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제목 아시는분 알려주라줘

너라는 재난은 일기예보도 없이 나를 추격해왔어
나는 발목을 접질린 경주마처럼 네게 포박되었지
단말마의 비명으로도 끝이 나지 않는
혹독한 재난이여
나의 봄은 그렇게 화상 입었고
나는 철 지난 과일처럼
이다지도 곪아버렸구나.
재난 25호, 서덕준

밤 하늘가 검은 장막 위로
별이 몇 떠있지가 않다.
너를 두고 흘렸던 눈물로 별을 그린다면
내 하늘가에는 은하가 흐를 것이다.
은하, 서덕준

무지개가 검다고 말하여도
나는 당신의 말씀을 교리처럼 따를 테요
웃는 당신의 입꼬리에 내 목숨도 걸겠습니다.
당신은 나의 것, 서덕준

그 사람은 그저 잠시 스치는 소낙비라고
당신이 그랬지요.
허나 이유를 말해주세요.
빠르게 지나가는 저 비구름을
나는 왜 흠뻑 젖어가며 쫓고 있는지를요.
소낙비, 서덕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곳곳에 대못질을 했다.
아빠는 내가 못을 박은 곳마다
나의 사진을 말없이 걸어놓곤 하셨다.
사진보관함, 서덕준

폭폭한 겨울냄새가 나는 네 무릎을 가만히 베고 누워
네가 읊조리는 음성의 실밥을 하나 둘 세면서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네 손가락을 타고 꿈에 빠져들고 싶어
복숭아 향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네 쇄골에 기대어
오늘은 자주색 양말을 신었다, 손톱에 작은 멍이 들었다는 둥
시답잖은 말이라도 조잘거리고 싶어
재봉틀처럼 뛰는 가슴에 내 목숨을 실로 삼아
네가 입을 옷 한 벌 지어주고 싶어
땅에 별이 뜨고 하늘에 강이 흐르는,
무화과에 꽃이 피고 다리 달린 인어가 사는 나라로
너와 함께 사라지고 싶어.
청혼, 서덕준

비참한 밤
잠조차 오지 않아 얼굴을 파묻은 베개에서
엄마의 손빨래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내 새끼
베갯잇을 엄마 소맷자락 삼아
엉엉 울던 그런 밤이 있었다.
베개, 서덕준

네 동공의 궤도를 돌고 있는 나는
너를 추종하는 위성이야
너의 살갗을 맴돌 뿐인데
내 마음에선 왜 꽃덤불이 여울져?
네 앞에서 나는 왜 언어를 잃어버려?
네가 공전하는 소리는 나를 취하게 해
아득하게 해 나는 허파를 잃어버리지
이렇게 너의 숨소리는 참으로 달콤한 환청이야
이봐, 보고 있다면 나를 좀 구해줘
네게 한 걸음을 못 가 헐떡이는 너의 위성을.
인공위성 Y, 서덕준

가시가 달렸다는 남들의 비난쯤은
내가 껴안을게
달게 삼킬게
너는 너대로
꽃은 꽃대로
붉은 머릿결을 간직해줘
우주를 뒤흔드는 향기를 품어줘
오늘 달이 참 밝다
꽃아, 나랑 도망갈래?
장미 도둑, 서덕준
- 시인 서덕준 페이스북 페이지
http://facebook.com/seodeokjun
@seodeokjun
서덕준 덕후엿슴 8ㅅ8
청혼, 인공위성Y, 장미도둑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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