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서아무개씨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월 5일 서씨는 건국대생 남자 친구 조아무개씨로부터 술을 먹자며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서씨가 나간 자리에는 조씨의 같은 학교 친구인 이아무개씨도 함께 있었다. 셋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셨으나 이후 조씨는 서씨만을 남겨두고 자리를 뜬다. 술을 많이 마신 서씨는 취해서 정신을 잃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서씨는 자신이 전날 처음 본 이씨와 함께 모텔방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씨의 옷은 다 벗겨져 있었고 서씨는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다 결국 혐의를 인정했다.
서씨는 그 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친구 조씨와 공모해 서씨를 성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조씨는 이씨가 서씨를 성폭행하려 한다는 의도를 알고서 그날 술자리를 만들었다. 화가 난 서씨는 조씨까지 함께 고소했다.
이후 경찰은 이씨에 대해서 준강간 혐의, 조씨에 대해서 준강간 방조 혐의를 두고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이씨와 이씨 아버지가 수차례 서씨에게 사과하고 고소 취하를 부탁했다. 경찰도 물증이 명확하지 않아 불기소처분 될 수 있다며 합의하는 편이 어떠냐고 설득했다. 고민 끝에 서씨는 이씨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 문제가 발생했다. 이씨에 대해서뿐 아니라 조씨에 대해서까지 고소가 함께 취하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우편물이 서씨에게 도착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형사소송법 233조 때문이었다. 이 법에는 “피의자가 2명인 사건의 경우 피의자 1명에 대해 고소를 취하하면 다른 피의자는 자동으로 고소가 취하된다”고 돼 있다. 서씨는 법의 내용을 잘 몰랐다. 고소 취하를 부탁한 이씨도, 고소 취하를 권유한 경찰도 누구도 이 법을 서씨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결국, 서씨는 모든 성폭행 가해자들을 스스로 용서해준 셈이 되었다. 비관한 서씨는 지난 11일 건국대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서씨는 거꾸로 가해자 이씨의 아버지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서씨가 이씨와 합의를 봐놓고도 이씨의 실명이 거론된 글을 인터넷상에 게재했다는 이유다. 또 이씨는 성폭행 방조 혐의를 자백한 경찰조사와 달리 검찰에선 “서씨가 합의하에 이씨와 관계를 가졌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황당하고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건국대학교가 오히려 가해 학생을 보호하려 하고 있는데 반드시 출교 처분해서 합당한 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서씨는 서울의 모 초등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일해왔다.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이 학교는 사직을 권했고, 서씨는 13일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학교 쪽은 “현재 가해자로 알려진 남학생들은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으나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 적절한 처분을 내릴 것”이라며 “출교 처리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남학생들이 지금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조씨와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인스티즈앱
현 스타벅스 사태 현장직원들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