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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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 출판사다. 책이 태어나는 곳이다. 그곳은 책의 어머니, 아버지다.
하지만 내가 느낀 출판사는 너무도 몰인정한 부모 같았다.
책을 태어나게만 할 뿐 다른 어떤 의미도 주지 못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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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가치를 모르고 그저 모든 책을 종이뭉치처럼 본다면 책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책은 숨 쉬는 생명이고 하나하나가 모두 귀하다. 책은 사람 아래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책과 그 안에 들어앉은 글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람 위에 있다가
죽어서도 땅에 묻히지 않고 그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 귀천한다.
하늘 위에는 아마도 거대한 바벨 도서관이 있어서
무지한 인간들, 시건방진 사람들을 향해서 매일 조소를 보내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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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미술, 체육 같은 거 다 암기과목이에요.
교과서에 나오는 거 외워서 괄호 넣기 같은 게 시험이에요.">
아이는 이렇게 말한 다음 조금 있다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음악은 좋은 노래 같은 거 듣고 부르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멋진 작품 감상하고 그려보기도 하는 게 미술인데, 체육시간에도 운동장에서 하는 건 거의 없어요.
이렇게 교과서나 외워서 답 쓰는 게 시험이라니요! 이해가 되세요?">
물론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이 아이는 답을 알고 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떤 걸 배워야 하는지. 학교에서 뭘 배워야 하는지.
뭘 가르쳐야 하는지. 그 답을 모르는 건 오히려 어른들이다.
모르는 건 아닐 거다. 오해하고 있는 것이지. 한참 다른 길을 접어든 것이 어른들 잘못이다.
바보 어른들이 바보 아이들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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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제 강점기를 겪지 못 했다.
한국전쟁도 모른다. 박정희가 대통령으로 있던 이 땅이 어땠는지 몸으로 겪어보지 못해 모른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때 일을 텔레비전이나 책을 통해서 아는 게 전부다.
그런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얼마나 평화로워진 걸까?
과연 평화로워진 걸까?
물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느끼는 세상은 전혀 평화스럽지 않다.
그럼,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질까 봐 두렵다.
청소년들이,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평화를 이쯤에서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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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일까? 전혀! 잘라 말하지만 아니다.
그럼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까? 그건 또 아니다.
도대체 무얼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모호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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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국가란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 국민을 착취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시스템이 아니던가!
이제 국민들은 두 가지 방법으로 국가의 폭력에 맞서야 한다. 영원히 국가를 벗어나든가 아니면 비폭력이다.
국가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면,'비폭력'은 어렸을 때부터 진지하게 교육받아야 하며
나아가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야 할 생활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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