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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강등당해요조심ll조회 5479l
이 글은 9년 전 (2015/3/27) 게시물이에요




#대숲 #너에게쓰는편지

오늘은 내가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야.


그래서 그냥 이제서야 너한테 내 얘기를 해볼까 해.

이건 그냥 내 얘기야. 네가 물었을때 말해주지 못했던,
그래서 4년이 지난 이제서야 꺼내는 이야기.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어.

처음 나와 안면을 텄던 날, 네가 물었었지,

그렇게 좋은 대학을 붙어놓고 왜 멀리까지 내려왔느냐고.


그래서 나는 그냥 여기가 좋아서 왔다고 그랬다.



사실이었다.

조용하고 평온한 우리학교가

내가 갈수 있는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거든.



대학에 와서 누구한테도 제대로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사실 색청이 있다.


별 건 아니야, 그냥,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하는 장애야.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그냥 그런 거.


그래서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는 오래 있을수가 없어.

너무 많은 색이 보일때가 있어서.


길을 걸을 때는 늘 익숙한 색깔의 노래를 틀어놓고 길을 걷곤 한다.

점심방송 저녁방송으로 스피커에서 처음 보는 색이 나올때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길을 걷다 넘어지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거.

너는 파란 목소리를 가지고 하얀 피아노를 쳤다.


이상하지, 피아노는 보통 까만색도, 하얀색도 아닌 그 중간의 먹먹한 빛깔인데....


네 피아노는 온통 하얗게 보였다.

가끔은 눈이 내리는 듯도 했다.


내가 너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직접 본건 4년동안 꼭 4번 뿐이다.

너의 피아노를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눈내리는 벌판에 혼자 앉아있었다.

너는 파란색 목소리를 가지고 말하면서 피아노는 꼭 눈처럼 새하얗게 연주했다.

나는 그런 너의 피아노를 좋아했다.


내가 색청이어서 좋다고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멀리서도 지나가면서도 네 피아노가 들리면

나는 그것이 너인것을 금방 알수 있었다.

혹시 방해가 될까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네가 내리는 새하얀 눈을 맞고 있곤 했다.



이제와 꺼내는 이야기다.


너는 어느날은 마음이 아팠고 어느날은 기뻤고 어느날엔 잠을 깨기 위해 피아노를 치곤 했다.

건방지게도 나는 그런것 같았다. 학생회관을 지나치다 너의 피아노가 들리면

나는 분수대에 멍하니 앉아 네가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았다. 

얼마 전 네가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좁디 좁은 학교라, 우리가 그저 인사만 건네는 사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도 네 소식은 들려오더라.

너는 여전히 학교에서 새하얀 눈이 내리는 피아노를 치겠구나.

불현듯 그게 참 기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그저 4년 동안 얼굴을 마주치며 인사만 하는 사이었지만,

나는 너의 피아노를 참 좋아했다.


왜그랬는지는 몰라도 참 그랬다.

너의 피아노를 볼 수, 들을 수 있어서 나는 이 학교에 있는 4년동안 참 행복했다.

그래서 그냥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솔직히 여기다 글을 쓴다고 네가 볼지는 모를 일이다.

너는 무던한 아이라서, 이 글을 보고도 '거참 희한한 일이구나' 하고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고마워. 네 피아노 연주를 정말로 좋아했어.

도둑처럼 매번 몰래 들어서 미안해. 그래도 알아주었으면 해,


네 연주는 정말로 멋있어.

그러니까 피아노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앞으로도 많은 소리를 보겠지만,

네 피아노를 종종 생각하게 될것 같아.

4년동안, 고마웠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색청 :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하는 장애 | 인스티즈

색청 :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하는 장애 | 인스티즈

색청 :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하는 장애 | 인스티즈

색청 :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하는 장애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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