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사랑인줄도 모르고 보냈던 첫사랑이야
친구들한테도 해 본적 없는 얘긴데 여긴 익명이니까 왠지 마음이 놓여ㅋㅋ
3년 동안 남자애 세 명이랑 나 4명이서 같이 과외 다녔는데 우리가 진짜 신기하게 너무 끈끈해 진거야 바다도 가고, 계곡도 가고, 과외 끝나면 맨날 넷이서 밥 먹으러 가면서 3년을 보냈어 한 놈은 겉으론 자기 사람은 무조건 챙기고 엄청 능글거리는데 선 밖에 있는 사람한테는 티는 잘 안내지만 속으로 은근히 냉정한 스타일이고, 한 놈은 정말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서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나보다 수다스럽고 촐랑대는 스타일? 얘는 진짜 사랑받은 티가 나는 애야 베풀 줄도 알고 주변 사람 정말 살뜰하게 챙겨 나머지 한 명은 말도 없고 과묵하고 뒤에서 챙기는데 티는 하나도 안 내는 스타일인데 얘가 내 첫사랑
우리 집에 문제가 좀 많아 거의 15년 넘게 가정 폭력에 시달려서 엄마는 지쳐있고 동생은 분노 조절이 미숙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겼는지 아주 작은 소리에도 심하게 반응해서 깜짝 놀라고,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요동을 치고 특히 폭력적인 것만 보면 불안해져서 머리가 멍해지고 눈물 나고 그러거든 근데 밖에서는 아닌 척을 하면서 자랐어 나 때문에 엄마가 더 미안해하고 힘들어 하는 거 보기 싫어서 내가 많이 씁쓸할 때가 ‘너 밝은 거 보면 너희 집은 뭔가 진짜 화목할 것 같아’라는 말 들었을 땐데 그만큼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일부러 더 밝게 지내려고 하는 거 아무도 눈치 못했어
근데 제일 먼저 유일하게 알아챈 사람이 그 첫사랑이야 아빠 때문에 새벽에 좀 다치고 다음 날 애들 만나서 평소처럼 얘기하는데 걔가 갑자기 그러는 거야 너 이제 말해줄 때도 되지 않았냐고 너 오늘처럼 밝은 척하면 우리 진짜 마음 아픈 거 아냐고
그 날 술도 좀 들어갔고 내가 많이 힘들기도 했고 어디 기대본 적이 없으니까 지쳐서 그냥 다 얘기 했거든 걔가 나 우는 거 다 받아주고 안아주고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갔어 나 집에서 맨 발로 쫓겨난 날 갑자기 생각나는 게 걔라서 전화했더니 바로 택시타고 와서 자기 잠바 벗어주고 더러운 거 묻은 발 자기 손으로 쥐고 있었던 적도 있고 걔가 그 날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뛰어와서 쪼그려 앉고 “나 왔어 눈 좀 봐봐” 했던 말은 진짜 아직도 목소리 높낮이까지 생생해 만날 때마다 내 걱정해주고 여럿이서 있을 때는 장난치고 못생겼다고 놀려도 둘이 있을 땐 항상 예쁘다고 자존감 높여주던 애야
그러다가 걔가 고백했는데, 내가 바보 같이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정 운운하면서 찼어 우리 넷 관계 깨고 싶지 않다고 나는 너희가 너무 소중해서 평생가고 싶은데 이렇게 사귀고 남 되는 사이는 되고 싶지 않다고 그랬는데도 서운한 티 하나도 안 내고 평소처럼 나 챙기더라 내 동생 학교 폭력 위원회 열렸을 때는 심지어 나랑 같이 가주기까지 했어 근데 내가 혼자 껄끄럽고 어색하다고 느끼면서 선 그었어 지금 생각하면 사리분별도 못했고 그냥 너무 못됐고 철없는 자존심도 세웠던 것 같아
그러다가 작 년 이맘 때 걔네 집이 갑자기 이민을 갔어 부모님들이 교회 다니시는 데 교회 분들이랑 같이 간다고 걔 동생이 학교에 잘 적응 못하기도 했고 그 집도 이런 저런 일이 많아서 한국에 지쳤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 그래서 피지로 이민을 갔는데 가족들 먼저 떠나고 걔가 열흘 정도 더 있다가 출국했어 우리 셋이 공항까지 마중 나갔거든 비행기 시간까지 밥 먹고 면세점도 돌고 이륙할 때 됐을 때 걔가 한 명씩 차례로 안아줬거든 남자애들이니까 욕도 하고 웃기도 하고 하다가 나 안아줄 차례가 됐는데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더라 그러더니 나를 정말 꽉 안으면서 울컥하는 거 꾹꾹 삼키는 목소리로 말하는 거야 토씨 하나도 안 빠트리고 다 기억나
나는 네가 상처 받고 힘들어 하는 게 제일 속상하니까 제발, 제발 진심으로 웃으면서 살아 억지로 웃으면 다 티나니까
그 말 듣는데 정말 가슴에서 뭔가 우르르 무너지는 기분인거야 걔한테 안겨서 울다가, 이제 정말 언제 볼지도 모르는 데 웃고 싶어서 웃으려고 했거든 근데 도저히 그게 안돼서 그냥 끝까지 울기만 했어 그러고 갔어 걔 보내고 반 년은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 마음도 아프고 내가 너무 바보 같고 이상한 고집 피우고 애 상처 준 거 후회되고 그래서 처음에는 연락도 못했어 지금은 가끔 카톡도 하고 안부도 묻고 가끔은 갑자기 단톡방이 막 활성화 되기도 해 그래도 걔 생각 하면 마음이 먹먹하고 아파 추억이 너무 많고 사랑해준 사람은 못 잊는 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게녀들도 생각만 해도 먹먹하고 가슴 아픈 사랑 있으면 얘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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