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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6981 출처
이 글은 10년 전 (2015/11/16) 게시물이에요

[나의라임오렌지나무]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 인스티즈

우리는 고속도로를 뛰어 건넜다.

"무서웠지?"

사실은 무서웠지만 나는 머리를 저었다.

"한 번만 더 같이 해보자. 그 다음엔 네가 제대로 배웠나 보겠어."

우리는 다시 건너왔다.

"이제 너 혼자 해봐! 너도 이제 다 컸으니까 겁낼 것 없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 지금이야. 건너!"

나는 단숨에 길을 건넜다. 조금 기다리자 형이 건너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처음치고는 아주 잘했어. 그런데 한 가지 빼먹은 게 있어. 차가 오나 안 오나 양쪽을 잘 살폈어야지. 내가 만날 여기서 신호를 줄 수는 없잖아. 돌아올 때 다시 연습하자. 지금은 너한테 보여 줄 게 있으니까."

문득 에드문두 아저씨가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의 작은 새가 내게 뭔가를 일러 주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아저씨에 대해 하던 말들이었다. 아저씨는 아내와 다섯 자녀들과 헤어져 혼자 살고 있었다. 홀로 사는 데다가 걸음도 아주 느렸다. 아저씨가 천천히 걷는 게 혹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닐까? 아저씨의 자녀들은 아저씨를 만나러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루씨아누는 비행기야. 루씨아누는 지금…."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아무래도 아저씨한테 다시 가르쳐달라고 해야할 것 같았다. 고개비행기인지 곡예비행기인지 공예비행기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 중의 하나인 것만은 확실했지만 동생한테 잘못 가르쳐 줄 수는 없었다.

[나의라임오렌지나무]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 인스티즈


지금까지 내가 사물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내 마음속의 작은 새가 말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정말 네가 말을 하는 거니?"

"내가 하는 말을 지금 듣고 있잖아?"

나무는 그렇게 말하고 나지막이 웃었다. 난 하마터면 비명을 지르며 뒤뜰을 뛰쳐나갈 뻔했다. 그러나 호기심이 나를 묶어놓았다.

"어디로 말하는 거니?"

"나무는 몸 전체로 얘기해. 잎으로도 얘기하고 가지랑 뿌리로도 얘기해. 들어 볼래? 그럼 귀를 내 몸에 대어 봐.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릴 거야."

난 조금 망설였으나 나무의 크기를 생각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귀를 대자 '틱틱' 하는 소리가 아련히 들렸다.

"들었어?"

"딱 하나만 말해 줄래? 다른 사람도 네가 얘기한다는 걸 알아?"

"아니, 오직 너만."

"정말?"

"맹세할 수 있어. 어떤 요정이 말해 주었어. 너처럼 작은 꼬마와 친구가 되면 말도 하게 되고 아주 행복해질 거라고 말이야."

"아이들은 자야 할 시간이야."

그러고는 우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나는 그 순간 그 자리에는 더 이상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어른이었다. 그것도 아주 슬픈 어른. 슬픔을 조각조각 맛보아야 하는 어른들뿐이었다.

"담배를 마저 피워야지."

나는 아직도 복받치는 감정에 목이 메어 더듬거렸다.

"아빠… 아빠가 절 때리시겠다면 반항하지 않겠어요. 막 때리셔도 좋아요."

"알았다. 제제. 이제, 그만 됐다."
아빠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의 울음도 함께. 그리고 찬장에서 접시를 꺼냈다.

"글로리아 누나가 너 주려고 과일 샐러드를 남겨 두었다."

나는 좀체 삼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빠는 작은 숟가락으로 과일 샐러드를 내 입에 떠 넣어 주었다.

"이젠 다 지난 일이야. 안 그러니, 얘야?"

나는 머리를 끄덕였지만 처음 몇 숟가락은 쓴 맛이 났다. 내 흐느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뱀을 거둬들이는 걸 잊었던 것이다. 이젠 끝장난 거나 다름없었다. 뱀 끄트머리에 끈이 달려 있었고 그 끈은 우리 집 뒤뜰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자 낯익은 세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외쳤다.

"바로 그 녀석 짓이군."
이제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은 뱀이 아니었다. 그들은 침대 밑을 으나 나를 찾지 못했다. 그들이 내 곁을 지나갈 때 난 숨조차 쉬지 않았다. 집 밖 뒤뜰에서도 나를 찾았다. 잔디라 누나가 뭔가 생각해 낸 듯 싶었다.

"어디 숨었는지 알 것 같아."
누나는 빨래통 뚜껑을 열고 내 귀를 잡아 올려 식당까지 끌고 갔다.

이번엔 엄마도 아주 세게 때렸다. 마치 슬리퍼가 노래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맞는 횟수도 줄일 겸 아픔도 덜 겸 송아지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이 나쁜 녀석아! 넌 여섯 달 된 아이를 뱃속에 넣고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나 해?"

랄라 누나가 빈정댔다.

"어쩐지 이사와선 잠잠하다 했더니."

