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종 침실) 수가 하늘로 간지 8년이 지났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꿈에 해수가 나와 잠시 기분이 좋았다 꿈 속에서 본 해수는 자유로워 보이고 이뻤다 '그곳에서는 자유롭게 살고 있니?' 많은 생각이 들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괴롭고도 괴로운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어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무를 보는데 내관 한 명이 조용히 들어왔다 "황제 폐하, 정이님께서 따님과 함께 다미원으로 오셨습니다. 그곳에서 폐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설이!!그래서 오늘 수가 꿈에 나왔나?'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쳐 나가고 싶었다 처음 설이를 동지에서 보고 무려 2년만이었다 그러나 바로 가서는 아니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눈들이 있기에... 서둘러 갔다간 나를 향했던 칼들이 설이에게 갈 수도 있기에... 기다려야만 했다 "정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 일러라" 상소문을 읽던 속도를 높였다 물론 남들이 눈치 못 채게 몸짓은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며.. (두시진 후) 오늘따라 상소문이 어찌나 많던지 마음 같아서는 다미원으로 뛰어가고 싶었지만, 될 수 있으면 천천히 걸었다 '다미원이 이렇게 멀었던가?' 정이와 설이가 있다던 다미원 방으로 들어섰다 "폐하를 뵙습니다" 정이가 서둘러 일어나면서 인사를 했다 "그래" 대답은 했지만 눈은 설이를 찾고 있었다 설은 정이가 앉은 의자 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여행을 끝내고 긴장이 풀렸는지 폐하를 기다리다 잠들었습니다. 깨울까요?" 설이가 색색거리며 곤히 자고 있었다 "아니다...그럴 필요 없다. 그래 여행은 잘 다녀왔느냐." 한 톤 낮은 목소리로 형식적인 대화들이 오갔다 두 남자의 눈은 모두 설이를 향해 있었다 그러다 형식적으로 대화를 나눌 소재가 떨어지자 방 안에 침묵이 돌았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정이였다 "폐하를 기다리며 차를 많이 마신것 같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그래 다녀오거라" 정이가 방을 나가고 설이와 소, 둘만 방 안에 남게 되었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설이가 앉은 의자로 갔다 작은 얼굴, 흰 피부, 큰 눈, 작고 오똑한 코 모두 수를 닮았다 소의 손이 한참을 허공에서 떠돌다 천천히 설이의 볼 위로 머물렀다 '클수록 점점 수를 닮아가는구나..그래 여행을 다녀보니 어땠니?이곳저곳 많이 다녀보며 이쁜 것들 많이 보았니?아프지는 않았니?....' 정이와 대화할 땐 생각나지도 않던 많은 질문들이 소의 입안에서 맴돌았다 허나 입안에서만 맴돌뿐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잠시 후 정이가 돌아왔다 "늦었습니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잠시 길을 잃었습니다" "괜찮다." 소는 이곳 다미원에 더 있고 싶었으나 이제는 일어나야만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정이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의심을 할 수도 있기에.. "그래 다시 충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요 잠시 송악에 머물까합니다. 곧 나례니 설이에게 송악 구경도 시켜주고 싶고, 백아 형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또다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설이가 송악에 머문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머물 곳은 정했고?" "아니요 폐하께 누가 되지 않는다면 송악에 머무는 동안 궁에 있어도 되겠습니까?" 이 형식적 물음에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좋다 지금 당장 방 하나를 치워두라 이르겠다" 사실 설이와 정이가 송악에 머물고 황궁에서 지낸다 해도 소가 설이와 마주칠 가능성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감이었다 자리에 일어나 정이의 인사를 받고, 방을 나서면서도 끝까지 눈은 자고 있던 설이를 향했다 왠지 모를 설렘이 간질간질 소를 건드렸다 '이번 나례는 최대한 즐겁고 화려하게 해야겠다' ----정이가 설이를 데리고 황궁에 들른 모습을 한번 상상해서 써봤어 많이 부족하지만 즐겁게 읽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