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ann.nate.com/talk/329363357
동거를 계획해서 한 것은 아니고 제가 아팠을 때 동갑내기 남친이 하룻밤 간호해줬는데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으니까 집에 가지 말라고 하루하루 계속 잡았어요.
결국 같이 사는 거가 되어서 남친은 옷 갈아입으러만 자기 방에 다녀올 뿐
거의 동거에 가깝게 살다가 서로 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헤어졌네요.
지금은 그 남자 소식은 모르고 전 결혼해서 잘 살고 있었어요.
솔직히 한번도 남편에게 동거경험 털어놓을 생각도 고민도 안해봤네요.
그게 저를 위해서나 가정을 위해서나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년 전 남편의 동거경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도 아니고, 28살 때 어린 여자친구랑 반년 정도 했었다고 하네요.
저처럼 좋아서 즉흥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서로 계획 하에 동거한거였구요.
더구나 상대 여자가 저한테 앙심을 품었는지 굳이 그 얘기를 해서 알게 되어서 더 화가 났습니다.
적어도 그때는, 제가 제 동거사실을 숨긴 거랑은 각자 따로인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에
저는 제 분노와 절망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별거 아니라던 남편도, 많이 실망하고 화내는 제 태도에 자기 잘못을 깨달았고
경솔하게 결정했던 과거와 그걸 숨겼던 거짓태도에 대해 용서를 빌었어요.
저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고민을 하고서야 남편을 용서할 수 있었네요.
솔직히 지금도 백퍼센트 용서는 안 돼요.
그런데 얼마 전 이번에는 남편이 제 동거경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화를 낸 것이 더해져서 남편은 너무 어이가 없고 배신감을 느낀다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제 입장은, 저는 나이도 어렸고, 계획적인 것이 아니라 간호를 받다가 그랬으며,
또 저의 경우는 상대의 동거상대를 통해 굴욕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 더 기분나빴고,
그리고 원래 성격상 상대의 과거에 더 예민한 사람이 남편보다는 저라는 점도 감안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남자의 동거경험과 여자의 동거경험은 같게 볼 수가 없다는 것이네요.
물론 제 의견이 다 옳을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적어도 가장 중요한 남녀차이는 남편이 좀 제발 좀 알아먹어줬으면 좋겠는데 안되네요.
처녀성문제나 낙태문제는 여성의 몸에 직접 영향을 주고, 흔적이 남기도 하기 때문에
여성이 더욱 보호받고 권한을 인정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마찬가지로 동거문제도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남자에게는 제약이나 흉이 되겠지만, 여성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요?
남편은 동거는 결혼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우선 자기도 그 결혼이나 마찬가지인 동거를 숨겼으니 저를 나무랄 권리도 없고
동거를 한 것도 물론 과거의 저 자신이지만
깊다면 깊은 사실혼 관계를 거치면서도 아이가 덜컥 생기거나 하는 일 없이
현명하게 처신한 것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전데...
한 여자로서 잘 살아오고 힘든 여정을 거쳐서 이 가정을 이룬 저를 아내로서 대견하게 봐주는 게 아니라
과거에 제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문제인 남편의 동거경험으로 화냈다는 것만 기억하고
건수라도 잡은 듯이 저를 족치려고만 하네요...
동거가 정말 결혼 같은 거라면
그리고 자기 아내의 그런 과거를 갑자기 알게 됐다면
놀라는 것도 이해하지만, 자기가 모르던 상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마음 아파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동거가 끝났다는 건 사랑이 끝나고 또 결혼이 끝났다는 거나 마찬가지이니까...
그때 내 아내가 많이 아팠겠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는 걸까요?
남자는 가볍게 동거를 시작하고 끝낼지 모르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은데도
이해해주거나 적어도 묵인하기는커녕 매일매일 화내려다 참는게 눈에 뻔히 보이고
말도 퉁명스럽게 하는 모습이 실망스럽습니다, 정말...
화를 풀긴 풀게 되겠지만, 실망해버린 제 마음이 다시 뜨거워질 것 같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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