"어서 가서 자! 이 망나니 같은 놈아!"

나는 엉덩이를 만지며 침대에 엎드렸다. 다행히도 아빠는 카드놀이를 하러 나가고 없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나머지 울음을 삼켰다. 그리고 매맞은 곳을 낫게 하는 데는 역시 침대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나의라임오렌지나무]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 인스티즈

"슈르르까. 나 할 일이 있어서 왔어."

"뭔데?"
"같이 기다리자."

"그래."

나는 밍기뉴의 허리에 머리를 기대고 앉았다.

"제제, 우리가 기다리는 게 뭔데?"

"하늘에 아주 예쁜 구름이 하나 지나가는 것."
"뭘 하게?"
"내 작은 새를 풀어 주려고."

"그래, 풀어 줘. 더 이상 새는 필요 없어."
우리는 하늘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거 어떨까, 밍기뉴?"

잎사귀 모양의 크고 잘생긴 흰 구름 하나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저거야, 밍기뉴."

나는 가슴이 뭉클해져 벌떡 일어나 셔츠를 열었다. 내 매마른 가슴에서 새가 떠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작은 새야 훨훨 날아라. 높이 날아가. 계속 올라가 하느님 손끝에 앉아. 하느님께서 널 다른 애한테 보내 주실 거야. 그러면 너는 내게 그랬듯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겠지. 잘 가, 내 예쁜 작은 새야!"

왠지 가슴이 허전해진 것 같았다. 그런 기분은 영 가시지 않았다.

"제제, 저것 봐. 새가 구름 가에 앉았어."

"나도 봤어."
나는 머리를 밍기뉴 가슴에 기대고 멀리 사라져 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저 작은 새랑은 한번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밍기뉴 가지에 얼굴을 돌렸다.

"슈르르까."

"응?"

"내가 울면 보기 흉할까?"
"바보야, 우는 건 흉한 게 아니야. 그런데 왜?"

"글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 여기 내 가슴속 새장이 텅 빈 것 같아…."





밍기뉴는 힘껏 가지를 뻗으며 자라나 얼마 안 있으면 나를 위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오렌지나무들은 아주 느릿느릿 자랐지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에드문두 아저씨가 나를 두고 말했듯이 조숙했다. 후에 에드문두 아저씨는 조숙이란 어떤 일들이 정상적인 시기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저씨가 이 말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은 단지 앞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난 아주 쓸모 없는 아이예요. 아주 나쁜 아이 말이에요. 크리스마스에도 내 속에 악마가 태어나는 바람에 아무 선물도 못 받았어요. 난 악질이에요. 나니인 데다가 불량배예요. 우리 누나 말로는 나같이 못된 아이는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대요…."

그랬더니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라.

"이번 주만 해도 매를 여러 번 맞았어요. 정말 아프게 맞을 때도 있어요. 내가 하지도 않았는데 얻어맞은 적도 있어요. 조금만 잘못되면 다 나 때문이래요. 우리 집 식구들은 습관처럼 날 때려요."

"무슨 일을 그렇게 저질렀는데?"

"마음속에 정말 악마가 있나 봐요. 충동이 일면 참을 수가 없거든요. 이번 주엔 에우제니아 아줌마네 집 울타리에 불을 냈어요. 꼬르델리아 아줌마한테는 안짱다리라고 했더니 화를 불같이 냈어요. 또, 헝겊 공을 찼는데 그 바보 같은 공이 창문으로 날아가서 나르시자 아줌마네 큰 거울을 깨버렸어요. 그리고 새총으로 전등을 세 개 깼고, 아벨 아저씨네 아들  머리에다 돌도 던졌어요."

"됐다, 됐어."

그 사람이 웃음을 숨기려고 손으로 입을 가렸어.



"뽀르뚜가!"
"음
…."

"난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도 알지요?"
"왜?"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리고 내 가슴속에 행복의 태양이 빛나는 것 같아요."






[나의라임오렌지나무]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 인스티즈

누나는 질풍처럼 방으로 뛰어들었다. 내 얼굴이 피범벅이 된 것을 보고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누나는 또또까 형을 옆으로 밀쳐 냈다. 그리고 언니라는 사실도 개의치 않고 잔디라 누나까지 떠밀어 냈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글로리아 누나는 나를 침대로 데려갔다. 나는 울지 않았다. 대신 이 광경을 보고 겁을 집어먹은 루이스 왕이 안방에 숨어서 엉엉 울고 있었다. 글로리아 누나가 몹시 화가 난 목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너희들, 언젠가 이 애를 잡고 말거야! 두고 봐! 이 인정머리 없는 괴물들 같으니!"

누나는 나를 침대에 눕히고 소금물을 담은 대야를 가져왔다. 또또까 형이 슬그머니 침실로 들어왔지만 누나는 그를 내쫓았다.

"어서 나가지 못해! 이 비겁한 놈아!"

"누난 쟤가 욕하는 걸 못들어서 그래!"

