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가 울리다가 끊긴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거나 끊었거나.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책이 불에 태워지고 있다는건, 역설적으로 그 책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위험한 책이 될 수도.
역사적으로 정권에 의해서 금서로 지정되거나 분서(焚書)되는 경우는 그 책이 진실을 담고 있을 때 그러하다. 거짓을 적고 있는 책은 애써 태울 가치도 없다.

오드 아이(odd-eye). 양쪽 홍채의 색깔이 서로 '다른' 것을 말한다.
뮤비에서 크리스탈이나 설리는 한쪽 눈에 안대를 차고 나오기도 하고, 멤버들은 머리카락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게 가리기도 한다.
그리고 티저 사진에서부터 계속 나타난 한쪽 눈화장도 뮤비에서 볼 수 있다.
본인은 이것 역시 오드 아이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앞으로 이 뮤비에서는 서로 '다른' 것이 함께 하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통일'된 모습을 먼저 살펴보자.

군무에서 군인들이 나란히 발맞춰 걷는 제식동작이 연상된다.
뒤에 깔리는 음도 한몫한다.

멤버들이 차례로 일렬로 서면서 뒷사람이 앞사람의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안무.

커다란 스크린 위로 한 남자가 연설을 하고 있으며 그 앞엔 일렬로 앉은 사람 형체들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까 사람이 아닌 마네킹이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가사.
"생각해 봐봐 그 무엇이 우릴 왜 멈추게 했던건지 Red Light">
자유의 반대는 억압이다. 억압과 독재의 시대에는 반드시 규제와 통일을 필요로 한다.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그 속에서 '다름'을 추구하는 자들이 어떻게 몰릴 지는 뻔하다.


홍채 중앙에는 동공이 있는데, 주위가 밝아지면서 빛이 들어오면 동공은 작아지게 된다.
화면에서 동공이 작아지는게 확연히 보인다.
어떤 빛을 본 것일까.
"Red Light">

RED LIGHT = WARNING.
경고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Red Light' 뮤비에서는 무엇인가가 터지는 장면이 여러번 나온다.
여기서는 아름다운 꽃이 터져 흩날리고 있다.

전구의 필라멘트가 끊어지면서 폭발하고 있다.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이 되감기 되고 있다.
폭발은 '파괴'를 상징한다.
파괴는 반드시 희생을 수반한다.
어떤 것들이, 어떤 이들이 희생 되었나.
독재는 자유의 희생을, 통일은 개성의 희생을, 전쟁은 평화의 희생을, 경쟁은 도태되는 자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아니, 요구가 아니라 강요한다.
"정글 속의 룰 따라 약한 자는 먹혀 앞으로만 밀어대니 아차 하면 밟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변화만이 세뇌되어 있던 기존의 편견과 억압을 파괴할 수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도 그림자가 아닌 실재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사슬을 끊고 뒤를 돌아봐야만 한다. 무엇인가를 파괴하지 않고서 진리를 깨달을 수는 없다.
"눈 크게 떠 너의 앞에 나타난 세상을 봐">
"변화의 목격자가 되는거야">

F(x)의 총 모양 로고.
총하면 전투와 전쟁이 떠오른다.
노래 가사 중에 등장하는 '캐터필러' 역시 전쟁을 상징한다.
캐터필러란 수십 개의 철판을 연결한 궤도를 바퀴에 연결하여 톱니바퀴처럼 생긴 바퀴를 궤도의 구멍에 연결하여 바퀴가 돌아갈 때 궤도도 같이 돌아가게 하는 방법으로 차량을 움직이는 궤도차량을 말한다. 주로 고무바퀴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지형에서 사용되며 이 때문에 군용 전차에 많이 사용된다.(위키백과 참조)
Red Light 가사 중 "이건 전쟁이 아냐">
→역설적이게도 전쟁의 폐해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어떤 의미에서든 또다른 전쟁을 불러일으킨다.

RED LIGHT 포스터. 마치 현상수배 전단지 혹은 전쟁포스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다.

방독면을 쓴 사람들 뒤로 붉은 빛이 보인다. 방독면 역시 전쟁을 연상시키는 소재다.

뮤비에서 에프엑스 멤버들은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밀리터리 룩을 입고서 여성스러운 악세사리를 차고 나온다.
(여기서 남성적, 여성적이란 사회적 성역할에 기반을 둔 이미지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관이다.)
보다시피 크리스탈은 블링블링한 헤어 악세사리를 하고, 몸에는 총탄이 갖춰진 밀리터리룩을 입고 있다.


역시 악세사리는 여성스럽고, 입고있는 옷은 밀리터리 룩이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상의는 겨울 옷이고, 하의는 여름 옷을 입고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디이다. 하지만 이 뮤비의 맥락상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렇게 RED LIGHT 뮤비에서 대조적이고 상반되는 이미지의 조합이 여러번 나타나는데, 오드 아이나 에프엑스 멤버들이 양쪽 눈에 다른 눈화장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로 다른 것의 조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대충 감이 온다.

또한 이 뮤비에서는 레이저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마치 로봇처럼 딱딱하게 굳은 모습의 루나 위로 레이저를 쏘고 있다.
마치 누가 시켜서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건 나만의 느낌인가.



전체 샷에서도 레이저는 계속 나타난다.
레이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광원(빛)은 퍼지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레이저 광선은 하나의 색을 띄고 좁은 면적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이 뮤비에서 전쟁의 상징이 여러번 나타났으니 레이저의 군사적 용도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군사적으로 레이저는 공격 대상을 식별하거나 미사일 등의 무기를 유도하는 데 사용되며 전술 고에너지 레이저와 같이 미사일이나 비행체 등을 요격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위키백과 참조)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듯, 금고나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에서도 레이저가 접근하려는 대상을 식별하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레이저=감시 이다.

