다. 이제 가셔야죠."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거지." 썼던 도구들을 정리하는 수를 뒤에서 껴안은 소. 그런 소에 수는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니가 아니면, 이리 할 필요가 없다. 니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니가 곁에 있어야... 나는 그때 비로소 강해진다. 수야, 내 곁에 있어다오." 소의 말에 멈춰있던 손을 자신을 안고있는 소의 손을 감싸쥐었다. "저는 이제 어디도 가지 않습니다. 황자님 곁에 있겠습니다. 황자님 말 없이는... 어디도 가지 않겠습니다. 여기가, 제 자리니까요." 소는 수를 뒤에서 안고있던 팔을 풀고 수의 양 어깨을 붙잡고 제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수의 깊고도 깊은 눈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수의 눈동자에는 온전히 소의 모습만이 담겼다. "해도... 되겠느냐." 소는 수의 코 앞에서 멈춰 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소의 두 눈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사내가 담겨있었고,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그녀를 원하는 사내가 담겨있었다. 수는 소의 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소의 소매를 두손으로 꼭 말아쥐었다. 소는 수의 양볼을 조심히 감싸아 그녀의 입에 입을 맞췄고, 숨을 불어넣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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