"얘는 아무 짓도 안 했어. 너희들이 먼저 싸움을 걸었겠지. 내가 나갈 때만 해도 조용히 앉아서 풍선을 만들고 있었는데. 인정머리 없는 것들. 어떻게 제 동생을 이렇게 팰 수가 있니?"

"내 풍선이 망가져서 가장 슬퍼. 정말 멋지게 되어 가고 있었는데. 루이스한테 물어봐."
"네 말 믿어. 아주 멋지게 되어 가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걱정 마. 내일 진지냐 할머니네 집에 가서 다시 종이를 사자. 세상에서 가장 멋진 풍선을 만들게 해줄게. 너무 멋있어서 별들도 질투하게 될 거야."

"소용 없어, 누나. 첫 번째 풍선은 한 번밖에 못 만들어. 첫 번째 풍선을 잘 만들지 못하면 그걸 다시 만들 수도 없고,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어져."

"언젠가… 언젠가는… 내가 널 데리고 이 집에서 멀리 떠날 거야. 우리는…."

누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진지냐 할머니네 집을 생가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곳도 어차피 별 다를 것 없는 지옥이었다. 누나가 처음으로 내 라임오렌지나무와 환상의 세계에 참여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널 톰 믹스나 벅 존스의 목장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줄게."

"난 프레드 톰슨이 더 좋아."

"그럼 그리로 가자."

우리는 의지할 곳 없는 기분이 들어 함께 나지막이 울기 시작했다.



"괜찮을 거야, 아가. 내일이면 다 나을 거야."

"엄마!"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남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말을 꺼냈다.

"엄마,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 풍선처럼 됐어야만 했어요."

엄마는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모두들 제 운명을 안고 태어나는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제제, 너는 다만 가끔씩 장난이 좀 심할 뿐이야."





누나는 내 마음속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도, 내가 무엇을 결심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는 영화를 바꾸어야 했다. 카우보이 영화나 인디언 영화는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는 어른들이 말하는 애정 영화를 볼 작정이었다. 입맞추고 포옹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 누구나 좋아하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나 같이 매만 맞고 사는 인간은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봐 둘 필요가 있었다.

[나의라임오렌지나무]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 인스티즈

"뽀르뚜가!"
"응?"
"당신은 제가 욕하는 게 싫어요?"

"무조건 싫다."
"알았어요. 제가 죽지 않는다면 앞으로 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요."
"좋아. 그런데 죽는다는 게 무슨 소리냐?"
"좀 있다가 얘기해 줄게요."

우리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뽀르뚜가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네가 나를 믿는다니까 나머지 사건도 알아야겠다. 노래 사건은 뭐냐? 그 탱고 어쩌고 하던 거 말이야.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는 알았니?"

"당신한테까지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요. 정확히는 몰랐어요. 전 뭐든지 들으면 외우거든요. 정말 아름다운 노래였어요. 내용은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그런데 아빠는 날 자꾸자꾸 때렸어요. 뽀르뚜가, 걱정 마세요…."

나는 엉엉 울었다.

"걱정 마세요. 죽여 버릴 거니까요."

"무슨 소릴 그렇게 해. 네 아빠를 죽이겠다고?"

"예. 죽일 거예요. 이미 시작했어요. 벅 존스의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 건 아니에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상상력 한번 대단하다, 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측은한 마음은 숨기지 못했다.

"그런데 넌 나도 죽이겠다고 했잖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그 다음엔 반대로 죽였어요. 내 마음에 당신이 다시 태어날 수 있게 그렇게 죽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뽀르뚜가, 당신은 내 하나밖에 없는 친구에요.



우리는 아름다운 길을 따라 달렸다. 포장도 안 된 좁은 길이었지만 길가의 나무와 풀밭은 아름다웠다. 밝은 태양과 맑게 갠 푸른 하늘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진지냐 할머니가 언젠가 '기쁨은 마음속에 빛나는 태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태양이 모든 것을 행복으로 비춰 준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내 마음속의 태양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는지도 몰랐다.



글로리아 누나 말이 옳았다. 이런 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나는 진정한 삶을 노래하는 시를 보았다고 누나한테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진정으로 삶을 노래하는 시는 꽃이 아니라 물 위에 떨어져 바다로 떠내려가는 수많은 이파리들과 같은 것이었다.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 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 가고, 배게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어떤 이들에겐 죽는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가? 몹쓸 기차가 한번 지나가면 그만이잖아. 그런데 왜 내가 하늘 나라에 가는 것은 이다지 어려운 것일까? 내가 가지 못하도록 모두들 내 다리를 붙잡고 있나 봐.

사랑하는 마누엘 발라다리스 씨,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마흔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그리움 속에서 어린 시절이 게속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언제라도 당신이 나타나셔서 제게 그림 딱지와 구슬을 주실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 제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구슬과 그림 딱지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제 안의 사랑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절망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 시절, 우리들만의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먼 옛날 한 바보 왕자가 제단 앞에 엎드려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영원히 안녕히!

우바뚜빠에서

1967년


대표 사진
AOA 유나
제 인생책...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비아이  B.I
지금 읽어봐도 좋을 책.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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