에프엑스 멤버들이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듯 뒤를 돌아보며 뛰고 있고, 뒤를 돌아보는 그곳에서는 레이저를 쏘고 있다.
여기서 또 이중적인 메세지가 나타난다.
신호등에서 Red Light 은 'STOP' 신호다.
"멈춰">
1. 멈추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
2. 멈추고 잠시만 숨을 쉬어봐.
1은 앞서 스크린에서 나타난 연설자의 연설과 같은 의도일 것이다.
경고이자 명령이다. 도망치지 말고 멈춰.
이 의미를 유추해낸 것은 "파란불 우린 기다려 원해"> 라는 가사 때문이었다.
아니, 지금까지는 Red Light이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줄 알았는데 빨간불과 상반되는 파란불을 원한다니?
아, 무엇인가가 우리가 더 나아가지 못하게 멈추게 했구나.
무엇인가가 우리를 억압하고 있구나.
우리에게 멈추라고 명령을 하고 있구나.
그리고 다시금 떠오른 연설자의 모습. "생각해 봐봐 그 무엇이 우릴 왜 멈추게 했던건지">
책을 불로 태운 이유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2 "한번만 뒤를 돌아 소중한 걸 찾아봐, 폭주를 멈춰, 밀어대던 거친 캐터필러, 그 앞에 모두 침몰할 때,">
침몰하지 않기 위해서는 멈춰야 한다.
앞만 보고 밀려가다가 소중한 것들을 놓쳐서는 안된다.
무한경쟁사회에서 더 빠르게 더 빠르게, 앞만 보고 달려 달려, 채찍질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생각만으로 숨이 가쁘다.
진짜 사랑이란 아주 느린 파동이거든.
그렇다. 2에서 멈추라는 뜻은 아무 자각 없이 앞으로만 앞으로만 그렇게 돌고 도는 벨트위를 따라가는 위험에 대한 경고다.
어떻게 보면 1의 '멈춰'에 대해 순응하는 자세를 '멈추라는' 의미이다.
멈춰야 할 때 멈춰야 하고, 멈추지 않아야 할 때 멈추지 않아야 한다라...
서로 상반되는 의미가 또 함께 놓여져 있다. Red Light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중적이다.




어딘가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표정도 굳어있고 색감도 지나치게 어둡다.
황량하고 어떻게 보면 으스스한 장소에서 에프엑스 멤버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가만히 있다.
언뜻 보면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멤버들의 눈이 잘 안보인다.
심지어 설리는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서로 '다른' 눈을 가려야 하는 것일까.




이전의 장면들과 너무 상반되는 분위기다.
갇혀 있는 공간이 아니라 탁 트인 공간에서 멤버들이 자유롭게 놓여져 있다.
표정도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색감도 훨씬 밝다.
동작도, 옷도 마찬가지다.
멤버들의 양쪽이 서로 다른 눈도 보인다.
근데 어쩐지 현실이 아니라 꿈 같다.

역시나 꿈이었다. 혹은 추억을 회상하는 걸지도.
아무튼 암울한 현실로 돌아오는 화면전환으로 인해 아름다운 장면은 끝이 난다.
하지만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기적은 오는걸">


이 장면들은
앞선 꿈같은 장면들과 비슷해보이지만
다르다.
루나와 설리는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크리스탈은 한쪽 눈을 가리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다.
표정이 안타깝기도, 간절해보이기도 한다.
안대를 차고 있음을 통해서 아직 이 현실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어떠한 것을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어쩌면 앞서 본 꿈같은 그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정상적이지 않은 '다른' 눈을 마음껏 드러내도 되고
안대를 차거나 머리카락으로 애써 가릴 필요도 없다.
딱딱한 군복이나 정장을 입을 필요도 없다.
자유와 다름이 인정되는 사회. 혹시 그런 사회를 꿈꾸는 것일까.
뮤비를 시간 순서대로 본다면, 금방 알아챌 것이다.
꿈같은 장면이 지나가고,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다가오고,
빨간 빛이 비추고,
무엇인가를 찾아 도망을 친다.
달리고 또 달린다.
그리고 도망친 그곳에서는 바라는 어떤 것을 응시하며 손을 마주 잡는다.
장면은 되감기 된다.

본인이 추측하건대,
이번 컨셉이 '5 cats'이라는게 오드 아이가 인간에 비해 고양이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데다가, 동공의 크기가 빛에 반응하는 정도도 고양이가 인간보다 훨씬 변화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고양이 눈을 무서워해서 이번 컨셉 분석하는게 꽤나 힘이 들었다..........울고 싶다..........)
오드 아이는 흔하거나 익숙한 현상이 아니고 희귀하고 어찌 보면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다름'의 상징으로 아주 적합하다.
그리고 빨간 빛, Red Light 에 대한 충격과 반응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홍채의 동공의 변화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주위 환경이 변했다, 갑자기 나타난 빛, 현재 상태에 익숙해진 동공은 갑작스런 변화에 작아져버린다.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와 그것을 파괴하려는 시도, 변화.
내가 Red Light 뮤비에서 찾은 키워드를 최소한으로 줄이면 남는 것들이다.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서도 전화기가 또 울리다가 끊어진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했을까.
"경고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잘 들어">
허락받고 퍼왔어용ㅋ
뮤비

인스티즈앱
요즘 퍼지고있다는 배스킨라빈스 젠더리빌..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