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이과생이야.
진지하게 고3 올라갈 때 문과로 전과할까 하는데, 무리일까?
우선 나는 이렇다할 꿈이 없어. 남들은 거의 다 이과쪽의 꿈이 있고 이과가 적성에 맞아서 이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 근데 왜 나는 굳이 이 힘든 이과에 왔느냐고 하면 그 선택의 이유 중 60퍼센트는 엄마, 40퍼센트는 사회보다는 과학이 좋아서였던 것 같아. 이유가 "엄마"인 이유는 말하자면 조금 긴 스토리가 있긴 해. 그래도 짧게 줄여서 얘기해볼게.
나는 애초에 꿈이 중학교 1학년 말?혹은 2학년 때 부터 방송작가였어. 특히나 꼽자면 추리프로그램이나 예능 방송작가. 꼭 방송작가가 아니더라도 드라마 혹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 라디오 작가 등 방송/영상 계열의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 이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음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내가 아이돌을 좋아하는데, 그 아이돌의 팬픽을 썼거든.
처음에 중1때 쓰기시작했을 때는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의 퀄리티였는데, 해를 거듭하고 나도 글쓰는 연습을 많이 할 수록 내가 있던 커뮤니티 내에 내 글의 팬들도 생기고, 나의 문체와 내 스토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생겼어. 그런 쾌감있잖아. 다른 사람이 나의 글을 봐주고, 그에 감동받는다거나 웃게 되는 거.
주로 내 글의 소재는 항상 어둡고 무거웠고, 그래서 내 문체도 묘사라던지 표현 부분에서 차갑고 그런 편이었어. 아무튼, 그러한 계기로 나는 몇 년 동안 작가의 꿈을 키워왔어
중학교 3학년이 끝나갈 때 즈음에 내가 엄마한테 나는 방송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어. 정확히 말하면 한강미디어고등학교. 그 학교가 방송계, 미디어계열로 얼마나 명성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그런 학교로 취급당하는 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진 못했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등하교가 가능한 위치에 있는 미디어 방송 쪽 특성화고등학교가 한강미디어고등학교 뿐이었어. 나는 나름대로 절대 나의 발언이 가볍게 지나가는,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넌지시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필하고 싶어서 철저한 자료 조사와 그 학교 졸업생들이 나아간 길 들을 조사했어. 그렇게 열심히 찾은 자료와 함께 한강미디어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을 때 내게 돌아온 것은 욕이었어.
평소에도 우리 엄마는 내게 욕을 자주 하셔. 욕과 함께, 그런 '꼴통' 고등학교 갈 거면 그냥 고등학교에 가지 말라는거야. 그 날 이후로도 나는 필사적으로 내 꿈에 대해 말했고, 물론 그 때마다 내 주장의 설득력을 높여줄 자료도 함께 제시했지. 심지어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방송작가/시나리오 작가 분들의 출신 학교까지 모조리 조사했었어, 그 분들의 대표 프로그램과 함께 말이야.
그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결사반대를 하셨지. 그래서 결국 일반 고등학교에 오게 되었고, 문이과에 대한 생각을 가져야했을 무렵에 사회와 과학 중 과학을 더 좋아했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한가지 뿐이었어. 그렇게 이과를 오게 되었고, 지금 나의 표상적인 꿈은 '실내건축가'야. 엄마가 이과계열 학과 중 그나마 관심있는 것을 찾아보라 했고, 평소에 인테리어 같은 것을 좋아하던 나는 실내건축이라고 말했어. 그 후로 각종 생기부, 상담 자료, 혹은 어른들이 나의 꿈을 물어볼 때에도 나는 실내건축가라고 대답했어.
나는 아직도 방송작가라는 꿈에 대한 미련을 품고있는데도. 나는 내 꿈이 현실성 없고 터무니없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실제로도 초,중,고등학교 동안 내가 참여했던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는 크든 작든 상을 탔었고, 몇 주 전에는 꽤나 많은 학생이 참여한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문과 친구들을 제치고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어. 나는 그만큼 내 글쓰기 실력이 작가가 되기에 충분하지는 못하더라도, 작가라는 꿈을 꿀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
아무튼, 서문이 많이 길어졌지만, 본론으로 들어가면, 나는 3학년으로 진급할 때 전과를 하고 싶어. 우리 학교만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 학년이 시작된 후로는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전과가 불가능하거든. 1학기 끝나고 2학기에 전과를 한다던지,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이미 2학년이기때문에 고3이 될 때 전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야. 그런데 나는 이미 이과를 왔고, 오기 전에 수학 선행학습에 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고 현재도 수학과 과학 학원을 다니고있어. 이미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확실히 전과를 하기로 결정한 후에 나는 과탐 내신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더불어 2학기부터 배울 미적분2도. 문과는 수능에서 탐구로 사회탐구 과목을 보고, 수학도 미적분1을 보게되잖아. 물론 수시로 대학을 간다면 내신 또한 매우 중요하겠지만 아마도 나는 1,2학년 성적과 나의 스펙을 봤을 때 정시 혹은 논술이 답인 것 같아서.
여러모로 고민도 되지만 전과를 하고 싶은 건 확실한 것 같아. 전과를 해서 어느 학과로 갈 지는 잘 모르겠어. 그냥 나는 내가 이과생이라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공부해야할 이유와 의미를 잘 모르겠어. 차라리 내가 확고한 이과 계열의 꿈이 있었다면 이렇지 않겠지만 건축이라는 내 꿈은 그저 이과생으로서 달고 다니는 이름표일 뿐이라서.
주저리 주저리 털어놓느라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끝까지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전과를 하는 게 좋은 선택일까? 혹시 여기에 전과를 한 익인이 있다면 조언 한마디 해줄 수 있을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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