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어두우시면
저도 어두워요
당신이 밝으시면
저도 밝아요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있는 내게
당신은 닿아 있으니까요
힘 내시어요
나는 힘 없지만
내 사랑은 힘 있으리라 믿어요
내 귀한 당신께
햇살 가득하시길
당신 발걸음 힘차고 날래시길 빌어드려요
그러면서
그러시면서
언제나 당신 따르는 별 하나 있는 줄 생각해 내시어
가끔가끔
하늘 쳐다보시어요
거기 나는 까만 하늘에
그냥 깜박거릴께요
- 별 하나 / 김용택

산에 들에 지천으로 피고 지는 쑥부쟁이, 아카시아
그 향기가 무모하게 범람해서 나 그 향기 안 맡고 마네
너무 멀리 가지 말자는 말, 다 알 수 있는 곳에 있자는 말,
이해한다는, 사랑한다는, 잘 살자, 잘 살아보자,
그런 말에도 멍이 들던 사람, 두 사람이 있었네
- 불귀 2 中 / 김소연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는 다른 무엇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 밀란 쿤데라

실려 가는 그곳에서 그때 그 노래를 부를 수는 있는 건지
노래로 늙어갈 줄 알았다면 그 말의 무늬와 바람의 색깔과, 차가운 새벽의 냄새를 기억해놓았을 텐데
밤이 오고 또 밤이 가는데, 견디는 모든 것들은 화석이 되고 새들은 또 날고
오늘 아침 철로변에서 그리움은 서리로 내리고 또 그대는 견디기만 하라 하고
그대의 날들이 너무 길고 길어서
- 별어곡 / 허연

사랑에 빠진 순간 우린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내려놓는다.
누군가를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되며, 세상을 향해 마음의 빗장을 모두 열어젖힌다.
사랑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다.
기적이 일어났던 순간, 우린 이미 천국을 맛본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천국에서 보낼 날들 가운데 얼마의 시간을 먼저 쓴 것일까.
-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中 / 정희재

네가 빨갛게 웃었기 때문에 나도 빨갛게 웃었다 네가 파랗게 아팠기 때문에 나도 파랗게 아팠다
- 카멜레온 中 / 유지소

그러나 사랑은 우리에게 그러한 환희의 순간을 되돌려 준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사랑이 주는 절대적인 약속이다.
-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中 / 김혜남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 홀로서기 4 / 서정윤

가 닿으리
너는
그 끝에 눈이 부시게 서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꽃과 사랑을 기다리는
길고 지루한 날들
네가 내려준
은빛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너의 향기로운 환한 집에 내가 아무도 몰래 숨었으니
네 손에 쥐어진 꽃을 던지고
아, 열렬하게 돌아서서 너는 내게 안기었네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 꽃 한 송이 / 김용택

그러고 보면 한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만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를 다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재발견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사랑이 식고, 그 사랑이 떠나 버리는 것, 그래서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이를 알려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데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
-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中 / 김혜남

어느 봄 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서러운 별똥별로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살아 있으므로, 나는 불멸이 아니라 오래도록 너의 음악이다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때까지 불멸이여, 내가 사랑이 아니더라도 나를 꿈꾸어 다오
-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中 / 박정대

나는 대답한다, 백년 동안 고독해지세요
누군가 다시 나에게 묻는다, 고독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백년 동안, 사랑을 하세요
- 버찌는 벚나무 공장에서 만든다 中 / 박정대

외딴 곳
집이 없었다
짧은 겨울날이
침침했다
어디 울 곳이
없었다
- 슬픔 / 김용택

한쪽은 원하고 다른 한쪽은 원하지 않는 일. 나는 그게 슬픔일 거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말은 알지 못하고 아직은 어떤 음식으로도 표현해낼 수 없다.
슬픔에 대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은 그게 매우 개인적인 감정이라는 점이다.
- 혀 中 / 조경란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 고독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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