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고파 하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지
하고 싶은 대로 지지해주고 버텨주고
네게 병적으로 의지하는 거, 사실 맞아
한강에 같이 가쟸잖아
해 뜨는 모습을 강변에서 보면 좋다고
하루 중 가장 추운 그 아침이 되기 직전에
실은 자살하기가 무척 좋은 거 같았어
그래서 그랬지
그 느낌이 나쁘진 않았거든
온 내장이 푹 꺼졌다 재생되는 그 기묘하고도 더러운 기분 말이야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더러운 아이야
네게 줄 편지지에 무인도, 란 시를 쓰면서 생각했어
모든 슬픔과 기쁨에 내가 함께하길
덧없이 서로에겐 솔직해
끝을 재지 않고 더러운 발언, 행위들을 서슴치 않지
우린 본성이 더러우니까
넌 내 본성을 사랑하잖아
그래서
숨기지 않게 돼
더 더럽게 더 더럽게 말이야
그래도 날 계속 사랑해줄 거지
알아
우리는 가녀린 촛불, 이란 구절이 그 시에 있어
스물은 또다른 시의 한 구절처럼, 세상에서 제일 일찍 터지는 폭죽과도 같지
너와 나는 불타는 심지를 꽂고 녹아 흐르고 있잖아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지
네가 낙담할 때
청춘을 들먹일 때
짧더라도 명확한 선을 긋고 싶단 말을 할 때
후에 동반자살 이란 단어가 뒤따랐음 좋겠다고
눈이 휘번뜩였던 것 같기도 해
우리 같이 죽을까, 묻기도 했지
언제든 같이 죽고 싶은 아이
나의 가장 더러운 아이
누군가 나와 함께 죽어 준다면
그 역은 너만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